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책꽂이에 넣어둔 일기장을 꺼낸 것 같다.가만히 숨겨뒀던 그날의 날씨, 옷차림, 냄새, 기분을 꺼내서 촤륵 펼친 것 같다.그래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고 약간 아릿했고, 이젠 추억을 꺼내 슬쩍 웃는 나이가 된 것이 조금 서운했다.이 나이 먹도록 이룬게 없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한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안다. 특별하지 않았고, 드라마틱한 반전이 나에겐 없었지만 매일의 작은 반짝임들이 날 이루고 있음을.이 책은 그런 내 생각과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한참을 가만히 웃었다.그리고 다시 일기를 써볼까하는 생각을 했다.그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