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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페이백][대여]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eBook] [100%페이백][대여]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 작가의 다른 작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시대의 소음

연애의 기억

(..)


# 읽고 나서.

아, 이 아저씨 너무 좋다. 소설과는 달리 평소의 모습은 자상하고 유쾌한 아저씨일 것이다. 지난번엔 죽음, 이번에는 요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며 하고 싶을 때 하는 요리와, 해야만 해서 하는 요리는 서로 다르다. 전자만을 요리로 치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듯,, 한데, 아무래도 '생활 요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짜 매번 즐기는 요리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며 요리책을 하나둘씩 사들이기 시작했었다. 주방 한편에 더 이상 둘 자리도 없고 늘 보는 책은 한두 권으로 정해져있고, 나머지는 거의 보지 않아 볼 때마다 괜한 죄책감이 있었는데, 줄리언 반스가 소장한 요리책 수를 듣고 보니 위안이 된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요리책이라는 것이. ㅋㅋ


남편은 아직도 스테이크를 구울 때 초 시계를 옆에 두고 한다. 적당히라는 게 없다. 줄리언 반스의 요리법은 남편과 닮았다. 그의 요리 실수기(?)와 분노 포인트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중간 크기의 양파는 어느 정도인지 답답했었던 때가 나도 있었다. 혹은 반대로 너무 자세하게 달걀의 그램 수를 적어준 레시피에는 그것보다 큰 달걀의 경우 흰 자만 덜어내야 하는지 노른자도 같은 비율로 덜어내야 하는지 고민했던 게 생각나서 피식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재료가 나오면 그 레시피는 그냥 넘겼었던 기억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요리를 막 해보고 싶어졌다. 그전에 요리책도 좀 사고 싶어졌고. ㅋㅋ 그렇게 하나하나 정성 들인 요리라면 어떤 요리든 건강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음식에 관해서는 늘 '안전주의' 인 데다, 아이들 입맛이라 다양한 요리 시도하는 것 자체를 별로 하지 않아 사두고 꺼내보지 않는 요리책들이 많다. 주말엔 걔들 꺼내서 새로운 요리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밑줄

요리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범국민적으로 결여된 데는 학교 교육 탓이 크다고 본다. 가정학, 또는 간혹 우스꽝스럽게 '식품 공학'이라고 부르는 과목을 쉽게 접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영국은 요리에 무식한 어른들의 나라가 되었다.


요리책 저자도 다른 분야의 저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대다수는 평생 써야 한 권 분량밖에 쓸 것이 없다. (가중에는 애초에 책을 내지 말았어야 하는 이들도 있다) 과대 선전되는 새 요리책이 있으면 그것이 이에 해당하는 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라.


어쩌면 요리책들은 레시피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몇 인분인지를 표시하는 것 외에도 우울해질 확률의 등급을 매김이 마땅하리라. 가령 교수형 올가미 그림 다섯 개 중 몇 개를 표시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람들은 화보가 있으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어쩌면 자기가 만들 요리가 어떻게 나올지 눈으로 미리 확인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마음속에 미리 그려둔 상이 없으면 현실과의 괴리감도 그만큼 없기 마련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가즈오 이시구로와 함께 참석한 문학 관련 만찬에서 캥거루 요리를 먹어보았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며 그걸 시켰다. "나는 언제나 그 나라의 상징을 먹는 걸 좋아하지." (그러자 내 옆에 있던 한 시인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럼 영국에선 사자라도 먹는다는 건가?")


"도 그렇고 그런 망할 레시피로군." 나는 동정을 표하고 현학자의 원칙 15b항의 적용을 촉구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재료의 분량이 명시되어 있지 않을 경우, 좋아하는 재료는 많이 넣고 그저 그런 건 조금만 넣고 좋아하지 않는 건 아예 넣지 않는다.


이론적으론 다 알아. 레시피란 모두 근사치라는걸. 창의적인 요리사는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품질이 맞춰 요리하리란걸,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걸 (끓는 설탕 용액에 포도 식초를 넣는 경우는 제외), 그 밖에 이런저런 걸 다 안다고. 난 그저 한창 요리하는 중에 이런 현실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거라고. 아, 그렇지, 한 가지만 더 : 건포도를 써도 되는 줄 알았더라면 레이블상의 상품 유통기한이 6개월이나 지난 커런트를 쓰지 않았을 거리고.


요리한다는 것은 법썩 떠는 과정을 거쳐 불확정성을 확정성으로 변형시키는 일이다.


블루먼솔 씨는 내 오븐 온도계의 범위는 물론, 이제 내 의식의 바깥에 있다.


바로 그거다. 빵을 고르는 일. 버터를 마음대로 마구 쓰는 일. 부엌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일. 재료를 조금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 친구와 가족을 먹이는 일. 다른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단순화할 수 ㅇ벗는 사회적 행위에 참여하는 일. 내가 아무리 트집을 잡고 항의의 말을 했어도 콘래드의 말이 맞는다. 그것은 도덕적 행위다. 온전한 정신의 문제다. 그에게 마지막 말을 하도록 하겠다. "성실한 요리는 평온한 마음, 상냥한 생각, 그리고 이웃의 결정을 너그럽게 보는 태도(유일하게 진실한, 낙관의 형태)를 은밀히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는 우리에게 경의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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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루

    '생활 요리'를 위해 보기 편한 요리책들을 사던 때가 떠올라요ㅋㅋ 꽤 익숙해지기 전까지 요리를 할 때마다 책을 보는 저로서는 응용력이 뛰어난 분들이 참 신기하고 멋져보이더라고요!
    입추인데 입하 느낌이 나는 건 기분 탓일까요? ^^;; Elly님~ 무더위 조심하시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 드시면서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2019.08.08 11: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lly

      오랫만에 뵈어요 이루님. 저도 요리책 초반에 참 많이 사들였어요. 요즘은 필요할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긴 하는데 그래도 책이 매번 그렇게 탐나더라구요. ㅎㅎ 잘하시는 분들 부럽고요,, 저랑 비슷한 면이 있어 이 책 참 재밌게 읽었어요.

      이루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곧 시원한 가을 맞이하시길 바래요~

      2019.08.08 17:0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