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4권은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푹 빠지질 못했다고 할까요.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같은 느낌. 좋은 소리도 계속 들으면 감흥이 없듯이. 감동도 계속되면 시들해지는 것일까요? 5권을 볼까말까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책에 관해건 모든 지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시오리코도 그 이상의 매력을 안보여주고 다이스케와 더이상 썸이 아닌 사랑하는 관계가 된 것 같고. 더이상의 심쿵한 사이가 아니란 생각이 드니까 둘의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사오리코의 엄마이야기도 제대로 안나와서 '뭐야. 책 문구! 날 낚은거냐?" 싶었습니다.
하지만 5권을 보자마자 4권에서시들했던 건 잊어버리고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역시나 시들시들, 뭔가 약해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책 속에서 언급되는 책들이 제가 잘 모르고 있는 책들이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더 많이 접해서 알고 있는 책이었다면 더 흥미롭게 읽었을텐데말이죠.
"지어낸 이야기 안에만 담을 수 있는 마음도 있는 거예요. 만일 세상 모든 게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너무나 쓸쓸할 거예요...... 현실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거예요. 분명 신야 군 아버님도 그러셨을 테고요." - 본문 중에서
책에 소개된 책들보다 눈이 갔던 것은 책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책이란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찾아서 읽는지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한권의 책으로 이어지는 사람관계도 아주 훈훈하게 다가왔어요. 추억을 담은 책을 갖고 있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날로그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 그런 것들을 이제는 더이상 느끼기 힘들겠다는 아쉬움도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맞아요, 이 책을 팔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을 사랑해줄 사람에게 팔 거예요.
형수는 데라야마 슈지에게 관심 없잖아요. 앞으로 읽지 않을 테고.....
이 멋진 계절에 곰팡내 나는 서재에 처박혀있기보다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게 책한테도 행복할 겁니다." - 271page
아! 책 속 문구가 퍼억하고 마음에 파고듭니다. 우리집 책들은 곰팡내 나는 책장에 처박혀 있는 것인지...바깥 세상을 구경못하고 있는 책들을 쳐다보게 됩니다. 소유욕때문에 책들을 먼지만 뒤집어 쓰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내게는 별 의미없는 책이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어 한동안 쉬고 있던 책나눔을 시작해야겠습니다.
결말이 궁금하게 만드는 바람에 6권을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비블리아 고서당인가! 딸아이는 책표지를 보고 예쁜 그림에 이 책 재미있겠다고 하네요. 내용은 보지도 않고? 그러고보니 저도 처음에 이 책의 표지에 끌려서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책때문에 나쓰메 소세키의 책도 찾아읽었으니 확실히 매력있는 책입니다.
시들하다 다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비블리아 고서당! 다음 권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