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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도서] 피프티 피플

정세랑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제목은 쉰 명이지만 실제로는 51명이다. 한 명이 더해졌지만 제목을 피프티 원 피플이라고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한 명을 다루는 글에 몇 명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실제 인물은 더 많다. 물론 인물들은 중첩해서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 구상을 할 때 제목을 모두가 춤을 춘다로 했다고 한다. 인물들이 춤추거나 몸을 움직이는 장면들을 모두 넣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원을 춤추게 하는 데는 실패하는 바람에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인물들이 춤추거나 춤추듯 아름다운 움직임을 할 때 마음이 움직였다. 그런 장면이 꽤 된다.

 

주요 공간 배경은 수도권 대학병원이다. 거기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보안요원, MRI 기사, 이송기사, 인포메이션 담당자, 홍보부 직원, 해부학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닥터 헬기 기사, 공중보건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병원 설립자 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사연까지 더해진다. 암에 걸린 엄마를 둔 예비 신부 송수정, 화물차에 남편을 잃고 화물 연대 시위자에게 먹을거리를 전하는 정유라, 예전에는 해외 의료봉사를 했지만 나이 든 이제 한 달에 한 번 달동네로 찾아가는 의사 이호,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공통된 평을 받지만 해바라기센터를 맡아 운영하는 의사 이설아가 마음에 남았다.

 

결혼식을 가장한 장례식이었다. 근사한 장례식이었다.

누군가 한복 칭찬을 한 모양이었다. 엄마가 고전무용을 하듯이 한쪽 손을 멋들어지게 들고 그 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바퀴 돌았다.

사락사락.

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12,송수정)

 

사람들이 팸플릿을 받지 않아 별로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았다. 유라가 샌드위치 봉투를 건네자 당황해했다. 일단 건네받은 다음 어떤 설명을 바라는 얼굴이었지만 유라에겐 설명할 여력이 없었다. 봉투만 넘겨주고 길을 건너서 덕수궁으로 갔다. (54,정유라)

 

파도가 부서질 줄 알았는데 계속되었다. 평생 그랬다. 유학생 출신답게 호 선생은 생각했다. ‘그레이트 라이드였다고. 그 좋았던 라이드가 이제 끝나간다. 그렇다면 나눠줘도 좋을 것이다.

내가 운을 좀 나눠줄게. 악수.” (118,이호)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진 채 다친 동물처럼 실려온 여자들에게, 아이들에게 그 일이 이제 지나갔다고 말해주면서 1년이 갈 것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또 바보 같은 소리를 할 테고, 거기에 끈질기게 대답하는 것도 1년 중 얼마 정도는 차지할 테다.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누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렸다. 본관의 입원실 낮은 층 창가에 있던 사람이 잠깐 망설이더니 설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설아도 마주 흔들어주었다. 창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만은 다정했다. (266,이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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