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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도서]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저/김선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그는 해안에 상륙하여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가 전사하지만, 다시 죽음 이전으로 되돌아가서 똑같은 상황을 무수히 반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타임루프가 그리 낯설지 않지만, 클레어 노스[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이 익숙한 설정을 통하여 색다른 내용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 특히 장르가 SF소설이기에 이러한 설정이 식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설정에 대한 작가 나름의 세밀한 설정과 더불어 SF와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철학적인 내용들을 차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기존의 SF와는 다른 느낌이다. 또한 과학에 대하여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주어진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 죽음의 시기와 형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작은 항상 똑같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해리가 각기 다른 죽음을 맞이하지만, 1919년 1월 1일 기차역 화장실에서 헐너 집안의 사생아로 태어나는 점이 항상 같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작품의 설정에 기인하게 된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삶에 대한 것들을 기억해낼 수 있다는 점은 해리는 물론이거니와 독자로서도 이러한 반복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작품은 이러한 타임루프를 통하여 무언가를 이루려는 내용이 곧바로 전개되지만, 이 작품은 특이하게 왜 그러한 타임루프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리의 행보를 통하여 보여준다. 자신의 삶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 해리의 두번째 삶이 정신병원에서의 자살로 끝나는 사실은 그래서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독특한 용어들을 사용하는데, 이들 용어가 산스크리트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시간의 윤회 또는 반복을 뜻하는 '칼라차크라', 그러한 시간의 반복을 경험하는 사람을 제 꼬리를 집어삼키는 뱀을 뜻하는 '우로보란'으로 대체하고 있는 점은 단순히 표현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회와 반복이라는 내용이 불교와 연관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산스크리트어는 바로 이 작품이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SF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부분 ,심지어 불교로 대변되는 동양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랜키스의 주장을 통해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철학자들이 다중우주론에 특유의 진부한 논증을 적용하도록 허락하는 건 현대 과학 이론의 품격을 훼손하는 겁니다."

 - p. 111 中에서 -

 

 그래서인지 해리의 초반의 삶의 반복은 바로 그러한 칼라차크라에 대한 원인 규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번째 삶에서는 다양한 종교로부터, 네번째 삶은 의학, 다섯번째 삶은 물리학(과학)을 통하여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칼라차크라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버지니아를 통하여 우로보란이 자신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바로 이들이 크로노스 클럽을 통하여 은밀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들의 만트라(이 용어 역시 산스크리트어로 진리의 말이라는 뜻)복잡성 때문에 어떤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을 통하여 그는 우로보란으로서의 삶에 점점 적응하기 시작한다. 크로노스 클럽은 회원들끼리 은밀히 서로를 도와주면서 삶의 반복을 통하여 축적된 지식들을 공유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때론 어른에서 아이로 공유하면서 양방향으로 공유된 지식은 전 세대의 크로노스 클럽의 회원들에게 공유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과거에 한 회원이 인류의 미래에 개입을 하면서 많은 변화를 통하여 후대에 태어나야 할 크로노스 클럽의 회원들이 태어나지 못하게 된 끔찍한 사건을 경험하였기에 그들의 만트라에 충실하게 되는데, 해리의 열한번째 삶의 마지막 순간에 한 소녀가 세상의 종말이 앞당겨지고 있다라는 예언을 들으면서 이야기는 저자의 설정을 기반으로 팽팽한 긴장의 순간으로 향하게 된다. 우로보란의 각자의 삶은 분명 이전의 삶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지만, 그들이 속한 세계에 대한 미래에는 관여하지 않기에 세상의 종말이 앞당겨진다는 소녀의 전언은 크로노스 클럽의 내부 회원 중에서 클럽의 만트라를 무시하고 개입을 한 결과라고 판단되기에 그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과정이 삶의 반복을 통하여 전개된다.

