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마지막 달,12월. 아니 벌써!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린건지 모르겠다. 이제 30이 아닌 40에 가까운 나이가 되버리고... 마흔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다. 누군가가 몇살이냐고 물어오는게 싫다. 나는 '나이'를 잊고 사는데 해가 갈때마다 나이는 잘도 먹는다. "이대로 나이만 먹고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끝나느 것일까." 책 표지의 이 문구에 순간 얼음이 되었다. 지금 나는 나이만 마구 먹고 결국엔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이대로 끝나는게 아닐까. 가슴이 답답해져서 그 해답을 좀 듣고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
"엄마랑, 지하루네 엄마랑, 누가 더 젊어 보여?"
앗! 책 속 대사가 남일 같지가 않다. 내가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물어보는 말이다. 엄마 나이들어 보여? 친구들 엄마중에 엄마가 제일 나이들어보여? 어때?라면서 젊어보인다는 말, 이쁘다는 말을 은근 강요한다. 다들 나와 똑같구나.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는다.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행복은 아니더라도 불행은 아니라는 위안.
4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전업주부 미나코에 감정이입하게된다. 미나코는 딸아이 하나를 이제 제법 키웠다. 아이도 슬슬 엄마의 품을 필요로 하지 않고 꽃꽂이를 배울 여유도 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친구를 만나면 자신의 삶을 즐기고 가슴뛰는 사랑을 하는 것이 부럽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데 할 것이 없다. 남편도 아이도 이제 일을 시작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살림에 가정에 소홀하지 않는 한 일을 해도 된다 한다.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한다면 적극 찬성이야." 미나코의 남편이 하는 말이 딱 지금을 살고 있는 전업주부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한다면! 그게 일을 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테두리를 두르게 한다. 에휴하고 한숨이 푸욱 나오고 만다. 콕 짚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전업주부의 마음을 어찌 이리 잘 표현해냈는지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는 참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마음 속에 답답하게 꽁하고 담고 있는 것들을 마구 끄집어 내서 보여주니 내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하게 알게되는 것 같다. 물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좀 더 깊게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이 질문을 마음에 담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