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왕유(王維)의 산거추명(山居秋暝, 산장의 가을 저녁녘)이란 한시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 외운 것들은 이 나이 되어서도 기억에 살아 읊조릴 수 있으니, 공부란 때가 있다는 옛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뭐~ 다 알다시피 지금은 아무리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젊은이여 억지 공부라 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즐거이 공부하십시오.)
한 차례 비가 온 뒤의 평일 광안리는, (산중은 아니지만) 산거추명처럼 그윽하고 고즈넉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어느새 여름은 끝자락을 보이고 가을이 오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10월입니다.
空山新雨后 (공산신우후) 빈산에 새로이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 (천기만내추) 어스름 저녁이라 가을 기운 물씬 풍긴다.
明月松間照 (명월송간조) 밝은 달빛은 소나무 사이로 비춰들고
淸泉石上流 (청천석상류) 맑은 샘물은 산석(山石) 위로 흐른다.
2022.10.06. 12:05경 광안리, 비가 온 후 서서히 개이고 있는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