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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브런치

[도서] 클래식 브런치

정시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애호가 수준은 아니지만 클래식 감상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감히 공연 또는 지휘자 및 연주자들에 대하여 평론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분에 맞는 클래식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있으니 클래식을 알게 된 것은 나의 삶에서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우연히 듣게 된 교양 수업을 통하여 스스로 터득했으니 말이다. 이공계 전공이라서 사실 음악 관련 과목을 교양으로 들을 이유는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왜 그 과목을 교양으로 선택하였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젊은 교수님의 바이올린 연주에 흠뻑 빠져서 클래식 세계에 빠진 것만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에 대하여 공감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 브런치]는 이러한 나에게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 되었다. 사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양한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성을 느꼈기에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순식간에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이전에도 이러한 장르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소 전문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인 내용들로 인하여 금세 질렸던 점을 감안한다면 [클래식 브런치]는 클래식에 대하여 보다 흥미롭게 읽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 더욱이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단순히 음악 감상에 대한 방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음악 감상을 통하여 음악가와 그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감상을 음악에 대한 종속적인 것이 아니라 당당히 하나의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음악 감상의 의미를 독자 스스로 일깨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략) 오늘날 바로크 음악의 ABC처럼 되어 있는 <사계>나 <화성의 영감>조차도 20세기초까지 거의 연주된 적이 없었다. 평론가들이 흔히 '비발디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현상은 20세기 중엽인 195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발디의 <사계> 전곡이 일반 청취자용 음반으로 제작된 것은 1950년 미국에서였다. 음반 제작을 주도한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헐리우드 영화 음악 전문 지휘자였던 루이스 카우프만이었는데, 이 음반이 1950년 프랑스에서 최우수 클래식 음반상을 받으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비발디 붐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 p. 32 中에서 -

 클래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일상에서 자주 접하면서 익숙한 비발디의 [사계]가 그가 죽은 이후 대략 200여년 동안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 잊혀져 있던 그의 음악이 그러한 엄청난 시간을 두고 다시 살아난 것은 한 연주자와 그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저자가 말한 감상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삶을 이해하면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음악 역시 음악가의 삶에 대하여 알게 된다면 우리는 보다 그들의 음악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음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그들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곡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 없이도 그들의 곡이 어떠한 의미와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바흐와의 만남은 그러한 저자의 의도를 잘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자연스레 이 책의 흐름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의 음악이 종교적인 뉘앙스가 강한 점은 그가 루터파 교리에 심취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통하여 어렵지 않게 수긍하게 된다. 더구나 그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첼로 조곡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탄생한 이유 역시 끊임없는 창의력에서 비롯된 점과 더불어 루터파 교리에 따라 두 명의 부인을 통하여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클래식 음악이 우리의 삶과 결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새로이 알게 된다.

 

 소신은 여기 폐하께서 직접 들려주셨던 지고한 소절이 담긴 음악을 헌정하옵니다. 소신은 지난번 포츠담을 방문했을 때 폐하께서 친히 클라비어로 푸가를 위한 주제를 연주해 보이시고, 황감하게도 어전에서 왕명을 수행하라 하셨음을 기쁘게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폐하의 명을 받잡는 것은 소신의 당연한 의무였사오나, 소신은 이내 적절한 준비 작업 없이 그러한 과제를 결행하는 것은 그토록 빼어난 주제에 대한 불경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중략)

