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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eBook]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저/유영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990년에는 8억 2,200만 명, 그 후 1999년에는 8억, 2,800만 명 (2005년에는 8억, 5,000만 명)이 기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어.


어린 딸아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단 과자나 케이크를 좋아한다. 그렇게 간식을 먹고 저녁 식사를 밀어 놓기에, 엄마에게 들었던 데로 나도 딸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세상에 음식이 없어 굶는 아이들도 많다고. 여러 번 들어버릇해서 별생각 없이 말했는데 딸아이는 상당히 심각해졌다. 그럼 배가 고프면 어떡하냐고. 아이에게 적당히 둘러대면서 생각했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고 내 할머니, 엄마 대보다 지금 더 부유한 사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굶는 아이들은 어딘가에 있구나. 변한 게 없구나. 그 와중에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다. 정말 세상은 여전하고,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고 있었다.


기아로 인한 죽음에는 어떠한 필연성도 없다. 기아로 죽는 어린아이는 살해당하는 것이다.


예전에 아프리카의 상황을 전해주는 다큐멘터리도 심심치 않게 TV에 나왔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TV보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인터넷TV로 보다 보니 이런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희미하다. 다 죽어가는 비쩍 마른 아이들을 보는 것보다 맛집 소개나 먹방 프로그램을 보는 게 덜 불편했던 나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상황을 좀 안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선택의 여지없이 굶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굶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끌렸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고 책을 읽고, 그런 스스로가 많이 부끄러워졌다. 기아로 죽는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것이라면 나도 그 살해에 가담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 막연하기만 하다.


식량이 제대로 분배된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게 될 거야.


이런 처참한 상태에 대한 마음 아픔은 뒤로하고, 책을 읽으면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음식이 충분하다는데, 분배만 잘 되면 아무도 굶지 않는다는데 도대체 왜 이런지 읽으면서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밥이 아니면 빵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답답한 마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남는 쪽이, 남아서 어차피 불태워 버려야 한다면 좀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모든 불합리 안에 인간의 탐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만연한 부패, 외국에 대한 극단적 의존, 북부 지방의 만성적 기아, 신식민주의적 수탈과 멸시, 방민한 국가재정, 기생적인 관료들, 그리고 절망하는 농민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세세하게 확인한 독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혹은 영화에서 본 이야기들이 실제임을 한 줄 한 줄 확인한 독서. 한 줄 한 줄 확인하며 쓰린 독서. 읽으면서 제일 씁쓸했던 건, 이 책이 2007년 책이 나오고, 2011년 한국판, 2016년 재판이 나오는 10년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 이야기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여전히 같은 곳 한 쪽에서는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사실. 똑똑한 양 지구의 조절작용이라는 말로 현상을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그리고 나 스스로가 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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