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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로운 식탁

[도서] 탄소로운 식탁

윤지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몇해 전 나는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 불린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은 북한 등을 지칭하는 '악의 축'과 같은 강도로 나에게 펀치를 날렸다. 세상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백해무익한 존재 그리하여 종내 없어져주면 고마울 그런 대상에게 던져지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치욕적인 평가를 받은 이후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 '놀랍게도' 정부는 2001년부터 매 5년마다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해왔다(중략) 그들만 아는 그들만의 정책이어서인지 3차 계획에서 설정했던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4차 계획을 수립했고, 4차 계획에서 잡은 2020년 목표는 3차 계획에도 못 미치는 것들이 상당수다(188쪽)

물론 거기에는 국민으로서의 행동과 요구 그리고 감시가 부족했던 탓이 크다. 나라 탓만 할 것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환경에 대한 사회 인식 전반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기사만 보더라도 기업들이 연신 환경 관련 경영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낱 제스처에 불과할지라도 환경이 곧 생존과 직결된다는 단순한 논리가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쩌면 여전히 공장이나 자동차 등만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초래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육식이 기후위기와 관련 있다는 정도의 사실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농업이나 어업 등도 기후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구체적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즉, 우리 가족 식탁 위 먹거리 자체가 기후위기를 감수하고 생산 및 유통되어 나의 소비행위를 통해 마침내 차려진 결과물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문제였다.

육식하는 인간을 위해 사육되는 소 한 마리가 트림(방귀)으로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자동차가 경부고속도로를 40번 달리는 동안 뿜어내는 양만큼 많다(90~91쪽)고 한다. 온실가스로 가득찬 돼지의 똥오줌도 심각한 수준이다. 나는 고기파가 아니므로 남들보다 육식 횟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했고, 실상은 내가 먹는 온갖 과일 및 채소류 역시 온실가스를 토대로 생산되고 있었다. 글로벌 온실가스의 약 20%가 농업 부문에서 나오는데, 이 가운데 축산업에서 직접 배출되는 양(트림, 분뇨)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경종농업, 그러니까 씨 뿌리는 농업에서 나온다(162쪽). 심지어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을 갈아 엎는 행위도 흙이 붙잡고 있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유기물(탄소) 가득한 부식토가 지표로 올라오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20%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168쪽).

어업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년에 한국인이 소비하는 어패류 양은 68.1kg이라고 한다(미국 23.7kg, 중국 39.5kg). 상황이 이러하므로 우리나라 어선은 정부의 면세유 혜택으로 먼 바다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고, 양식장에서는 광어가 주사까지 맞아가며 우리 입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총 어획량에서 양식업은 2005년 40%가 안 됐는데 이제는 60%도 넘는다(251쪽). 이러한 현실의 문제점은 양식장 온실가스의 39%는 먹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먹이 원료를 공장으로 가져와 가공하고 양식장으로 운송하는 과정까지 다 포함하면 먹이 관련 배출이 전체의 57%에(257쪽)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환경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굶어 죽어 입이라도 줄여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아마 저자도 마찬가지 마음이었을 것 같다.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이 준비가 덜 되어 환경을 위해서는 필요함에도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시설 설립을 반대하는가 하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대안활동을 펼치는 분들도 분명 존재했다.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돼지농장주, 커피찌꺼기를 수거해 축사 냄새도 잡고 냄새 안 나는 퇴비도 만드는 사람, 땅에 물을 대지 않고 볍씨를 뿌려 무경운 농법으로 쌀농사를 짓는 농부까지 그게 가능해 라는 생각을 현실화하여 실천하는 분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했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정말 우리 사회가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례들이었다.

환경문제에 극도로 민감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노력은 한다는 마음으로 사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선량한 개인의 노력은 사회 시스템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므로 "나는 노력하는데, 노력하는 '나'들이 모여 기후악당이 되는 나라. 이런 모순이 생긴 건 나의 노력을 제도화하려는 목소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소비자로서 저탄소 먹거리를 고르고, 시민으로서 탄소를 줄이는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 그 두 가지가 탄소를 발생시키는 '탄소로운 식탁'을 바꿀 것이다(335쪽)"고 간곡한 어조로 말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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