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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cher in the Rye

[외서] The Catcher in the Rye

J. D. Salinger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의 페이퍼백 원서입니다. 포켓 버전 또는 Mass Market Paperback이라고 부르는, 우리나 일본에서는 '문고판'이라고 불리는 작은 판형의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쁜 수첩처럼 귀엽습니다. 다른 페이퍼백 원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비닐 패킹까지 되어 도무지 뜯을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뜯지 않고 소장해두고 싶은 유혹이 드네요. 제가 유독 이 정도 크기의 페이퍼백 책들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으면 읽을수록 '추천 청소년 도서'쯤으로 취급할 책이 절대 아니라는 감상이 듭니다. 부득이하게도 청소년 시절에 읽지 못하는 바람에 성인이 되서 읽은 기분을 비교해드리진 못하겠습니다만, 성인이 된 저는 몇 년에 한 번씩은 홀린 듯 다시 읽는 책입니다. '청소년 도서'가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성인'이 읽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생활을 핑계 대고, 세상을 변명으로 삼아, 관례와 습성을 타협의 방패 삼아 살아가려는 자신의 모습이 별안간 부끄러워질 때, 그래서 벽에 머리를 쳐박고 싶어질 때, 남들은 모르는 개인적인 수치심에 휩싸여 숨고 싶어질 때, 우린 홀든 콜필드를 찾아가게 될 겁니다. 세상의 천박함과 싸우는 일이 힘에 부칠 때쯤 우린 홀든을 떠올릴 겁니다. 우린 떠나왔지만 그는 책 속에 언제까지나 있을 테니까요. 그저 책을 펼치고 그를 만나면 됩니다. 귀여운 여동생 피비도  만날 수 있겠죠. 이 책이 있는 한 우리에겐 용기를 잃을 권리가 없습니다. 포기할 권리도 없습니다. 홀든이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처럼 우린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찾아 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현실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세상은 환상입니다. 너무 깊이 취해 있던 추함과 속됨의 환상을 털어버리고 그저 뭔가 신나는 새로운 환상을 심는 것으로 우린 세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은 늘 꿈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역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은 어른들에 한해서만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그러니 우린 얼마나 행운아인지요.

며칠 전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는데 정말 가슴이 뛰더군요. 영화를 잘 만들었네 못 만들었네 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미 빠져들었습니다. 영화 속에 샐린저의 환상이 있었고, 홀든이 있었고, 바로 제가 구입한 책의 디자인과 똑같은 저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 표지 그림이 장면 여기저기에 등장했습니다. 다른 버전의 번역서와 여러 다양한 표지로 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 왔지만, 이건 정말 독서가의 부적 같은 의미로 한 권 들여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막 들었던 겁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소비네요.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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