 - p. 67  中에서 -

 바흐가 프리드리히 2세에게 <음악의 헌정>이라 불리우는 모음곡을 바치면서 보내는 이 편지의 내용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오스트리아 황제가 모차르트 앞에서 살리에리가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데, 모차르트는 단 한번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곡을 완벽하게 연주했을 뿐만 아니라 편곡을 통하여 즉석에서 더 나은 곡을 만들어 냈는데, 그러한 영화속 모차르트와는 달리 바흐는 프리드리히 2세 앞에서 곧바로 곡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만들어 공손한 편지와 함께 헌정하였으니 처세술에서 모차르트보다 더 나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처세술 뿐만이 아니라 이 편지 자체가 독일어로 쓰여 있으며, 곡들이 성경에 기반한 내용들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계몽군주라 자처하면서 종교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아마추어적인 플루트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는 프리드리히 2세를 마치 조롱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 편지는 근엄한 '음악의 아버지'로만 알고 있던 바흐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이 책이 어떻게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바흐 뿐만이 아니라 헨델 역시 그저 '음악의 어머니'라는 타이틀과 함께 역시나 웅장한 느낌의 음악가로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음악을 통한 사업적 수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을 달리 보게 된다. 바흐가 기존의 음악을 통하여 자신만의 음악 장르를 개척하였다면, 헨델은 기존의 음악을 적절히 배치하여 상업적으로 활용한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클래식을 그저 고귀한 예술로 생각하면서 어렵게 볼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감상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음악을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파가니니와 리스트의 사례는 더욱 음악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린]은 실제 바이올린 연주가인 데이비드 가렛이 니콜로 파가니니를 연주하면서 카리스마적인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바로 파가니니가 의도한 것이었다는 점은 파가니니의 음악의 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뱀파이어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신비주의를 지향한 점이 바로 공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그의 연출이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가 생전에 그가 작곡한 곡을 거의 발표하지 않은 사실 역시 오로지 자신만이 연주를 하기 위한 점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명성은 그가 의도한 바에 기인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파가니니의 곡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기피하고 있는데, 그의 곡이 사실 그의 손가락 길이가 기형적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연주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은 파가니니의 그 악마적 분위기와 재능의 신화를 현실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파가니니를 벤치마킹한 인물이 바로 리스트라는 점은 클래식이 비록 음악가 나름의 독창성이 반영된 것이지만, 서로 영향을 받아서 발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파가니니의 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피아노를 통하여 연주하는 것은 충분하다는 생각에 착안하여 리스트가 그러한 시도를 하였다는 점은 확실히 서로 영향을 받아 발전하는 긍정적인 사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리스트는 파가니니 못지 않게 쇼맨쉽을 보여주다보니 격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피아노가 부서지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이후 피아노의 나무틀을 철제로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음악의 발전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에 의한 고전주의는 이 책에서도 확실히 그 지분이 크다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서로 교류를 통하여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확실히 고전주의는 이들을 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살리에리라는 인물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로 인하여 악인의 이미지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지만, 실제 살리에리는 오히려 다양한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 비록 그의 음악적 재능이 모차르트나 하이든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사실일 수 있지만, 당시 오스트리아 궁정 음악을 장악하고 있는 그의 존재는 오히려 모차르트가 그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다수의 음악가들이 바로 살리에리에 의한 지도와 후원을 통하여 성장하였다는 점은 그가 나름의 방법으로 클래식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음악가들 및 그들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다시 음악을 감상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사실 나의 초반 음악 감상 방식은 무작정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었다. 음악은 듣는 것이니 그건 분명 정석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계적인 반복을 벗어나게 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주를 직접 보는 것이었다. 귀로만 듣던 곡을 눈으로 보는 순간의 그 느낌은 음악이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클래식 브런치]를 통한 음악가들의 다양한 삶은 한 차원 보다 가까이 음악에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음악 역시 삶의 또 다른 형태이며, 우리 역시 어렵지 않게 공감하면서 느낄 수 있음을 말이다. 사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곡들 중에서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금세 흥얼거릴 수 있는 곡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클래식을 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 식사를 이어주는 브런치처럼 이 책은 우리를 크래식의 세계와 연결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옥타브란 오직 5개의 온음과 2개의 반음으로 구성되었기에 한정된 방식으로만 합쳐질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오직 소수만이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는 그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발견되어, 모차르트에서 베버까지 이어지는 긴 전통이 이루어 낸 것만큼 전혀 새롭고 매우 풍요한 음악적 아름다움의 혈맥을 찾을 만한 여지가 없는 듯이 여겨졌다.

 - p. 469 中에서 -

 철학자 스튜어트 밀이 쓴 자서전 중 이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많던 클래식이 왜 요즈음에는 만들어지지 않는지에 대하여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로 음에 대한 조합이 이제는 한계치에 다다르기 때문에 더이상 클래식이 탄생되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제는 기존의 만들어진 클래식에 대한 소비와 향유의 시대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감상이 잊혀진 곡들을 새로이 찾아낸 것처럼 끊임없는 감상이 새로운 창조와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클래식 브런치]는 클래식이 작곡가에 의한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감상이 뒷받침 되었을 때, 영원한 생명력과 무한한 창조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으리라.

 

( 이 리뷰는 출판사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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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박공주

    클래식을 상황에 맞게 골라 감상하실 수 있는 수준이시라니 부럽습니다! 궁금하던 책이었는데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깊이보다 더 깊어서 살짝 당황도 했네요 ㅎ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2019.03.10 16: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대단한 수준은 아니고요,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면 자연스럽게 다다르는 정도이지요. 요즈음은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찾아서 들을 수 있으니까요. ^^
      아, 그리고, 정말 이 책은 편안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보다는 음악가의 삶과 당시의 분위기가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들의 삶과 함께 언급되는 곡들을 함께 들어보면 클래식의 세계에 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19.03.11 12:26
  • 파워블로그 산바람

    신청했다가 낙첨되어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책찾사님의 자세한 리뷰로 만나게 되어 반갑게 잘 읽었습니다. 클ㄹ래식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번 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03.10 20: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마 산바람님이시라면 클래식에 대한 책들도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책과 식물을 좋아하신다면 클래식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2019.03.11 12:28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너무너무 정성스럽고 구체적으로 작성하신 글, 멋지게 잘 보았습니다.

    2019.03.10 22: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리뷰에서 정성이 느껴졌다니 다행입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는데, 한 편의 리뷰로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였거든요. ^^

      2019.03.11 12:2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