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살인을 예고합니다

[도서] 살인을 예고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저/이은선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오래전에 영국 드라마 [미스 마플]이라는 시리즈를 통하여 애거서 크리스티의 몇몇 작품을 접한 적이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탐정을 등장시켰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바로 미스 마플과 에르퀼 포아로일 것이다. 다른 캐릭터에 비하여 독특한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기에 각종 드라마와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었는데, [미스 마플]이 바로 그 중 하나이다. 여러 시즌을 거듭하면서 제작되었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물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 작품까지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살인을 예고합니다]도 그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로 보긴 하였지만, 꽤 오래 전에 보았다는 점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다시 읽어도 그 긴장감과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이번에 다시금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살인을 예고합니다. 시각은 10월 29일 금요일 6:30 P.M. 장소는 리틀 패덕스. 친구들은 이번 한 번뿐인 통지를 숙지하기 바랍니다.'

 치핑 클레그혼이라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배달된 '가제트'라는 지역 신문에 실린 이 광고 문구를 보면서 작품 초반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도발이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보통 범죄란 은밀히 진행되기 마련인데, 동네 사람들이 자주 보는 신문에 미리 살인을 예고하는 이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심지어 과연 이러한 살인 예고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갈지 작가에 대한 걱정과 동정심이 생겨나기까지 한다. 도대체 이러한 광고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살인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시간적 배경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예고 살인은 왠지 무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기사를 접한 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놀라웠다. 끔찍한 살인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것이 누군가의 장난이나 깜짝파티로 생각하고 블랙록 양이 주인으로 있는 리틀 패덕스에 호기심을 갖고 참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리틀 패덕스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던 미치라는 폴란드 출신 여성만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모이게 된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정말로 리틀 패덕스에서 예고된 것처럼 살인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다수의 사람들이 참석한 상황 속에서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살인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독자 역시 6시 30분이 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우려와는 달리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았다. 6시 30분이 되자 갑자기 리틀 패덕스의 응접실의 불이 꺼지면서 현관으로 들어온 한 남자의 목소리와 그 남자가 가져온 손전등이 응접실 구석구석 살피더니 이내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다시 세 번째 총성과 함께 의문의 남자가 쓰러졌던 것이다. 정말로 광고 내용처럼 예고 살인이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비록 어둠 속이었지만, 다수의 목격자와 함께 말이다. 이쯤되면 이제 독자 입장에서는 이 모임에 참석한 다수의 동네 주민들의 증언을 통하여 사건의 진실을 찾고자 눈에 불을 켜고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모두들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 살인 사건으로 벌어진 상황이기에 목격자들 역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죽은 남자가 블랙록 양을 죽이기 위하여 총을 두 번 쏜 뒤에 과연 자살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응접실에 있던 동네 주민 중 또 다른 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들의 증언을 곰곰이 짚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모두들 증언이 엇갈립니다."

 "예전부터 그게 참 흥미롭더란 말이지. 흥분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사람들의 눈에는 어떤 광경이 들어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보며, 더욱 중요하게는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

 - p. 67 中에서 -

 경찰 관계자들의 이 대화는 [살인을 예고합니다]가 왜 흥미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어둠 속이었지만, 동일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증인들의 증언이 조금씩 달랐다는 점은 이 중에서 누군가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착각을 통하여 수사에 혼선을 빚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는 책 속의 경찰들과 함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지만, 이것이야말로 추리 소설의 매력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주민들의 추측도 나름 그들이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고,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내용들이기에 그 안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음이 느껴지게 된다. 이 상황 속에서 전 경시청장을 지낸 헨리 경은 구세주의 등장을 예감케 하는 말을 꺼낸다.

 "이 마을의 나이 많은 숙녀들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게. 이 사건이 기상천외한 미스터리로 밝혀질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만일 그럴 경우 뜨개질과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나이 많은 노처녀가 그 어떤 경찰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법한지, 어떤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지, 심지어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해 줄 테니까. 게다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까지!"

 - p. 66 中에서 -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어렵지 않게 헨리 경이 말하는 인물이 제인 마플, 바로 미스 마플임을 알게 되고 이내 환호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활약하는 미스 마플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되리라.

