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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그리고 엄마

[eBook] 엄마, 나 그리고 엄마

마야 안젤루 저/이은선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 작가의 다른 작품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칸소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떠날 때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 읽고 나서.

정신없던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나는 다시 짐을 쌌다. 신혼집이 있는 타국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공항에서 가족과 작별 인사를 했다. 막 결혼하고 신혼집으로 떠나는 딸에게 엄마는 손을 꼭 잡고, '이혼해도 괜찮아.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아.'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혼'이라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보수적인 집안이라 혹시라도 꾹꾹 눌러 참고만 살까 봐 걱정되어 하신 말씀이셨을 거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런 말씀을 다시 꺼내지 않으셨지만, 나는 그때 그 말씀 덕분에 타국에서 하는 결혼생활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마야 안젤루의 <엄마, 나 그리고 엄마>를 읽으며 당연히 나도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어렸던 나는 친구 엄마들처럼 화장도 안 하고, 잘 차려입지도 않는 작은 키의 뽀글뽀글 파마머리 엄마를 창피해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주눅 들거나 하지 않으셨다. 늘 당당하셨고, 따뜻하셨고, 계획적이셨고, 사려 깊은 분이셨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엄마의 자랑이었다. 마야 안젤루의 엄마, 비비언 벡스터 여사님 만큼 활동적이거나 동네에서 유명 인사이시진 않으셨지만 엄마는 엄마의 방식대로 나를 든든히 받쳐주셨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머니 생각을 해보니 정말이지 놀라운 분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집안에 먹칠한 아이로 생각하지 않았다. 계획하고 낳은 아이가 아니었고 나는 학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지만, 비비언 벡스터 여사에게는 그런 게 인생이었다. 미혼모가 된 게 잘못은 아니었다. 조금 불편하게 됐을 뿐. 


마야 안젤루가 흑인, 여성, 빈곤층, 미혼모, 이 모든 사회적 '약점'을 '약점'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게 해준 건 엄마의 힘이 컸다. 비비언 벡스터 여사는 신념을 가지고 옳은 일을 하려고 늘 애썼고, 그만한 권위가 있음에도 잘못한 일에는 자식 앞에서도 무릎을 꿇을 줄 알았다. 마야 안젤루는 그런 엄마의 사랑을 먹고 그녀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쳤다. 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극작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대학교수, 교육가, 강연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멘토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마야 안젤루 뒤에 엄마가 계셨다. 마야 안젤루와 비비언 벡스터 여사는 인간이 그 어떤 편견도 조건도 없이 완벽한 '자기편'이 있을 때, 얼마나 크게 성장하고, 멀리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스카이 캐슬> 같은 드라마, <잠실동 사람들> 같은 소설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지금,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메시지인지 모른다. 


"너에 대해서는 어떤 걸 알게 됐어?" 어머니가 물었다.

"내가 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런 자세만 있으면 된다는 거요."

"아냐. 넌 너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능력과 의지 말이야. 사랑한다. 네가 자랑스럽구나. 그 두 가지만 있으면 넌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엄마 덕분에 이만큼 큰 나는,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 깨닫는다. 내가 하는 행동, 말을 바로바로 따라 하는 딸에게 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면 볼수록 더 두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크 아이가 커가는데 필요한 가장 큰 자양분이라면, 조금 자신을 가져봐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내 눈엔 우리 딸만 보이고,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니까. 세상 모든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가 나에게는 '엄마'라는 단어다. 나중에 내 딸이 나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오늘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 밑줄

사랑은 사람을 치유한다. 치유하고 해방시킨다. 내가 여기에서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는 감상적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들이 그 자리에 있게 하고 혈액이 우리 몸속 혈관을 타고 질서정연하게 흐르도록 만드는 강력한 힘을 의미한다.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거지. 난 지금 사과하는 게 아니라 설명하는 거란다. 내가 너희를 키웠더라면 우린 셋 다 비참했을 거야. 


"(..) 레이디만큼 나를 잘 지켜줄 사람은 없을 거라는 교훈을 얻었어요. 나는 대답했다.

"너에 대해서는 어떤 걸 알게 됐어?" 어머니가 물었다.

"내가 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런 자세만 있으면 된다는 거요." 

"아냐. 넌 너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능력과 의지 말이야. 사랑한다. 네가 자랑스럽구나. 그 두 가지만 있으면 넌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 생각을 해보니 정말이지 놀라운 분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집안에 먹칠한 아이로 생각하지 않았다. 계획하고 낳은 아이가 아니었고 나는 학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지만, 비비언 벡스터 여사에게는 그런 게 인생이었다. 미혼모가 된 게 잘못은 아니었다. 조금 불편하게 됐을 뿐.


옳은 일을 해라. 남의 유혹에 넘어가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잊으면 안 돼.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또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맞춰나가야겠지만, 남한테 휘둘려서 네 생각을 바꾸면 안 된다. 그리고 기억하렴. 넌 언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걸. 


그때 나는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얘" 하고 나를 불렀다.

나는 어머니 옆으로 걸어갔다.

"얘, 계속 생각해봤는데 이제 분명히 알겠구나. 넌 지금까지 내가 만난 여자 중에서 가장 대단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자식에게 끔찍한 일이 생기자 우리 어머니도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했다. 


어머니는 내가 아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어린아이처럼 노는 걸 보았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이렇게 대꾸했다고 했다. "아니, 그 애는 놀고 있었던 게 아니야. 좋은 엄마 노릇을 하고 있었던 거지." 


너는 너를 생각해서 너를 지켜야 하고, 가이를 생각해서 그 아이의 엄마를 지켜야 해. 


"당연한 결과지. 네가 용감하게 모든 걸 걸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너는 네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잖니.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하면 다시 한번 도전하면 되는 거야." 


오늘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호텔 측에서 인종 통합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본때를 보여줄 참이었다. 얘야, 맞닥뜨리게 될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길러야 해. 틀렸다고 생각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마. 옳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고, 거기에 네 목숨을 걸 태세를 갖춰라. 네 입으로 한 이야기는 뭐든 다시 한번 반복할 수 있어야 해. 그러니까 한 번은 네 방 벽장 안에서, 또 한 번은 시청 앞 계단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이십 분 동안 모은 청중 앞에서 말이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남한테 자기를 보호해달라고 부탁하는 바보처럼 보일 수 있어.


어머니는 기둥처럼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머니의 역할이다. 나는 그 사실을 그때 피부로 실감했고, 왜 어머니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머니가 정말 중요한 이유는 아이를 먹이고 사랑하고 안아주고 심지어 응석까지 받아주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흥미롭고 어쩌면 오묘하며 비현실적인 중간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미지의 세계와 주지의 세계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스톡홀름에서 우리 어머니는 사람들이 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이라는 보호막으로 나를 감쌌다.


어머니는 내 판단을 칭찬하며 내가 기적을 행할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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