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옛친구들과 한담이 길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서로가 비슷했는데, 세월의 더께에 비친 색상은 모두 다릅니다.
큰 교회의 현직 목사, 불교 쪽에 다리를 걸친 다재다능 교수, 천주교에 귀의한 음악(작곡)인, 바람둥이 전직 은행 맨, 원불교 집안의 통신 설치 기사, 가장 똑똑하였으나 인생이 꼬인 요식업 친구 등….
종교도 각기 다르고 삶의 잣대와 방향도 다르지만 초중고 때의 우정을 바탕으로 경계 없고 흉허물없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늦게 일어나, 신라 고승 원효와 혜공의 물고기 설화가 얽힌 오어사(吾魚寺)를 방문했습니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현존 사찰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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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가는 길에서…. 지난 힌남노 태풍 때 펜션 건물이 강바닥으로 내려앉은 사고의 현장이 이곳이었음을 알고 잠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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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에서 산길을 10여 분 오르면 자장암이 있습니다. 가파른 절벽 끝에 자리 잡은 관음전이 예사롭지 않은 풍광과 영험함을 선사합니다.
아마도 한 번은 더 방문할 거란 느낌을 받습니다.
회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를 넘어 산책길에 나섭니다. 이번에 수술받은 친구가 있어 잠시 걷다 커피집에서 다시 한담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가을 초입의 포항이었습니다.
주차장과 붙은 절집 문이 참 아담(?)합니다. 암자도 아닌데 이런 출입문은 처음봅니다.
봉긋한 산이 참 마음에 듭니다.
흐릿한 하늘과 푸르른런 산, 절집과 잘어우러집니다.
대웅전 맞은 편에 있는 '가학루(駕鶴樓)'... 예전엔 없었다 그러네요.
절 이름에 비해 부도탑이 소박합니다.
절벽 위 자장암의 관음전, 아래 보이는 오어지와 절집...
절 입구의 원효교 출렁다리. 이 다리로 통하는 둘레길을 걷기 위해 한번은 더 와야겠습니다.
스카이워크... 부산의 오륙도나 청사포의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호미곶 방향 능선... 포항이 품은 풍광도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