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꿈결에 시를 베다

[도서] 꿈결에 시를 베다

손세실리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홀딱새

 

 

숲해설가와 함께 방태산 미산계곡에 들었다

낱낱의 사연과 생애가 사람살이와 다를 바 없어

신기하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하지만 발을 떼는 족족

소소한 것들까지 시시콜콜 설명하려드는 통에

골짜기 깊어질수록 감동이 반감되고 만다 게다가

비조불통 기막힌 풍광 앞에서는 소음과 진배없다

서로 불편한 기색 감추기에 급급할 즈음

새 한 마리 물푸레나무 허공을 뒤흔들어댄다

검은등뻐꾸기라며 강의를 재개하려 하자

누군가 볼멘소리로 막아서며

 

딴 건 몰러두 갸는 지가 좀 알어유 홀딱새여유

소싯적부텀 그렇게 불렀슈 찬찬히 함 들어봐유

홀딱벗꼬 홀딱벗꼬어뗘유 내 말이 맞쥬?

 

다소 남세스럽지만 영락없다

육담이려니 흘려들었는데 아니다

기막힌 화두다

 

생의 겹겹 누더기 훌훌 벗어던지고

가뿐해지라는

 

 

검은등뻐꾸기는 머리와 목이 뻐꾸기와 비슷한 청회색이지만 몸윗면과 날개는 갈색 기운이 강하다.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고, 우리나라에 4월 하순에 찾아와 번식하고, 9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굴업도에서, 파주삼릉에서, 제주도 숲에서, 해마루촌에서 우렁찬 소리를 들었지만 사진기에 담지는 못했다. 그만큼 눈으로 직접 보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홍때까치, 검은바람까마귀, 대륙검은지빠귀, 긴꼬리딱새, 검은딱새, 물까치 등 매우 다양한 둥지에 탁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는 물까치 둥지에 탁란한 사례가 있다. 뻐꾸기와 달리 개방된 곳에 거의 나오지 않고 숲속에서 생활한다. 4음절의 우렁찬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4음절로 홀딱벗고, 홀딱벗고로 들린다.

 

방태산은 미산계곡(美山溪谷)은 내린천 상류인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일대의 10km에 이어진 물줄기로 이름 그대로 산세가 빼어나고 물 맑은 오지다. 그곳에 가면 눈과 귀가 열리고 온몸의 문이란 문은 다 열리게 된다.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길 안내자는 그저 그곳에서 다치지 않게 잘 돌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숲해설가는 달랐나 보다.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려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자 검은등뻐꾸기가 소리를 내자 이름을 아는 한 동행이 나섰나 보다. 홀딱새라고 말한다. 시인의 눈이 반짝인다. 그것을 육담으로 듣지 않고 생을 가뿐하게 살아가라는 화두로 받아들인다. 일상을 시로 순간이동시키는 시인의 눈이 미덥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