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는 그의 다른 책들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와 다른 시선으로, 일상과 다른 세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도시들은 현실에는 없는 환상의 도시들이다. 도시의 건축물처럼 이 책도 9개의 챕터와 각 챕터 앞뒤에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가 들어있는 잘 짜여진 틀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들은 도시들의 특성들로 보이는 기억, 욕망, 기호, 교환, 눈, 이름, 죽은 자들, 하늘, 섬세한, 지속되는, 숨겨진 등으로 삼았다.
도시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천국과 지옥이 함께하는 세계다. 이런 혼돈이 가득한 세상에서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질 수 있는 유토피아를 우리는 매일 꿈꾼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하는 도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지옥과도 같은 이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폴로는 칸에게 말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동화 되든지, 지옥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지옥 같지 않은 것을 찾아 그것을 확대하고 격려하든, 선택은 우리 몫이다.
나에게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게 했던 구절이 있다. 이 단락을 수십 번 읽었다. 마치 뫼비우스 띠로 된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마르코가 어떤 도시로 들어간다. 그는 광장에서 자신의 것일 수도 있었을 삶을, 혹은 그런 한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가 아주 오래전 시간 속에서 멈춰 섰더라면 혹은 갈림길에서 선택했던 쪽의 정반대 길을 선택해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그 광장의 그 남자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더라면, 지금은 마르코 자신이 그 남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 과거든 아니면 관념상의 과거든, 이제 마르코는 자신의 과거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는 멈춰 설 수가 없다. 그는 그의 다른 과거, 혹은 그의 미래일 수도 있었고 이제는 다른 누군가의 현재가 되어버린 무엇인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도시까지 계속해서 가야만 한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들은 과거의 가지들일 뿐이다. 마른 가지들.
이때 칸이 이렇게 물었다.
“자네의 과거를 다시 경험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인가?”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자네는 자네의 미래를 다시 찾기 위해 여행하는 것인가?”
마르코는 대답했다.
“다른 곳은 현실과 반대의 모습이 보이는 거울입니다. 여행자는 자신이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발견함으로써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가져야 할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