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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빕니다

[도서] 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2013년에 나온 <오픈>이 제목을 바꿔 나왔다. 이 사실이 작가의 이야기에 나온다. 보통 인터넷 서점에 이런 정보가 잘 올라오는 편인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김이환 팬이라면 참고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마 작가가 장편들을 낼 당시 이런 장르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장편은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관심을 두고, 가끔 사 놓는다. 집에도 몇 권이나 있다. 읽어야지 하면서 늘 미루어 두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단편들은 여기저기에서 읽었지만 장편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솔직히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데는 작가 이름 때문이다. 최근에도 그의 단편들이 여러 앤솔로지에 실렸고, 그 중에서 몇 편을 읽었다. 기대한 만큼의 완성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그 단편집들의 성격도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단편집도 연작이지만 묵직한 느낌보다 가볍고 익숙한 내용들의 변주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야기 속에 전래동화 제목이 나온다. 작가 이야기에도 전래동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들을 좋아한다. 낯익은 이야기를 낯설게 느끼게 만들면서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는 작업들 말이다. 


열 편의 연작 단편들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얀 상자다. 이전 작품에서 <오픈>이란 제목을 붙였는데 이 상자 위에 open이란 단어가 있다. 빈 상자이지만 자신의 소원을 빌면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대가는 있다. 그런데 작가는 이 대가 부분을 각각의 단편에서 다르게 풀어낸다. 첫 단편 <그의 상자>에서는 부모가 가장 바라지 않는 부분으로, <다른 사람의 상자>는 더욱 끔찍한 결말로 이어진다. 하지만 어떤 단편들은 유쾌하고, 기발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읽으면서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텐데 생각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잠시 되기도 했다.


하얀 상자와 ‘행운을 빕니다’라는 말이 엮일 때, 나의 일상에서 불만이 폭증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아쉬움이 강하게 남고, 결정 장애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도 가능하다는 부분이 재밌다. 물론 선택이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다. <아들의 상자>는 한 심리학 문제를 노골적으로 이야기 속에 풀어놓았다. 개인과 대의란 전통적인 문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사고 실험이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나의 삶을 조금 더 즐길 수 있게는 만들 것이다.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가장 잔혹하게 다가온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상자>였다. 도입부와 마무리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하나의 사건과 그 사건의 내용이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몰라도 되는 부분을 알게 되면서 겪게 될 그 상황을 생각하면 그 처참하고 잔혹한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마 이런 작품들이 더 나왔다면 이 단편집 전체 분위기가 바뀌었을 것이다. 반면에 <노인의 상자>와 <아내의 상자>는 현재의 삶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때 하지 않아 느낀 아쉬움과 그리움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아내의 상자>는 앞에 나온 아홉 편을 소설 속에서 간단하게 정리까지 해준다. 


전체적으로 밀도가 높은 단편들은 아니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게 쓴 글들이다. 그 목적에는 맞다. 가득 채운 이야기가 아니고, 전래동화 등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나의 상상력이 충분히 덧씌워질 수 있었다. 실화도 있다고 하니 한 번 검색해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구성이 아니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이 부분에서 개인적인 호불호가 생길 것 같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와 성별 등은 이 단편집의 또 다른 재미다. 시간 내어 장편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올해 안에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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