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돼?
책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봐도 돼? 뭘 본다는 것일까?
개구쟁이처럼 생긴 여우가 뒷편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토끼를 흘깃 바라보고 있어요.
여우의 모습은 꼭 동네 말썽쟁이 남자아이같아 보입니다. 토끼는 참한 여자 아이구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여우는 뭔가 불만이 가득해보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여우!
그런 여우가 토끼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어느날 집오리가 '예의 바르게 헤엄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어요.
숲 속 친구들은 모두 모여서 열심히 배우고 있었죠.
너구리는 씩씩하게 집오리가 가르쳐준대로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부끄러움을 잘 타는 토끼의 순서가 되지 문제가 터졌어요.
집오리는 쭈뼛거리는 토끼를 보며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잔소리를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여우가 그 순간 물소리를 풍덩풍덩, 첨벙첨벙 내면서 요란하게 헤엄쳤어요.
모두들 토끼에게는 시선을 거두고 여우와 같이 신나게 웃고 떠들며 헤엄을 치게 됩니다.
토끼는 숨겨진 여우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봐도 돼?"
토끼는 여우의 꼬리를 잡고 따라갑니다.
"아까는......"
"뭐, 나한테 할 말 있어?"
"고마웠어......"
"쳇, 저리 가. 여기 있다가 떽떽거리는 집오리한테 또 혼나고 싶어?"
여우는 아닌 척 했지만 토끼를 도와준 거였어요.
토끼는 말하지 않아도 여우의 마음을 볼 수 있었어요.
그 뒤 여우와 토끼는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를 기다리기 시작하는 사이가 되어버렸어요.
토끼는 매일 매일 여우한테 찾아와서 "봐도 돼?"라고 물었어요.
나랑 친구가 되자라던가 같이 놀자라는 말이 아는 "봐도 돼?"라는 말을요.
여우는 뽐내기 좋아하는 멧돼지를 몰래 골려 주기도 하고,
사나운 원숭이와 싸우기도 하고, 무서워서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 동굴 탐험을 떠나기도 했어요,.
여우는 토끼가 보고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부드러운 눈으로 자신을 지켜봐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우에게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나봐요.
"어차피 둥지에서 떨어진 알에선 새끼가 못 깨어나.
혼자가 가엽기는 뭐가 가여워. 다들 말로만 그렇지 아무도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여우는 온 힘을 다해 뛰어가 버렸어요.
사실 여우에게는 마음 아픈 상처가 있었어요.
여우에겐 여우가 자라는 것을 지켜봐줄 엄마가 없었어요.
그래서 괜히 엄마가 생각나거나 외로울때면 친구들을 괴롭혔던 거였어요.
토끼를 통해서 점점 여우는 마음의 문을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에게 못된 행동을 하던 여우가 그 모습을 토끼에게 딱 들켜버렸어요.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여우는 토끼에게 모진 말을 던지고 도망가버립니다.
그 후 토끼는 보이지 않았어요.
"봐도 돼?" 토끼의 물음이 여우의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토끼가 봐주지 않는 일상은 더이상 여우에게 의미가 없었어요.
갑자기 늑대에게 잡혀 먹힌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서 여우는 토끼를 찾아 나섭니다.
덤불에 가려진 나무 밑동에서 조그만 신발 하나를 찾았어요.
"그녀석... 정말로......."
밑동 구멍에서 뭔가 굼뜨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란 여우는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었다는 생각에
"내 소중한 친구를 잘도 해치웠겠다!" 라고 소리를 지르며 구멍 속으로 뛰어듭니다.
토끼가 잡아먹힌 줄 알고 여우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자기도 모르게 내 소중한 친구라는 말을 내뱉은 여우.
이제야 속마음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왜 토끼는 사라졌던 것일까요? 토끼와 여우는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을만큼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친구 여우와 토끼.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표현하는 법,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아이의 행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한다는 교훈도 주고 있었어요.
"봐도 돼?" 이 말이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아요.
참 흐뭇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