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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서] 편의점

유기농볼셰비키,류연웅,이아람,정세호,이산화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안전가옥 앤솔로지 4번째 작품집이다. 여러 번 말했듯이 이 앤솔로지를 대단히 좋아한다. 5번째 앤솔로지 <대스타>까지 나왔는데 어디까지 나올지 기대된다. 이 앤솔로지의 특징은 장르 복합적이고 재미를 우선으로 했다는 점이다. 판타지, sf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겐 딱 맞는 선택이다. 이 앤솔로지 속 작가들 작품을 먼저 읽고 장편이나 그들의 단편집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다. 이번에도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다른 앤솔로지처럼 다섯 명의 작품이 실려 있다. 판형도 변함없이 작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좋지만 고정시켜 놓고 읽기는 힘들다.


유기농볼셰비키의 <창조와 비밀>은 인간의 불완전성이 어디에서 기원했는가에 대한 발칙한 상상이다. 외계인 미대생의 조별 과제 부산물이란 설정은 독창적이다. 종교와 진화론, 인간의 지구 파괴 등을 아주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교리문답의 방식이지만 인간과 종교를 돌아보게 만든다. 창조주를 닮은 형태가 물개나 물범이란 것도 재밌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란 주장을 그냥 무시한다. 여기에 살짝 종말론을 암시하는 부분도 넣었다. 이 단편에서 편의점은 맛있는 음식들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류연웅의 <카라마조프 헤븐>은 읽으면서 프로듀스 101을 떠올랐다. 응모작에서 실제 있는 업체명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대충 예상 가능하다. 밤을 헤매다 우연히 깬 곳이 카마라조프 매장 이벤트 대기줄 1번이 되었다는 설정은 황당하다. 그리고 이 줄이 의미하는 바와 마케팅을 엮는다. 동시에 주인공의 아들이 사라졌다는 소식과 그의 캐리어가 연결된다. 편의점에 들어간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아주 행복한 공간으로의 진입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가의 후기처럼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이다.


이아람의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는 편의점 알바 선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한라산에 외계물체가 떨어졌고, 이것이 여자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 물체의 일부가 여성의 모습으로 선을 찾아온다. 이 환상적인 상황과 그녀의 과거 기억들이 교차한다. 그녀가 제주도로 내려 온 것은 이 아픈 과거를 잊기 위해서다. 약속된 일자리는 사라지고, 편의점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한 편의 스릴러처럼 변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전개다. 하지만 인간의 공포와 욕망 너머의 존재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여운은 남긴다.


정세호의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는 편의점 점주가 주인공이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폐점하려고 해도 위약금 문제로 닫을 수 없다. 불공정 계약의 대표적인 형태다. 이런 그에게 어느 날 늦은 밤 낯선 존재가 찾아온다. 그와 계약을 맺는데 이때부터 매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는 이들이 두려워 편의점을 닫으려고 한다. 당연히 본사 담당은 협박하고 달래면서 말린다. 다른 두 입장이 충돌한다. 실제 작가가 3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했다고 하는데 그 경험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이 존재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함께 퇴근하는 그를 보면서 두 계약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산화의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는 초대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이현상청 소속 공무원 우모린이 주인공인데 이 놈이 상당히 특이하다. 그의 과거와 현재 애인들을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현 애인 비희는 일루미나티가 운영하는 제3광명신제품연구소 직원인데 변신 파충류 인간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인류가 먹을 수도 있는 식품을 만들어 편의점 등에 공급한다. 그런데 배송 실수로 가지 말아야 하는 제품이 편의점에 들어간다. 환각 작용을 하는 앙버터 삼각김밥을 기이현상청에서 모르게 수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그의 이전 애인들(역시 인간이 아니다) 도움을 받는다. 유쾌한 활극이 벌어지고, 예상한 결말로 이어지는데 재밌다. 우모린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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