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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도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저/김남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내 생각에 이 책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그 중심 아이디어 덕분인 것 같다. 그것은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이고(이후 많은 모방작이 나오긴 했지만) 거의 언제나 읽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저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해 볼 만한 기교적 도전이었다. 몇몇 독자들은 결말을 알고는 분개해서 "이건 속임수잖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내가 조심스러운 단어 사용과 다양한 문장 구사를 동원해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면서 즐거워했다는 비난이다.

 - p. 11 中에서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 대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생각을 서문에서 마주하는 순간 대부분의 추리 소설 마니아라면 커다란 도전 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떤 반전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속임수'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을까? 그만큼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이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왠지 도전장처럼 보여지는 이러한 서문과 함께 만나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의 묘미는 과연 무엇일까?

 

 제임스 셰퍼드는 킹스 애벗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의 의사이다. 그는 자살로 추정되는 도로시 페러스의 죽음과 더불어 지역의 명사이자 친구인 로저 애크로이드의 초대를 받게 된다. 로저 애크로이드는 원래 죽은 도로시 페러스와 재혼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둘다 배우자를 사별한 아픔이 있었기에 그러한 추측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으나, 남편의 탈상 기간이 끝난 이후에 페러시가 결국 자살을 함으로써 로저 애크로이드는 홀로 남게 된 것이었다. 그러한 애크로이드가 셰퍼드에게 털어 놓은 사실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도로시가 생전에 알콜 중독자였던 남편을 독약으로 살해하였고, 누군가가 그러한 도로시를 협박하여 돈을 뜯어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러한 협박에 시달리다가 도로시는 자살을 선택하였고,죽기 직전에 애크로이드에게 협박범의 정체를 적은 편지를 보내게 된다. 애크로이드는 아직 편지를 읽지 않은 상태였고, 셰퍼드는 편지를 어서 읽어 보라고 권하지만 나중에 읽기로 하고 이들은 헤어진다. 그러나, 셰퍼드가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화로 애크로이드가 죽은 것 같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자신의 저택에서 살해된 지역의 명사인 애크로이드. 이 작품은 애크로이드를 둘러싼 많은 인물 중에서 과연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게 된다.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은 애크로이드의 양아들인 랠프 페이튼이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인색한 애크로이드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으니 둘의 관계는 좋지 않았고, 애크로이드의 비서가 셰퍼드가 돌아간 이후에 방 안에서 그러한 내용의 이야기가 들린 것 같다라고 증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날 밤에 랠프 페이튼이 저택에서 목격이 되었으며 사건이 발생된 다음에 종적을 감추었으니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삼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여진다. 또한 셰퍼드가 돌아가기 전에 저택 입구에서 마주친 수상한 남자의 존재 역시 경찰의 주목을 끌게 된다. 경찰은 애크로이드의 조카딸인 플로라가 인사를 드리고 난 이후의 시점에 살인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알리바이를 확인하는데, 결국 종적을 감춘 랠프 페이튼과 셰퍼드가 마주친 의문의 남자가 범인이라고 예상하면서 그들의 종적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독자라면 이러한 경찰의 추리에 이내 고개를 젓게 된다. 추리 소설 특성상 원래 경찰이 지정하는 대상들은 나중에 진범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서문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역시 스스로 극찬하는 작품이기에 그토록 쉽게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질리 없기 때문이다. 정황상 랠프 페이튼이 유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종적을 감춘 상태이니 그가 나타날 때까지 독자가 그저 경찰의 수사 진행에만 좇는다면 그건 시간낭비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예상 외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도전 정신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셰퍼드의 옆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에르퀼 푸아로였기 때문이다. 이제 탐정 생활을 은퇴하고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자 하였던 그에게 애크로이드의 조카인 플로라가 사건을 의뢰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약혼자이자 종적을 감춘 랠프 페이튼이 결코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면서 푸아로를 고용하였고, 이내 푸아로 역시 랠프가 진범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기에 우리 역시 그와 함께 진범을 찾기 위하여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사실 저자의 서문을 읽고 작품 초반부에 대략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범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느낌에 따른 것이었고, 작품에서 주어진 증거와 범행 시간을 토대로 하면 그가 결코 범인일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혼란을 겪게 되었다. 과연 애거서 크리스티가 사용한 '조심스러운 단어 사용과 문장 구사'에 해당하는 부분이 책 속의 어떤 내용인지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푸아로의 등장으로 인하여 기존의 증언과 증거에 더하여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면서 그러한 혼란은 조금씩 사그러들면서 사건의 전말은 조금씩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셰퍼드 박사는 푸아로의 조수인 아서 헤이스팅스를 대신하여 충실히 사건을 기록하고 그 진행 과정을 정리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차분히 이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왓슨이 홈즈의 추리를 쉽게 따라가지 못했던 것처럼 셰퍼드 역시 푸아로의 추리를 쉽게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온전히 우리가 해야 하는 몫이기에 푸아로가 던지는 각종 증거와 암시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사실 푸아로가 경찰로서는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증거에 대해서는 나 역시 셰퍼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서 평소와 달랐던 의자의 위치라든지 열린 창문 밖으로 난 발자국, 연못에 빠져 있던 반지와 정자에서 발견된 깃털과 천조각의 의미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사실 이들 증거는 결정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저택에 있던 다수의 용의자들을 하나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나에게 이 중요한 힌트가 되었던 것은 증인들의 추가적인 증언과 더불어 밝히지 않은 증언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증언으로 인하여 범행 추정 시각이 결정되었는데, 중후반부에 새롭게 밝혀진 증언으로 인하여 범행 추정 시각이 변경됨에 따라 그에 대한 트릭과 더불어 알리바이가 다시금 확인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 인하여 내가 예상한 인물의 알리바이 역시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말처럼 의외의 결말을 맞게 된다. 물론 그 와중에 범인의 트릭은 끝내 푸아로의 설명을 들어야 가능했지만 말이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범행 자체에 대한 트릭도 흥미롭지만, 글 자체의 설정이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이 1926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설정은 확실히 획기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오늘말 많은 작품, 영화에서 그러한 설정을 차용하여 사실 그것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익숙하였기에 나 역시 누가 범인인지는 예측할 수 있었다. 다만, 왜 그가 범인인지를 몰랐기에 끝까지 푸아로와 함께 사건을 풀어야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당시에는 그러한 설정이 낯설었기에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중의 고역을 치뤘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속임수잖아!"라는 당시의 탄식은 당연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후 많은 작품들이 이 작품과 같은 설정을 반전의 요소로 사용하고 있으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손에 꼽는 작품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추리 소설의 교본을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 들기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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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아, 반갑네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몇 만년 전에 읽은 듯 - 작가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이 책. 책찾사님의 알뜰한 리뷰를 통해서 보니. 좋습니다 ㅎㅎ

