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예스24X문화일보 국민서평프로젝트
완전한 행복

[도서] 완전한 행복

정유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정유정 선생님의 소설, 행복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한 여자의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 완전한 행복을 읽었다.
이 이야기는 유나, 그녀의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입을 빌리지는 않는다. 화자는 그녀의 주변 인물, 특히나 정서적 착취와 학대를 당한 희생자들을 화자로 내세운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모든 사건의 원흉인 그녀의 괴상한 행복론을 들여다보면 혈육이 제 혈육을 죽이고 그 죽음의 목격자가 되어야하는 비극이 왜 반복되어야 했나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최상 가치인 완전한 행복을 위해 이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교묘히 그러나 잔인하게 제거해 나간다.
그녀라는 단 한명의 냉혈한 포식자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 그녀의 딸, 남편, 그리고 언니의 시선을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독자는 매번 다른 화자에게 이입되면서도 또 매번 희생자의 참담함과 공포 그리고 좌절을 느껴야 한다. 독자는 포식자인 그녀의 시선에 오롯이 노출된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그녀가 포식자임을 강렬하게 암시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정체를 단번에 드러내진 않는다. 풀숲에 몸을 숙이고 사냥감을 노리는 육식동물의 존재를 서서히, 끈기있게 보여준다. 포식자에게 희생되는 연약한 동물과 같이 그녀의 희생자들이 그녀의 광기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녀의 행복론을 위한 제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지가 주변의 모든 이를 정복하길 원한 그녀는 포식자이자 지배자였다. 어린 시절의 그녀를 직접 부양하지 못하고 조부모의 품에 맡겨야 했던 부모와 언니인 재인을 죄책감으로 휘두르고, 남편은 육체적, 정신적 폭력과 강요로 세뇌하려 했다. 본래 자아가 형성된 완전한 타인을 지배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렇지 않았기에 불행의 가능성으로 지목되고 그녀의 세계에서 제거되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딸 지유는 온전한 지배가 가능한 존재처럼 보였다. 지유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두려움이자 지유의 세상을 검열하는 규칙이며 종교이자 사상이었다. 복종에 익숙해 자아가 거세된 아이, 그렇게만 보였다. 요망한 생쥐가 그 규칙을 깨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요망한 생쥐는 지유의 자아이자 본인 의지다. 그녀가 지유의 태생적 보호자로서 딸의 삶 전체에서 작은것까지 규제하는 절대적 지배자로 군림하였지만 결코 지유의 자유 의지를 꺾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질은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살아가길 갈망하는 것이 아닐까.
나를 송두리째 휘감아 내달리는 전개에도 [완전한 행복]을 읽는 중간중간 남은 페이지를 헤아려보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더 그녀의 만행을 감내해야 하는가. 읽는 내내 나는 피해자이자, 그녀를 어서 빨리 엄벌하고 싶은 심판자였다. 소설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책에서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그동안 그녀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어린 소녀를 벗지 못했던 재인, 그녀를 만나면서 자유 의지와 선택권, 결국은 아들까지 빼앗겨야 했던 은호, 삶의 절대자로 군림하는 그녀에게 모든 삶을 지배당했던 지유, 그리고 그녀가 모든 갈등과 감정을 생과 사를 넘나드는 폭력으로 부딪치고 폭발한다.
그 격렬함 끝에 남겨진 나는 그녀에게 희생된 이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