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나이 마흔이 되었다.
아직 생일은 지나지 않아서 꽉찬 마흔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나이로 마흔이다.
나이가 마흔이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마흔이 된 요즘 그 말이 자꾸 생각난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흔적, 내면의 상태가 다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은 아동문고이지만,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부당함, 여전히 느끼고 있는 불평등, 여자에게 특정부분에 있어서 아직도 강요되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과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다.
처음엔 주인공인 가영이에게 까다로운 언니가 있고, 그 언니는 자기뜻대로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이기적인 성격이라, 무던한 주인공이 집안의 평화를 위해 주로 양보하는 그런 점이 나의 어릴적과 비슷해서 많은 공감이 되었고, 나중엔 마흔이 되어서야 꿈을 찾아가는 엄마의 모습에서 현재의 내 모습과 대비되면서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기보다는 엄마로서의 삶에 충실해야한다고 엄마본인도 대다수 주변사람들도 생각하고 있고, 엄마지만 한 인간으로서 뭔가 해보려고 하면 가정주부나 엄마의 일에 소홀해질까봐 주변에선 그리 달가와 하는 분위기가 아닌것도 사실인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가영이엄마도 뒤늦게 자신의 일을 하게되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하다.
하필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린시점에 일을 시작하는게 간호하기 싫어서그러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남편, 같은 여자이지만 평범한 자신들의 엄마로 살아주길 바라는 두딸, 그리고 역시나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시누이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나도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 권리가 있는데,그리고 가족이라면 그런 꿈을 밀어주고 지지해줘야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유독 가족구성원 중 엄마의 경우만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걸까?
가영엄마가 무작정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치매환자인 시어머니를 돌볼 당번도 정해놓고, 집안일도 하면서 일을 하는 건데도, 남편은 마치 가영엄마때문에 시어머니가 더 아파지기라도 할듯 몰아세우고 끝까지 지지해주지 못한다.
가영엄마말대로 며느리가 집에 하루종일 있는다고 시어머니가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마흔이란 나이는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100세를 바라보는 요즘세상에 그리 늦은 나이도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른 채 무료하게 살아가는 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꿈을 찾고, 이루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지지받아야 마땅하단 생각이 드는데, 그게 남의 부인이면 좋은 말 해줄 수 있을텐데, 막상 자기 아내가 그런다면 남자들은 자신에게 혹은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싫은 내색을 하는 것 같다.
내 남편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 그 점이 항상 서운하다.
부부라면 당연히 서로의 꿈을 지지해줘야 한다는데, 그걸 못하게 막는다면 이 세상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엄마들은 얼마나 될것이며 그 밑에서 자라는 아이 중에 꿈을 이루는 아이는 과연 또 얼마나 될까?
남자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고 한다.
부모가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식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남편이 달가와하지 않더라도 나는 오늘도 나의 꿈을 찾고 이루기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