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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이야기

[도서] 불쾌한 이야기

레옹 블루아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김계영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작가에 대하여 알고 싶어서 그의 작품을 읽거나 거꾸로 책을 통하여 저자에 대하여 알아가는 과정은 독서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서 28번째로 소개하고 있는 레옹 블루아의 작품들을 읽고나니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떠오른다. <불쾌한 이야기>로 명명된 이 책 속에는 그의 단편들이 꽤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비단 그가 생소한 작가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상하리만큼 각 작품이 주는 의미가 왠지 불편하게 느껴진다. 때때로 책의 제목처럼 불쾌함마저 느끼게 된다. 이 시리즈를 통털어서 하필 왜 이 작품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교회에서 우연히 자신의 어머니가 허브차에 독을 타서 누군가를 죽이려는 고해성사를 듣게 된 주인공이 집에 와서 자신에게 허브차를 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결국 자신이 그 대상이었음을 깨닫고 죽음에 이른다는 <허브차>. 상당히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고해성사에서 어머니가 죽이려는 대상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짧은 분량으로 인하여 너무나 빨리 그러한 반전의 결과를 접하게 되고 심지어 그러한 결과에 다다르기 전에 이미 그러한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반전의 효과는 미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에 왠지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레옹 블루아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였기 때문에 작품들을 통하여 그를 알아가려는 과정은 그래서 쉽지가 않다. 차라리 레옹 블루아라는 작가에 대한 간략한 약력을 접하고 난 뒤에 그가 왜 이런 작품들을 집필하였는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눈에 들어온 그의 삶의 한 모습은 다음과 같다.

 블루아는 부르주아 세계, 그의 눈에 부르주아에게 봉사하는 공범자로 보였던 성직자들과 공식 문학에 대항하며 철저히 단절된 태도를 보였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 p. 164 中에서 -

 보불전쟁에 참전하였다가 프랑스의 패배로 인하여 군에서 전역한 이후 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파리에 머물게 된 그에게는 아마도 당시 상황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예술적 열정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블랙 유머를 통한 불쾌함을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허브차>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슬픔과 허무함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 재혼을 위하여 병든 아들을 독살하는 끔찍한 범죄에 대하여 아들은 증오가 아닌 슬픔과 실망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당시 사회에 대한 레옹 블루아의 냉소로 느껴지게 된다.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자신을 위하여 너무나 당연하게 죽음에 다다르게 만드는 <그 집 늙은이>라는 작품이라든지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딸과 사위에게 끔찍한 복수를 가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순교자>는 사랑으로 맺어져야 할 가족을 끔찍하면서도 잔혹한 이야기의 대상으로 바꾸고 있기에 이 또한 불쾌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신이 속한 사회, 그리고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던 문학계에 대하여 스스로 단절된 태도를 가졌던 레옹 블루아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이 작품들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이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글을 읽고 느낀 감동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서 불쾌감이 생겨난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에 마냥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소중하게 보살펴 준 누이가 바다에서 실종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어두운 거리에서 매춘부가 되어 주인공과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그가 자신의 남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라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그러한 불쾌감을 절정에 이르게 만든다. 오누이의 지고지순한 관계를 순식간에 거리를 배회하는 남자와 그를 유혹하는 매춘부로의 만남으로 변질시키는 이러한 시도는 불쾌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보르헤스는 왜 레옹 블루아라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 것일까? 그는 레옹 블루아의 작품의 표현들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블랙 유머임을 말하면서 그를 블랙 유머의 창조주로 평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반감과 단절로 인하여 어쩌면 일반인이 보는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블랙 유머라 칭할 수 있는 표현들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은 문학의 다양한 분야와 연관지어 생각해본다면 나름의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 시리즈가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레옹 블루아의 작품들은 그러한 장르와 궤적을 공유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이러한 블랙 유머가 문학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 역할을 바로 레옹 블루아가 담당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아마 이러한 레옹 블루아에 대한 평가는 납득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르헤스 역시 이 책의 제목을 <불쾌한 이야기>라고 칭하였는지도 모른다. 좀더 깊게 읽어본다면 이러한 불쾌감이 의미하는 바를 또 다른 차원에서 달리 해석할 수 있으니 그것이 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은 제목처럼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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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불쾌한 이야기를 작가의 심리상태와 연결지어 불랙유머로 풀어내는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2017.11.30 21: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이런 취향의 글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시리즈로 읽다보니 어쩔 수 없이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불쾌감이 생각의 전환으로 인하여 또 다른 느낌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내재된 가능성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니 나중에 다시 읽어보게 된다면 여전히 불쾌감으로만 남아 있을지 아니면 블랙 유머가 주는 풍자와 재미에 공감할지 생각해봐아겠어요. ^^

      2017.12.01 11:00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레옹 블루아라는 작가의 작품이 인간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내면의 악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네요.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오히려 생각할 점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것 같아요.
    블랙유머로 치부하기엔 인간의 비극성이 크게 다가오네요.

    2017.12.01 20:4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사실 작품에서 분량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나 싶지만, 아그네스님 말씀처럼 인간 내면의 악과 부조리에 대하여 다루고자 하였는데, 워낙에 분량이 짧다보니 블랙유머라는 표현으로 함축하여 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목처럼 조금은 불쾌한 느낌이었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

      2017.12.02 07:46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불쾌하군요. 그게 더더구나 가족이라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따듯하고 신뢰해야는 관계를 이렇게나 찢어발기는 관계가요.

    2017.12.01 22: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처음 읽으면 확실히 불쾌감이 느껴지더군요. 더구나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울 수 있는 가족을 소재로 비극적인 결말을 이끌어내는 그 과정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극단적인 이야기의 전개 과정 중에서 제가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 있을까 염려되어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

      2017.12.02 07:52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