 

 여기에서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또 하나의 기발한 설정을 추가한다. 무수히 삶을 반복하는 우로보란에게 있어서 과연 죽음은 무엇일까? 이들은 분명 죽고나면 바로 출생을 통하여 다시 삶이 반복되기에 불사의 존재로 비춰지지만, 저자는 이들에게도 한계를 부여하게 된다. 바로 망각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서 말이다. 망각은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죽음이다. 전기적인 충격을 통하여 그동안의 모든 반복된 삶에 대한 기억이 삭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태어나지만, 이전의 기억이 없기에 다시 처음부터 칼라차크라를 통하여 새로 기억과 지식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의 한계는 바로 출생 시점에 사산시키는 경우이다. 이는 아예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조치이기에 이들 우로보란은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부분, 즉, 태어난 날짜와 고향, 부모님에 대한 부분을 절대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거꾸로 우로보란을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하려면 그들의 출생에 대한 부분을 알아내야 함을 의미한다.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저자가 구축한 이러한 규칙 체계에서 SF적인 부분과 스릴러적인 요소의 결합에 따른 연속되는 반전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이러한 갈등이 보통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우로보란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게 된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과 확신에 대한 대안으로 바로 철학적인 사유의 개입을 지속적으로 논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저자가 구축한 이러한 틀은 분명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더불어 독자 스스로도 그러한 틀을 통하여 자신만의 칼라차크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지나온 삶에 대하여 다양한 가정법을 적용하면서 과거를 다시금 떠올리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하고 있으니까. 더하여 현실과 미래에 대하여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한계를 상상으로나마 다양한 루트로 개척할 수 있으니 저자의 상상력은 이 책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 이 리뷰는 출파사 미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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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리뷰를 쓰는게 쉽지 않아 보이는 이야기네요 이런 SF소설은 독자에게 그 환상을 믿게 하는 게 관건인데 이 소설은 그걸 해내나 봅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존재들! 그들이 무엇인가를 하게 되면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익히 봐온 설정인데 작가는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얼마나 이야기를 더 고민했을까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끝은 그들의 멸망인가요? 모든 기억을 삭제당하거나 아예 태어나지 못하는 것에 더한 무엇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2018.08.15 22:4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의 반전이라든지 그러한 음모를 꾸미는 존재를 언급할 수 없다는 점이 리뷰를 쓸 때, 참 힘들더군요.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도 있지만, 윤회 사상이라든지 인류의 미래에 개입하는 것에 따른 각각의 갈등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철학적인 관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매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한 틀을 비록 생각의 범위로 한정되긴 하지만, 저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 저자에 대한 공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궁금한 결말을 리뷰로 밝히지 못하는 것이 저도 아쉽네요. ^^;;

      2018.08.16 07:40
  • 파워블로그 산바람

    새로운 형식의 SF소설에 대한 리뷰를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반복해서 생을 살면서 지난 생의 기억을 한다는 것은 과연 행복일까? 아님 불행일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엄청난 변화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자 또한 그런 문제 때문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리뷰 재밌게 읽고 갑니다.

    2018.08.16 20:5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맞습니다. 산바람님 ^^
      저도 SF소설은 필립 K.딕의 몇몇의 작품을 읽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영화로 자주 접하는 SF하고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오히려 철학에 더욱 치중한 느낌도 들었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작품을 읽으면서 생을 반복하면서 계속 이전의 기억을 간직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곱씹어보게 되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18.08.17 08:15
  • 파워블로그 카르페디엠

    그냥 sf소설이라 생각했더니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었네요~ 철학적인 부분은 생각하기 쉽지 않겠지만 타임루프의 재미난 설정으로 큰 거부감없이 읽힐것 같아요^^

    2018.08.17 18:2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맞습니다. 이 작품은 왠지 과학과 철학에 대한 무거운 부분을 서로 보완하면서 상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의 반복이라는 설정은 철학적 사유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철학을 통하여 과학적인 전문 지식 없이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에요. ^^

      2018.08.17 18:3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