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독특한 성장소설을 발견했다. 조금은 특별한 두 아이의 기묘한 우정.
아이의 할머니는 그를 ‘예쁜 괴물’이라고 불렀다. 예쁘다와 괴물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참으로 이상하다. 세상 사람들은 그 예쁜 괴물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병. 선척적으로 머릿속에 있는 편도체가 기형적으로 작아서 손원재는 기쁘다, 슬프다, 불안하다, 미안하다 등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감정을 전혀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평범한 또래들은 그를 ‘로봇’이라 놀리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원재의 엄마는 아들의 병을 알면서부터 ‘아몬드’를 먹였다. 효과가 있는지 어떤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인지 책에서 나오진 않지만 아마 엄마의 사랑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엄마는 아들에게 감정을 ‘교육’시켜 ‘주입’하기로 한다.
그렇게 그럭저럭 보통의 날을 살아가던 엄마와 아들, 그리고 할멈 세 사람의 삶이 산산 조각난 것은 크리스마스이브 원재의 생일날이었다. 사회부적응자의 칼에 할멈은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그동안 감정의 안내를 맡아주었던 두 사람이 한꺼번에 증발해버린 것이다. 원재가 느낄 수 있는 건 슬픔이나 분노보다는 대체 왜 살인자가 엄마와 할멈을 죽였을까? 하는 질문뿐이다.
그런 원재 앞에 또 별난 아이가 나타난다. 바로 ‘곤’이다. 세 살 때 놀이동산에 갔다가 엄마를 잃어버리고 이곳저곳 전전하던 곤은 말 그대로 비행소년이었다. 교수이고 모범적인 아버지는 당연히 아들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아버지의 모습에 또다시 상처를 받은 듯하다.
태어날 때부터 웃는 법을 모르는 아이. 공포도, 감사의 마음도 못 느끼는 아이. ‘감정 표현 불능증’ 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 아이. 그리고 무차별 살인으로 할멈을 잃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어 세상에 혼자 버려진 아이 ‘손원재’
어릴 때 약간 촉촉하고 따뜻했던 엄마의 손을 기억하는 ‘곤이’ 하지만 그리웠던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가 원하는 아들이 될 수 없어서 상처받은 아이.
그리고 원재의 부족한 무언가를 이끌어 내주었던 서박사와 달리는 소녀 ‘이도라’까지.
사실 이미 머리가 커버린 어른들이 읽기에는 조금 유치할 수도 있지만, 두 소년의 우정과 그 과정이 참으로 청결한 향이 풍기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