    2019.04.05 11:5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찻잎미경님의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14살 때 처음 읽어 본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대한 추억으로 수 십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다수 읽어보려고 마음을 먹었으니 말이죠. ^^

      2019.04.05 12:33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도서관에 갈때마다 크리스티의 서가 앞에서 늘 망설입니다. 중학시절에 즐겨 읽었던 추리소설이었던지라 크리스티의 작품은 항상 낯익고 반가웠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출권수가 꼴랑 5권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한참을 눈여겨 보다가 돌아서기 일쑤랍니다.
    말씀하신 '속임수'는 요즘엔 좀 흔한 기법이죠. 히치콕 감독은 이를 '맥커핀'이라고 지칭하며 '결말에 다다를 수 없는 속임수 단서'라고 자신의 영화에서 소개하였고, 그 뒤로는 흔한 기법이 되었죠. 저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읽어보지 못한 듯 합니다. 전혀 기억에 없어요. 조만간 손에 들고 있을 것만 같네요^^

    2019.04.05 12:0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지아님도 중학시절에 읽으셨다면 저하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접하신 것이로군요. 저도 친구집에서 처음 알게 된 그 책에 대한 충격을 지금에서야 끄집어 내서 한 권씩 구매해서 읽는 재미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제 나름의 소확행인 셈이죠. ^^
      '맥거핀' 효과는 사실 히치콕의 영화에서 자주 접하는데, 확실히 추리 장르에서 뒷통수를 치는 데에는 효과 만점이지요. 맥거핀인지 아닌지 고민하다가 진실을 놓치는 경우도 마주하면서 추리 소설의 허허실실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2019.04.05 12:35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추리소설을 일부러 찾아읽지는 않는 편인데 책찾사님의 리뷰로나마 읽을 수 있어 좋네요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주시지 않으니 궁금해서 더 좋구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것이 추리소설의 맛이죠~

    2019.04.05 23:3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리뷰로나마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범인의 정체를 밝힌다면야 쓸거리가 더욱 많아지겠지만, 읽으시려는 다른 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

      2019.04.06 08:5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