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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넓이

[도서] 혼자의 넓이

이문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메타세쿼이아

 

 

당신

당신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

곧추서 있습니다

 

멀리서

여기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큰 키입니다

 

혼자서는

견디지 못해 여럿입니다

기다리기 힘들어지면

여럿이서 더 먼 데를 바라봅니다

 

행여 어두운 밤길에 오르시면

길 밖으로 나가실지도 몰라

이렇게 바투 선 두줄입니다

 

이토록 높고 나란한 우리는

저마다 온몸이 눈이고 귀입니다

 

오지 않는 당신 때문에

여럿이면서 하나입니다

하나이면서 여럿입니다

 

 

이문재 시인이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하도록 이끈 것 중 하나가 나무였다. 단지 외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양옆으로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있었다. 우듬지가 아파트 7층 높이까지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시인은 시간이 나면 그 길을 걸었을 터. 내가 자주 걷는 공원에도 길 양옆으로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있다. 몇 해 전에는 오색딱따구리가 거기서 번식했다.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누룩뱀이 둥지 안에 있는 새끼들을 잡아먹는 야생의 공간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말똥가리가 찾아와 그곳에서 가장 높은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에 앉아 둘레를 살핀다. 올 여름에는 파랑새가 자주 나무 꼭대기에 앉았다. 어미가 꼭대기에 앉아 바라보는 나무 중간쯤에 어린새들이 앉아 있었다. 시인은 나무 특징을 선명하게 짚어 독자가 메타세쿼이아를 떠오르게 한다.

 

이번 시집은 제목처럼 혼자에 관해 집중 이야기한다. 표제작도 시인의 말혼자. ‘혼자가 제목에 들어간 작품만 보더라도 혼자와 그 적들」「우리의 혼자」「혼자 울 수 있도록이 있고, 밤의 모란」「향월암(向月庵)」「생일 생각」「활발한 독거들의 사회」「소로의 오두막혼자를 내용에 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사회상을 아프게 드러내고 있다. 이십삼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 반대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스마트폰 전원을 끈 행동(스트라이크) 역시 혼자가 되어 보려는 몸짓이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피고 지는 꽃에 관해 무릎을 치게 만든 모란, 어금니와 엄니라는 말장난으로 어머니에 관한 그리움을 빼어나게 쓴 발치(拔齒)가 깊이 공감되는 까닭은 이문재 시의 본령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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