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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eBook] 최선의 삶

임솔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 작가의 다른 작품

눈과 사람과 눈사람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읽고 나서.

내 손을 보고 '고생 한번 안 해봤나 봐~ '란 소리를 들을 때도 있고, 마냥 웃고 있으면 '구김이 없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도 많다. 어떤 만큼을 고생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들 만큼 힘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운 좋게 물 흐르듯 잘 살아왔던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의 젊은이들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민을 하는 걸 보면, '아니 대체 뭐가 그리 힘들다는 거야', 하고 쉽게 생각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동생이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말 한마디 없어 아무도 몰랐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 집이 이사를 하면서 동생은 중학교를 전학을 해야 했다. 전학생을 '간 보려는' '일진'이 때리길래 같이 싸워 이겼더니 그다음엔 집단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다행히 친구들을 만나 그 폭력이 계속되진 않았지만 예민한 시기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동생이 해주는 학교폭력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 그거 영화니까 그런 거 아니야? 하는 것들이 현실에도 있었다. <최선의 삶>의 강이도 전학을 하면서, 부유하지 않은 가정의 아이로 자라면서 왕따 아닌 왕따가 되어야 했고,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굴욕의 순간을 마음의 상처로 가진 채 자란다.


꺼진 텔레비전 앞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의 미래처럼 캄캄했다. 나는 미래를 예측해본 적이 없었다. 미래를 다짐해볼 때는 많았다. 언젠가 먼 곳까지 가볼 것이다. 먼 곳에서 더 먼 곳을 향해 가며 살 것이다. 이불 속에서 얌전하게 죽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종류의 다짐이었다. 다짐으로 점철된 미래를 펼쳐놓았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예언이 내게는 다짐뿐이었다.


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과 잘 얘기해보지 않았나.... 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가고, 애들이 싸우다 그럴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부모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그랬듯 그런 폭력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거라고, 정말 무지한 부모님이 없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결국 당한 사람만 아는 그 외로움과 고통. 강이의 입을 통해 이야기는 담담하게 서술되지만, 그 안에서 그녀의 처절함이 자꾸 눈에 밟힌다.


결말이 맘에 들지는 않았다.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정말 그것밖에 없었을지. 그렇게 하면 치유가 된다고 믿는 건지.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통쾌하지도 않았다. 그건 그냥 또 다른 구렁텅이에 발을 집어넣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고 그런 불량 청소년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지만, 후기와 해설에서 이 소설이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니 갑자기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는 내 딸아이와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나.


*밑줄

꺼진 텔레비전 앞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의 미래처럼 캄캄했다. 나는 미래를 예측해본 적이 없었다. 미래를 다짐해볼 때는 많았다. 언젠가 먼 곳까지 가볼 것이다. 먼 곳에서 더 먼 곳을 향해 가며 살 것이다. 이불 속에서 얌전하게 죽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종류의 다짐이었다. 다짐으로 점철된 미래를 펼쳐놓았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예언이 내게는 다짐뿐이었다.


"너네도 더러운 꼴 당할 거 아냐. 어디서 뭘 하고 살든 더러운 꼴은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 손님들하고 술 마시는 게 뭐 어때. 나 좋다고 나 보러 오는 건데. 좋은 마음을 주고받아야 이렇게 또 케이크도 나눠 먹는 거야."


엄마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은 대부분 유치했고, 지혜로운 대답은 대부분 비겁했다.


하지만 최선의 결과만을 원하는 아이는 우리 중 소영뿐이었다. 우리는 다만 최악의 결과가 두려울 뿐이었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록 암담해졌다.


무릎을 꿇으면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는 태도, 희망을 향해 다가가려는 태도가 나를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 같았다. 병신이 되지 않으려다 상병신이 되었다.


"칼은 죽이려고 쓰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쓰는 거지."

나도 모르던 대답을 나는 하고 있었다.

"딱딱한 수박으로부터 빨리 우리 주먹을 보호하자."


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도 그랬다. 아람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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