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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도서]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저/이충호 역/이동기 감수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 이런 말은 누가 언급 했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백날 '최고' 운운해봐야 웃기는 짜장~(짬뽕인가?)이겠지만, 당대 최고의 부자이며 IT계의 거물인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의 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1년에 빌 게이츠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만났을 때, '비즈니스에 관한 괜찮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 모양이다. 버핏은 주저하지 않고(He didn't miss a beat. 이거 괜찮은 숙어) <경영의 모험 Business Adventures>을 권했다고 한다. <뉴요커> 금융 부문 저널리스트였던 존 브룩스(John Brooks)의 저서인 이 책은 1969년에 출간되었다가 곧 절판된 뒤 '전설적인 경영서'로 소문만 무성하다가, 2014년 빌 게이츠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빌게이츠의 추천 서적 Bill Gates's Favorite Business Book’이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경영서의 고전(A Business Classic)"으로 재평가 받고 복간되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 같은 CEO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경영서 the best business book I've ever read"라 극찬한 비즈니스 책이니만큼 이 책은 단번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다. 그러니 경영학도라면 관심을 아니가질 수 없는 터! 당연히 표지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더라. 이런저런 소개 및 추천의 글을 잠시 훑어본 후, 일단 빌 게이츠의 기고 칼럼(http://www.wsj.com/articles/bill-gatess-favorite-business-book-1405088228)부터 찾아 읽어봤다. 책 내용에서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파트가 특히 읽을거리라는 것을 확인한 후, 이 책을 마음에서 살짝 지워 버렸더랬다(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는 거다). 왜? 일단 부담스러웠다. 너무 잘나가는 거물들의 생각과 느낌이 나의 현실에 제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고, 그 판단의 잣대가 이미 정해져 있는 책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당대의 언론으로 부터 호평을 받은 책이라 할지라도 1960년대의 비즈니스와 금융 환경이 2010년대의 신자유주의 시대와는 상통하지 않으리라는 어림짐작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책을 읽기에 이르렀다.


읽어보니 이게 60년대 경영서적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고 흥미로웠다. 12편의 주제만 보더라도 오늘의 금융, 경영, 경제 이슈와 별반 다르지 않았고, 여러 이슈의 프로젝트 과정과 그 결과를 객관적 시각으로 통찰력 있게 바라본 일종의 사례분석 책이라 하여도 무방하겠더라. 제일 처음에 설명되는 포드 자동차의 플래그쉽 신차 에드셀(Edsel) 개발과 그 실패를 보면서 얼핏 스마트폰 갤럭시5의 곤란함이 겹쳐지더만. 포드자동차회사에 새로운 영광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에드셀은 이전에 거의 본 적 없는 놀라운 장치들로 무장했지만, 디자인이 '파출부가 공작부인의 진주목걸이를 건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와 함께 몰락의 대명사가 되고 만다. 의도한 디자인과 성능을 받아들이지 못한 시대를 탓할 수도 있겠으나 결국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모한 낙관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갤럭시5도 디자인 혹평으로 판매량이 부진했고 덩달아 부품회사들의 영업실적도 적자로 돌아서는 등 엄청 곤란을 겪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고객 지향적 판단이 아닌 회사 내의 직감에 의존한 낙관주의가 깃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반면교사란 게 따로 없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누구를 위한 세금인가?' 테마도 흥미롭기만 하다. 소득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소득세의 대안인 부가가치세나 지출세(소득 대신에 개인의 연간 지출을 기준으로 삼아 매기는 세금. 이거 아름다운 아이디어다) 등 제법 생각거리가 있었다. 정보의 금전적 가치를 언급한 '비공개 정보가 돈으로 바뀌는 순간'은 내부자 주식 거래의 문제(코스닥시장을 뒤흔든 내츄럴엔도텍(주)의 경우도 임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고점에서 팔고나간 걸로 의심받았지)를 잘 짚었고, 언제 손실을 볼지도 모르는 주식시장과 공매도(우리나라에선 개미들에게 100%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일반투자자는 시장에서 빠지라는 거나 다름없다), 주가조작, 주주총회 등을 다룬 글도 지금 시대의 상황인 듯 생생하게 전해졌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식을 사거나 팔라는 조언을 하지 마라."는 거다. 이거 격하게 동의한다. 잘될 땐 본인이 잘해서 그런 거고, 빠질 땐 그 책임이 추천자에게 돌아오더라. 변동성이 심할 땐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꿀의 단맛을 보고나서도 증권거래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항상 탐욕이 문제다.

 
빌 게이츠가 극찬한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는 복사를 통한 저작권 위반, 기부금 등 기업의 비영리 활동과 사회적 책임 의식 및 기업가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 이어지는 '기업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테마와 함께 잘나가는 CEO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테마였다. 빌게이츠만큼의 감동은 없었지만(그는 세계적 기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입장에서 최고의 느낌을 받았겠지만, 난 종속적 나사같은 존재인지라...) 본질을 꿰는 자에게 성공은 덤이라 하니 경영자의 길을 걷고자하는 이에겐 참 도움이 되는 바탕공부라 하겠다.(60년대의 책에서 비물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마켓3.0사회의 개념을 엿본다는 것은... 이런 걸 통찰력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단하긴 하다.)
이 외에도 기업 조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기업 비밀 보호, 파운드화 평가절하(환율인상)에 관한 테마 역시 시공을 초월한 오늘날의 핫 이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을 배제한 판단, 증세 없는 복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매도와 내부자 거래, 아베노믹스의 엔저 폭풍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우리경제, 언제나 소통이 문제라는 현장... 뉴노멀(New Normal) 시대라는 2010년대의 핫이슈와 1960년대의 테마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은 저자의 통찰력이 그 만큼 시대를 넘나든다는 증거라고도 하겠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역사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촌평이 참 와닿은 책읽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전략적 CEO급이 읽으면 참 격(格)이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꼭 CEO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대에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여하간 빌 게이츠가 감명을 받을 정도로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나의 비즈니스 그릇이 그닥 크지 않아 저자의 통찰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다보니 별 다섯을 온전히 주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이 책은 빌 게이츠 덕분에 인기를얻고 복간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빌 게이츠 자신이 2014년도에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꼽은 베스트 5권을 기록해 두면서 이 책의 독후기를 아퀴짓고자 한다(http://www.gatesnotes.com/About-Bill-Gates/Best-Books-2014).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 by John Brooks),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by Thomas Piketty), 아시아의 힘(How Asia Works by Joe Studwell), 로지 효과(The Rosie Effect by Graeme Simsion), 문명세계 만들기(Making the Modern World:Materials and Dematerialization by Vaclav S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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