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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도서]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정영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정영문 작가의 소설이 처음은 아니라서, 충분히 마음가짐이 된 덕에 썩 당황하지 않고 읽는다. 문장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져 듣다보니 무슨 말인가 싶다거나, 문장의 앞뒤 호응이 불안하다거나, 앞에 하던 말을 수시로 취소하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글을 읽으니 당혹스럽다는 몇몇 독자가 가끔 작가에게 저주에 가까운 푸념을 하는 것은 정영문 소설에는 흔하고, 정영문 소설이 아니라도 만연체 소설들,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에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네 일상의 말은 어떤가.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하던 말의 문맥을 놓치거나 했던 말을 잊고 반복하거나, 문장의 호응을 완전히 맞추지 못하는 식으로 문법을 어기거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쓰거나 철자와 발음 규칙을 지키는 데 실패한다. 그러는 상대가 우리 앞에 일을 때 우리 반응은 어떤가? 또 어때야 하나? 일일이 면박을 주고 지적하는가? 흔히 우리들은 그것이 저 사람 특유의 말투구나, 하고 판단하면서 의연히 대화를 이어나가는 식이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소설의 문장은 짧고 간결해야 했으며, 문법적으로 완벽해야 했던 것일까? 왜? 책이라서? 게다가 빤히 작가가 그러한 방식의 글쓰기를 고의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모를 수가 없음에도, 그들의 시도를 향해 마치 실정법을 어기고 위해를 가하는 범인을 대하듯 눈을 부라리는 모습을 나는 자주 발견한다. 우리는 소설도 읽지만 시도 읽고 있다. 나도 그렇고. 가끔은 시가 내 독서에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아닌가 싶게 읽는 편인데, 어쨌거나 현대시에 익숙한 독자라면 정영문의 소설쯤은 난해할 구석도, 심심할 구석도 전혀 없지 않나 싶다. 대중음악, 예컨대 '랩'과 같은 장르의 노랫말을 향하여 '간결할 것', '문법에서 벗어나지 말 것', '호응을 분명히 할 것', '말장난하지 말 것', '내용이 분명하고 유의미할 것'이라며 제한을 가한다면 분명 우리는 커다란 즐거움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다. 문학과 소설에서 문장부호를 고의로 안 찍어서, 허무맹랑해서, 주제가 텅텅 비어서 나쁠 건 또 뭔가? 결혼하고 아이를 일부러 낳지 않기로 결정해서, 밤낮을 거꾸로 살거나 고정된 직업을 고의로 갖지 않아서, 주가가 고공행진한다고 사회가 들썩일 때 주식을 손대지 않고, 아파트 청약을 넣지 않고, 남들 다 굴리는 차 한 대 굴리지 않고 굳이 걸어다닌다고, 남들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직장을 중간에 때려치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앞날이 뻔한) 글이나 끄적이는 사람이 있다 한들 나쁠 건 또 뭔가? 모든 문법과 사회의 유행과 흐름을 따른 글이, 그러는 삶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정말 나쁘다고, 필요없는 것이라고 과연 누가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정영문의 소설을 보는 시간 만큼은 그릇이 엎어지며 쏟아진 어쩔 줄 모르는 물처럼 잠깐이나마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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