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장진 감독의 영화《아들》이 2016년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준석(손범준)은 아들이다. 남자로 태어난 자식, 아들이다. 준석이 나중에 아들을 낳아 아버지가 되어도 여전히 준석은 아버지 어머니의 아들이다. 살인을 해서 무기수로 살아가는 강식(조덕현)도 그러하다. 강식은 15년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세 살 때 보고 못 본 아들(박정원)의 얼굴이 어른거려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그런 강식의 마음을 하늘도 알았는지 특별 귀휴를 받게 된다. 드디어 아들을 만나게 되는 강식.. 15년이라는 큰 공백이 있어서 그런지 둘 사이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서 가까워지는데..
9년 전 극장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필 리뷰에 소홀할 때라 기억의 흔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내용이 거의 비슷해 연극을 보면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첫 등장하는 준석이 중간중간 피아노를 치며(사실은 치는 척하는 거다. 뒤에서 따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어미새와 아기새에 대한 노래인데, 강식 부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은근한 느낌이 없어서 그런지 잘 와 닿지 않았다. 도리어 다른 배우들이 준비하는 시간을 벌어 주는 기능으로 보였다. 연극은 공간의 제약이 있기 마련인데, 놀라울 정도의 공간 활용은 돋보였다. 세트의 모든 것을 다 활용하고 있었다. 높은 곳은 약간 위험해 보였는데,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높은 곳에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노모 역할을 했던 박선희 씨는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목소리, 말투, 걸음걸이뿐만 아니라 밥 먹는 모습까지 노모 그 자체였다.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은 잘 살아 있었으나, 이미 영화를 봐서 그런지 그리 놀랍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왕이면 내용을 아예 모르고 가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에 곳곳에서 훌쩍이거나 오열(정말 오열이었다!)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 2층 말고 1층에서 보시라. 처음으로 2층에서 봤는데, 몰입도도 떨어지지만 소음도 많이 들린다. 2층에도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오열은커녕 아무도 훌쩍이지 않은 것을 보면 나만 그리 느낀 것은 아닌 것 같다. 연극《아들》, 백지상태에서 1층에서 보면 오열이 나올 정도의 감동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