이사 트럭 뒤로 낡은 승용차가 달린다. 햇빛과 초록빛이 뒤섞이는 가운데, 모니카(한예리)가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다. 뒷좌석에는 아이들, 앤(노엘 조)과 데이빗(앨런 김)이 타고 있다. 얼마쯤 가다가 트럭이 멈춘다. 승용차도 멈춘다. 트럭에서 제이콥(스티븐 연)이 내린다. 그의 앞에는 새로운 터전이 자리하고 있다. 바퀴가 달린 트레일러 집과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큰 풀밭이다. 모니카, 앤, 데이빗도 차에서 내린다. 모니카는 아칸소의 새로운 집을 보고는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만 집에 바퀴가 있다고 좋아한다. 바퀴 달린 집은 자연재해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다행히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은 고조된다. 결국 싸움으로 번진다. 아이들은 싸우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그 비행기를 제이콥과 모니카 앞에서 날리지만, 곧 힘을 잃고 곤두박질친다. 그래도 부부에게 타협의 여지는 있었는지 아칸소에 계속 머물기로 한다. 대신 모니카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오시기로 했다고 한다. 모니카는 기대에 차서 엄마 순자(윤여정)를 맞을 준비를 한다. 순자는 한국 음식을 비롯해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은 다 가지고 온다. 그중에는 미나리 씨앗도 있다. 순자는 미나리가 어디서든 잘 자란다면서도 적당한 곳을 찾는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는데.
미나리가 제이콥 가족의 희망이 될지 모르겠다. 그저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서로를 구원해 주자며 미국을 택했다. 하지만 타국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제이콥이 캘리포니아 병아리 감별사에 만족했다면 조금은 편했을까. 모니카는 그랬을 수 있지만, 제이콥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남자로서 수컷들이 폐기되는 것을 계속 봐야만 했을 테니까. 그러면서 자신을 다그쳤을 것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아칸소에서도 생계를 위해 병아리 감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제이콥은 아들 데이빗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그런데 쓸모를 따지지 않는 집단도 있다. 바로 가족이다. 영화에서 가족은 구성원이 쓸 만한 가치를 상실했을 때 오히려 손을 내민다.
영화는 담담하게 흐르고 있지만, 보는 이는 담담할 수 없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의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조적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것 같다.《미나리》는 그 보편의 가치를 방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뻐근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