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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집

[도서] 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 저/권도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비뚤어진 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마찬가지로 에르퀼 푸아로 또는 미스 마플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뛰어는 추리와 활약을 기대한 작가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직접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 작품을 반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 이 작품의 주요 화자인 찰스라든지 태버너 경감은 결국 사건의 진실을 직접 해결하지 못했고, 사건의 진실 역시 범죄자의 고백을 통하여 밝혀지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독자의 추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작품 속 그 누구도 정확히 범죄자를 지목하지 못하면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독자가 범죄자를 그 전에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범죄자와 그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2년전 이집트 카이로에서 소피아를 만난 찰스는 다시 영국에서 그녀를 만나서 내심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영국으로 귀국하여 그녀를 만난 그 날에 소피아의 할아버지인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가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가 경찰이었기에 찰스는 애리스티드의 죽음이 타살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고, 그는 소피아의 예의 '비뚤어진 집'이라 불리우는 레오니데스의 저택에 가서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게 된다. 생전 가족들을 저택으로 불러들여 그들을 돌봐주었던 레오니데스의 죽음은 그가 지닌 막대한 재산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구나 레오니데스는 뒤늦게 젊은 여자인 브렌다를 아내로 맞이한 상황이었기에 전처의 자식들과 브렌다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으며, 실제로 가족들은 브렌다가 젊은 가정교사인 로렌스와 눈이 맞아서 레오니데스를 약물로 죽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찰스는 소피아와 연인 관계이면서 동시에 경찰인 아버지로 인하여 중간 역할을 자처하면서 우리에게 사건의 상황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묘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추리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매개로 하여 이내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은 평소 인슐린을 주사로 맞던 레오니데스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저택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인슐린 대신 그의 안약인 에세린을 병에 담아 놓은 상태에서 브렌다가 그것을 주사하는 바람에 사망한 사건이어서 범죄 자체에 대한 교묘한 트릭은 전무한 상황이다. 즉,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약물을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에세린을 담았던 병을 다시 인슐린 병으로 교체하였다면 에세린이 부검을 통해서도 검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완전 범죄로 끝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범죄자는 어설픈 측면까지 노출시킨 셈이다.

 "그렇다면 레오니데스 부인은 아주 멍청하든가, 아니면 굉장히 영리하든가 둘 중 하나겠군요."

 - p. 37 中에서 -

 

 직접 주사를 놓은 브렌다는 확실히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라도 쉽게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기는 어렵다는 점과 저택의 대부분이 그녀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그녀가 범죄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한다. 물론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간 작품을 접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런 생각을 이용하여 그녀가 진범일 수 있다는 생각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대한 묘사와 대사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게 된다. 찰스와 태버너 경감 역시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심증만으로는 범인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많은 대화와 관찰을 통하여 범인의 실수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더군다나 찰스가 좋아하는 소피아는 이 집안의 일원이자 죽은 노인의 손녀라는 점에서 찰스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들게 된다.

 

 "안 돼요, 찰스. 나만 제외시켜서는 안 돼요. 나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어요......"

 소피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사람을 죽인다면 정말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죽일 거예요!"

 - p. 50 中에서 -

 찰스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피아를 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애초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찰스에게 도움을 요청한 인물이 자신도 살인을 할 수 있음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그래도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오히려 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피아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은 과연 그녀가 나중에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일종의 단서일지 아니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트릭인지 갈등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이러한 소피아의 대사는 나중에 새롭게 알려진 노인의 유언장에서 아내인 브렌다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긴 것을 제외하면 모든 재산을 소피아에게 물려준다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피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왜냐하면 그녀의 할아버지는 죽기 직전에 장남이자 소피아의 큰아버지인 로저의 사업을 지원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소피아가 자신이 물려받을 재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저지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연출자의 말에 따라 연기할 뿐이니까. 지금 연출자는 저예요!"

 - p. 66 中에서 -

 소피아가 어머니인 마그다가 경찰 조사에 앞서 위와 같이 격려하는 대사를 보면 왠지 그녀에 대한 의심은 더욱 가중된다. 그러나, 애거서 크리스티는 소피아 이외에도 다른 인물들에게 의심스러운 정황과 대사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브렌다와 로렌스는 가장 큰 용의를 받지만, 그렇기 때문에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그들이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되고, 또한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로저의 아내 클레멘시의 존재 역시 새로운 의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제 알겠어요? 나는 절대로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요. 돈을 싫어하니까."

