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날.
카페의 풍경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청년은 유튜브 시청 중이다. 새진리회 정진수(유아인) 의장의 강연이다.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나 고지(告知)한다고 한다. 이름, 날짜와 시간을 대며 지옥에 간다고. 지옥의 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질 거라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청년 주위의 사람들도 코웃음을 친다. 그런데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이가 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두 시가 되자 굉음이 울리고, 무언가 나타나는데.
<지옥>은 제목 그대로 지옥에 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지를 받고, 사자들에 의해 지옥에 가는 순간이 핵심이다. 지옥은 꼭 죄인들만 가는 것일까. 정진수의 주장대로라면 그렇다. 그를 믿는 사람들은 죄를 파헤친다. 죄인 한 명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들의 신상까지 까발린다. 때로는 지옥의 사자처럼 나서기도 하는데.
정진수는 인간이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정의란 무엇일까. 형사 진경훈(양익준)은 묻는다.
“무서워서 선하게 사는 걸 정의라고 할 수 있나요?”
정진수는 되묻는다.
“공포가 아니면 무엇이 인간을 참회하게 하죠? 그런 걸 보신 적 있습니까?”
진경훈은 답한다.
“말씀대로라면 그 신은 인간의 자율성을 믿지 않는 거군요.”
신을 믿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을 믿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 택시 기사의 말이 극을 관통하는 듯.
“저는 신이 어떤 놈인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마치 관객들에게도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는 것 같다. 예민할 수도 있는 소재라 호불호가 갈릴 듯. 현실에서도 세상은 위기다. 어쩌면 인간의 자율성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