 

 미스 마플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헨리 경의 표현처럼 그 사건에 대한 정리와 그것이 왜 벌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통하여 사건의 진실에 점진적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살인 예고 사건은 어떻게 보면 도처에 단서가 널려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비록 어둠 속이라는 점과 살인 예고라는 기발한 설정이 이러한 것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수의 증인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사건 현장도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으니 말이다. 마플은 초반에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교통정리 역할을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 상황에 대한 추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준다. 주도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그녀로 인하여 수사의 방향성이 정해지면서 아울러 증언과 증거에 대한 취사선택이 가능하게끔 상황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추가적으로 살인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함으로써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지만, 이는 거꾸로 범인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사건의 진실에 거의 다가가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살인을 예고합니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일어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로운 마을 속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그것도 예고와 함께 발생하였다는 점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집에 언제고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사람 서로가 신뢰를 하는 상황이지만, 이는 나중에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누구라도 용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애거서 크리스티 특유의 작품성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이 기발한 아이디어의 살인으로 순식간에 변질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사실 제목을 보는 순간 흥미를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금만 논리적인 해석만 하더라도 작품 초반부에 등장하는 살인 예고에 대한 광고를 보고 곧바로 누가 범인인지를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알더라도 그가 어떻게 그런 기발한 살인을 저질렀고, 왜 그러한 계획을 하였는지는 이 작품을 끝까지 읽어야 가능하기에 이 또한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추리 소설에서도 미리 범죄자를 밝혀두고 거꾸로 그 범죄 과정 자체를 추리하는 것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95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한 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추리의 고전이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박공주

    추리소설의 전설인 에거서 크리스티라니요~~♡♡♡ 요즘은 초반부에 범인이 등장하는 소설도 많긴한데 김빠지지 않고 후반까지 내용을 끌고 갈 수 있는가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궁금한 소설이네요.

    2019.02.23 21: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이 소설도 아마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살인을 예고하는 광고 문구를 접하는 순간 대략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아서 박공주님 말씀처럼 초반부에 범인을 알고 읽게 되는 추리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어떻게 범인이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추리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흐름에 대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기에 그것을 느끼는 재미가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02.24 16:11
  • 파워블로그 신통한다이어리

    애거서 크리스트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많이 읽었었는데. 전집도 있고, 애거서크리스티의 책은 엄청 많죠? 미스 마플과 엘큘포와로가 대표적인 탐정인데, 전 미스 마플보다는 엘큘포와로에 더 관심이 갔던 기억이 나네요. 아르센 뤼팽보다 홈즈가 좋고 홈즈보다 애거스 크리스티가 좋다는. ㅎㅎ.. 다작을 헀던 작가 중에는 그런데, 전 윌리엄 아이리쉬의 작품을 제일 좋아했던 걸로 기억해요. 작품이 많지 않은 게 아쉬운 점이지요. 엘러리퀸도 기억나네요. 두명의 작가가 합작해서 한 이름을 쓰는 엘러리퀸. 엘러리 퀸이 쓴 작품도 좋아했지요. 그래도 윌리엄 아아리쉬의 작품은 아직도 숨을 죽이며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ㅎㅎ..

    2019.02.24 08: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신다님은 추리 소설도 좋아하시는군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전집까지는 구매하지 않더라도 한 권씩 구매하다보면 마플은 물론 포와로의 작품을 저는 골고루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통하여 애거서의 작품들을 다시 읽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시작은 포와로의 만남이 되겠군요. 윌리엄 아리리쉬의 작품은 저도 [환상의 여인]을 읽은 것이 전부입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작품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환상의 여인]이 세계 3대 추리 소설 중 하나에 꼽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작가인데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없어서 아쉽더군요.
      엘러리 퀸은 두 명의 사존치간 형제들이 만들어낸 인물이죠. 저도 좋아해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더불어 가끔 책으로 구입하는 몇 안되는 추리소설 시리즈입니다. '국명시리즈'(나라이름+사물)도 모두 구입해서 2권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읽었는데, 이것도 조만간 다 읽어봐야겠네요. 아마도 [Y의 비극]이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엘러리 퀸 시리즈가 아닌가 싶네요. ^^

      2019.02.24 16:16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요즘은 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추리소설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예전에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 대표 추리 소설이었죠. 저도 어릴 적에 몇 편 읽은 기억이 나구요. 역시 고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2019.02.24 10:3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리 소설들은 대부분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일본의 작품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동안 추리 소설에 탐닉했을 때에는 대부분 그들의 작품이었으니까요. 이제 다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고 있는데, 이 분야의 고전으로서 그 탄탄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서 추억책방님 말씀대로 언제고 읽어도 무난하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

      2019.02.24 16:1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