 - p. 200 中에서 -

 실제 사업에 소질이 없는 로저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신과 같이 영국을 떠나기로 원했던 클레멘시 입장에서 그의 시아버지가 로저를 돕게 되면 영국으로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시아버지를 살해했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한 그녀의 대사는 꼭 그녀가 범인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이 재산이 아닌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춰서 바라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찰스를 도와주는 존재인 조세핀이 등장한다. 소피아의 동생이자 죽은 애리스티드의 손녀인 조세핀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추리력을 자랑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나름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찰스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그 도움은 모호한 측면이 있었지만, 자신의 수첩에 사건과 관련된 것들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그녀의 존재는 비록 푸아로와 마플과 같은 전문적인 탐정은 아니었지만, 답보 상태에 빠진 저택의 살인 사건에 대하여 활력을 불어일으키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후 저택에서 조세핀이 찰스에게 두 번째 살인 사건을 예고한 상황에서 조세핀에 대한 살인 미수와 유모가 독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긴박하게 진행되면서 동시에 조세핀이 기록한 수첩이 주요 단서로 떠오르게 된다. 조세핀이 돌에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 수첩을 찾으려고 그녀의 방을 뒤진 일까지 발생하였으니 찰스는 필사적으로 조세핀의 수첩을 찾으려고 한다.

 

 사건 수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 없는 [비뚤어진 집]은 그로 인하여 꽤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더구나 살인과 관련된 찰스의 생각과 그의 아버지의 조언은 딱히 그 누구를 용의자로 봐야 할지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훌륭하다는 평판을 받으면서 살인을 저지른다.

 - p. 35 中에서 -

 

 "살인자들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지? 그들 중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도 있단다."

 - p. 167 中에서 -

 

 "유전이란 건 정말 흥미로운 거다. 드 해빌런드 집안이 가진 잔인함과 레오니데스 가문의 소위 무절제한 기질을 살펴보았을 때 (중략) 두 가문의 그런 기질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자손이 있다면......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 p. 171 中에서 -

 레오니데스 가문과 해빌런드 가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소피아 집안의 그 누구라도 분명 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동시에 어설프면서도 선하게 보이는 브렌다와 로렌스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커피를 두 잔째 마시다가 갑자기 이 비뚤어진 집이 내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역시 진짜 범인을 알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내게 유리한 쪽으로 범인이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 p. 218 中에서 -

 범인일 수도 있는 소피아를 사랑하는 찰스에게 떠오른 이 깨달음은 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읽는 우리 역시 자신의 고정관념과 생각에 빠져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엉성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하여 눈치가 빠른 이들이라면 범인이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고, 그 이전에 평범하게 지나친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더불어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가 가족들을 모두 저택에 모아 놓고 살았던 부분이 이 사건의 단서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작품의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면 엘러리 퀸의 그 유명한 작품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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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신통한다이어리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느낌의 소설이군요. 엘큘포와로나 미스 마플을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그 외의 다른 작품은 읽은 기억이 안 나긴 하네요. 아마도 별로 없긴 하겠죠? ㅎㅎ...그래도 그게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2019.04.27 18:3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한 권씩 읽다보니 이제 대략 5권 정도 읽은 상태에서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저는 읽는 그녀의 작품 모두 만족스럽네요. 장르 문학도 한 때 많이 읽었는데, 그녀의 작품은 이 분야의 고전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경외감을 갖고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2019.04.27 19:07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추리소설은 '스포'를 읽고 난 뒤에 읽으면 안 되는데ㅎㅎ
    중학생 때는 참 즐겨 읽었던 추리소설인데, 요즘엔 잘 안 읽어지더라구요.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을 다시 읽다가 중간에 던져버렸답니다ㅎㅎ 너무 느려요ㅠㅠ

    2019.04.27 20:0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그래서, 제 리뷰에서는 최대한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쓰려고 해요. ^^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은 엘러리 퀸의 작품 말씀하시는거죠?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제목에 나라+명사 구조로 되어 있는 시리즈)인데, 책을 다 가지고 있어요. 그 작품은 5년 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아직 시리즈 모두를 읽지 않아서 남은 2~3권의 책을 올해내에 읽고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엘러리 퀸의 이 시리즈는 독자와의 추리 대결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쓴 글이라서 좀 루즈한 느낌도 들긴 하는데, 함께 추리하는 작품으로는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

      2019.04.27 20:18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엉성한 범죄인데도 범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 추리를 함에 있어서 엉뚱한 편견에 사로 잡혀서 그럴까요? 아니면 그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전개가 매력적인 것일까요? 이 두 가지가 모두 결합되면. 어마어마한 추리소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2019.04.28 01:0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그러한 점들이 모두 포함된 작품 같아요. 저택 내부의 살인이다보니 전문적인 범죄의 형태가 아니면서 동시에 혈연 및 결혼 관계로 연결된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오르다보니 편견 역시 올바른 추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인용한 글처럼 주인공 역시 자신이 뒤늦게 편견에 사로잡혀서 제대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그러한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요. ^^

      2019.04.28 07:4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