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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도서] 쥐덫

애거서 크리스티 저/김남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눈먼 쥐 세 마리

달리는 것 좀 봐.

달리는 것 좀 봐.

모두들 농부의 아내를 쫓아 달리네.

여자가 식칼로 쥐들의 꼬리를 자르네.

혹시 이런 광경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눈먼 쥐 세 마리] -

 

 이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그랬던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 역시 다소 끔찍한 내용의 동요가 등장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독자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쯤되면 그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동요나 시는 마치 마술피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과연 '눈먼 쥐 세 마리'가 의미하는 것이 어떠한 내용인지 또한 이 낯선 동요 안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무슨 단서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쥐덫]의 원제가 [THREE BLIND MICE]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동요의 첫 번째 대목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된다.

 

 [쥐덫]은 눈으로 고립된 한 하숙집을 배경으로 그 안에 갇힌 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과 기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립은 비단 등장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각의 장면들이 별개의 것처럼 서로 고립되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고립은 바로 이 작품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테면 처음에 짧막하게 등장하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런던의 한 주택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과 이를 수사하는 런던 경시청의 상황, 그리고,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몽스웰 장원'이라는 이름의 하숙집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몽스웰 장원'과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초반부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 하숙집에 몇몇 인물이 합류하고 동시에 눈으로 고립되면서 오히려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기 시작한다. 바로 런던의 살인범이 그 하숙집의 일원 중 한 명이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런던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근처에서 우연히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첩에는 바로 '눈먼 쥐 세마리'라는 동요와 함께 살인 장소의 주소와 함께 '몽스웰 장원'이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그곳으로 형사를 급파하기로 결정한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등장하는 '몽스웰 장원'의 이야기는 왠지 살인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산으로 이곳을 상속받은 젊은 부부가 처음으로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숙하기로 결정한 3명의 인물을 차례로 맞이하면서 미숙함을 보여주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앞서 발생한 런던의 살인 사건과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설로 인하여 길에서 고립된 외국인이 추가로 이곳에 머물게 되지만, 딱히 이곳에서는 긴장감을 느낄만한 부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들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 TV와 신문을 통하여 런던의 살인 사건을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야기는 숨가쁜 긴장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살인과 관련된 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함께 형사들을 급파하였다는 하숙집에 걸려온 경찰의 전화는 순식간에 '몽스웰 장원'을 긴박한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실제로 그곳에 경찰이 파견되고, 파견된 경찰은 이곳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런던의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있다고 말하면서 서로에 대한 의심을 키우기 시작한다. 심지어 이곳에 머문 사람 중 한 명이 살해되고, 이 지역에서 오래전에 발생된 끔찍한 사건이 부상하면서 이곳에 머문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용의자로 전환되는 과정은 확실히 흥미롭게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그러한 의심과 긴장이 오히려 범인을 잡기 위하여 파견된 경찰의 등장으로 인하여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무언가 아이러니한 느낌마저도 띄고 있다. 폭설로 고립된 장소, 또 하나의 살인 사건, 새롭게 밝혀진 과거의 끔직한 사건으로 인하여 서로에 대한 의심, 심지어 하숙집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끼리도 서로를 미심쩍어하는 이 과정은 아마도 이 작품의 백미라 할 것이다.

 

 "(중략) 난 그 사람이 싫어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우리에게 주입시키고 있어요. 사실과 다른 것을 ...... 도저히 사실일 수가 없는 것을 말이에요."

 - p. 99中에서 -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의 지속을 보여주는 [쥐덫]은 확실히 흥미롭다. 전에 읽었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이어 등장인물들이 동요 내용처럼 살해되면서 동시에 그 범인이 그 중 하나라는 상황이 긴장감을 더했다는 구조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쥐덫]은 처음부터 그러한 의심이 지속된 것이 아니라 폭설에 의한 고립 및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과정이 그러한 긴장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실제 나중에 이들의 긴장은 바로 고립된 상황에서 인간의 심리가 빚어낸 터무니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꽤 깊은 의미를 다루고 있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가지에 출간한 [쥐덫]은 의외로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사실 이 작품은 1927년 왕실의 요청에 따라 20분자리 라디오 드라마 극본으로 집필되었기에 이 시리즈의 여타 작품에 비하여 짧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내가 이 작품을 기억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 한국의 코미디언들이 이 작품을 원작으로 단막극 형식으로 연기를 한 것을 보았기 때문(오래전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으로 원작 [쥐덫]의 출처마저 밝히고 있었기에)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고립된 상황에서의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쥐덫]의 분량으로 인하여 이 책은 이외에 8개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을 추가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추리 장르의 단편은 분량으로 인하여 그 반전의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기에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이들 8편의 작품에는 미스 마플에르퀼 푸아로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양한 작품에서 그녀가 만든 캐릭터 중 이 둘의 인지도는 상당한데, 각각의 단편을 통하여 두 캐릭터의 특성을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들 단편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미스 마플은 수더분한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안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단서를 노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토대로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면 에르퀼 푸아로는 가끔 불어를 사용(벨기에 국적이기에 불어 사용은 당연한 것이겠지만)하면서 정중하고 위엄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사건에 대한 번뜩이는 추리를 보여준다. 푸아로의 동료로서 아서 헤이스팅스가 등장하면서 추리를 서로 비교하는 모습은 홈즈와 왓슨의 관계처럼 보여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푸아로는 홈즈의 외향적인 부분을 보다 강조한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둘은 이후 애거서 크리스티의 무수히 많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어찌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쥐덫]에 상당히 몰입할 수 있었으며, 이외의 8개의 단편은 비록 [쥐덫]만큼 몰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플과 푸아로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중단편 역시 분량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장편과 비슷한 과정과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으로 그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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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카르페디엠

    책찾사님의 리뷰덕분에 애거서크리스티의 작품들에 관심이 생기네요^^

    2019.03.03 17:0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당분간은 매월 꾸준히 해당 시리즈의 리뉴얼된 책 위주로 읽어보려고 계획중이에요. ^^

      2019.03.04 00:00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제목인 '쥐덫'에서 많은 것이 함축된 것 같네요. 폭설로 고립된 장소, 경찰의 급파, 또다른 살인사건 등 흥미를 끄는 요소가 가득한 전형적인 장르 소설이네요. 역시 세월이 흘러도 애거서 크리스티네요.

    2019.03.03 21: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요즈음 장르 소설은 반전을 위하여 억지스러운 설정 또는 이전에 쓰여진 것들을 재가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장르 소설의 고전으로 삼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더라구요. ^^

      2019.03.04 00:02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책찾사님은 죽은 책도 살릴만한 리뷰를 쓰세요, 항상 정성스럽게 엑기스를 담아내려 노력하시기에 그런 듯 싶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고전을 저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9.03.04 08: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추리 소설은 아무래도 리뷰에 결말을 노출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다수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좀 리뷰를 쓰는 것이 수월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꾸준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에 대한 리뷰를 쓸 예정인데, 리뷰로나마 시골아낙님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

      2019.03.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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