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앞에서 처음 본다고 생각하는 책이라고 여기고 '엄마학교'를 집어 들었다. 집어 들면서 제목이 그래도 낯이 설지는 않다고 여기면서 집어 들기는 했는데, 읽다보니 여기저기 페이지가 접혀 있었다. 역시나 큰아들 작은아들이 어릴 때 이 책을 다 읽었던 것이었고, 그 당시에는 서형숙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부럽다고만 생각하면서 언제 한번 서형숙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고 십여년이 지난 지금, 큰아들의 졸업을 목전에 두고 <엄마학교>를 펼쳐 들었고 책의 내용에 좀 더 공감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무조건 놀아야 한다고 한다. 충분히 논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에 대한 계획과 여행도 할 줄 알게 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학교 생활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놀아본 아이가 학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선행보다는 적기에 맞는 공부를 함으로써 선생님과의 관계도 보다 더 원만하게 지낼 수 있어 생활도 훨씬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한다. 학교 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으니 진로 문제도 보다 수월하게 풀리는 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엄마학교> 책을 읽을 때 이 대목에서 속으로 그저 부럽다를 외쳤던 기억이 났다. 얼마 전, 졸업을 앞둔 큰아들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졸업식에서 큰아들에게 표창장을 주노라 하는데,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서류에 대리 서명을 해도 되냐는 문의 전화였다. 표창장 주겠다는데 마다할 부모 어디있겠나 싶어 그저 감사하다고 하고 동의했다. 그날 기억이 나서 이 대목을 읽으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6년 동안 좋은 라포를 형성하면서 지내 준 아들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서형숙 선생님처럼 그저 아이들은 초등 때 놀아라 주의의 참을성 넘치고 너그러운 엄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들, 부모님들의 도움 받아 이렇게 심성 곱고 착실하고 성실한 아이들로 자라준 게 그저 고맙다고만, 감사하다고만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읽은 <엄마학교>는 아직 전반전도 치르지 못한 엄마로서의 우리가족의 성적표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둘째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다시 읽게 되면 또 한번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