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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

[도서] 끝없는 밤

애거서 크리스티 저/이은선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이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끝없는 밤]. 그도 그럴 것이 본격적인 사건은 이야기의 중후반부에 등장하여 결말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빨리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부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증거와 증언을 분석하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이야기 내내 '집시의 땅'이라는 저주를 둘러싼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면서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이 아닌 그러한 분위기와 연계하여 인간 내면의 갈등과 욕망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끝없는 밤]은 확실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이클 로저스는 다양한 일을 하면서 현재를 즐기는 청년이다. 주위에서 부자들과 함께 일을 하지만, 부를 얻기 위한 그들의 끔찍한 모습을 혐오하면서 그는 커다란 욕망 또는 포부를 지니고 있지 않다. 다만,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건축가 산토닉스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가 자신을 위해 멋진 저택을 지어주었으면 하는 꿈을 가질 뿐이었다. 물론 그 꿈 역시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러한 로저스에게 운명의 만남이 다가오는데, 그것은 바로 '집시의 땅'이라 명명되던 '타워스'라는 낡은 저택 근처에서의 엘리와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첫만남이었지만, 이내 둘은 낡은 저택에 대한 경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록 어렴풋이 그녀가 자신과는 달리 부잣집 가문의 딸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마이클은 엘리와 함께 '집시의 땅'에서 새로운 집을 짓고 살기 위한 꿈을 꾸면서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놀랍게도 엘리는 그러한 마이클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작품은 마이클 로저스의 시선에 의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이후 로저스가 알게 된 사실은 독자에게도 놀라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엘리가 21살이 되어 엄청난 유산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한 상태였고, 심지어 '타워스' 경매에도 참여하여 그곳을 매입하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마이클과의 결혼을 통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게 된다. 사실 이들의 결합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우연한 만남은 그렇다하더라도 둘의 차이가 극명함에도 불구하고 엘리는 주저하지 않고, 마이클의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와 함께 있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선이 다소 속물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러한 시선은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우선 엘리의 친척들과 그녀의 재산을 관리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마이클은 불편한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었으며, 어머니는 물론 그를 유일하게 이해해준다고 생각했던 산토닉스 역시 불안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구트먼 양, 아가씨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야.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만큼 항상 원하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지. 하지만 마이크는 길을 잃을 수도 있어. 아직은 철이 덜 들어서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잘 모르거든.'

 - p. 85 中에서 -

 엘리가 '집시의 땅'에 새로운 저택을 짓기 위하여 산토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산토닉스가 한 이러한 충고는 왠지 둘의 앞길이 험난함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여기에 더하여 엘리의 가정교사이자 그녀의 궂은 일을 담당하던 미모의 그레타의 등장 역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엘리와 단 둘이 지내고 싶었던 마이클에게 엘리의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던 그레타는 분명 마이클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엘리가 발목을 다쳐서 그것을 간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아예 새로운 저택에 눌러앉은 그레타는 왠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마저 들게 된다. 아닌게 아니라 저택을 방문한 산토닉스와 어머니는 그레타를 보면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마이클에게 충고를 하지만, 그레타는 여전히 엘리의 곁에 있을 뿐이다.

 

 마이클과 엘리의 결혼으로 인하여 다양한 인물들간의 갈등과 함께 이 젊은 부부에게는 원래 근처에 살던 집시 출신의 리 부인의 존재로 인하여 또 다른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원래 그곳이 집시들이 살던 곳이었기에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큰 재앙이 온다고 엘리에게 협박을 하고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게 저택에서 몇 가지의 소소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정말로 리 부인의 예언이 맞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이들이 쉽게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머물면 사람이 죽는다는 예언은 실체는 없었지만, 점점 이야기를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더구나 그레타와 다투기까지 하는 마이클의 상황은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초래하지만, 엘리는 여전히 그레타와 함께 있기를 고집한다.

 

 매일 밤 그리고 매일 아침

 어떤 이는 달콤한 기쁨의 운명으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달콤한 기쁨의 운명으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끝없는 밤의 운명으로 태어나고.

  - p. 177 中에서 -

 기타를 치며 이런 노래(그러고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노래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를 부르는 엘리를 보면서 마이클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달콤한 기쁨의 운명으로 태어난 엘리를 보면서 마이클 역시 그녀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듯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이들이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추측하게 된다. 그레타의 존재는 물론 둘의 결혼을 불편해하는 사람들과 저택에 걸린 저주는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처럼 마이클은 엘리를 위하여 그녀가 마음에 들어야 할 가구 경매에 참여하면서 기쁨을 느끼게 된다. 비록 필포트 소령이 그런 날일수록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전설을 이야기하였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사건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바로 엘리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약속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고, 아침에 말을 타고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색 끝에 말에서 떨어져서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엘리의 시신이 발견되고 마이클은 오열하게 된다. 왠지 자취를 감춘 리 부인이 유력한 용의자처럼 보였지만, 그 실상을 알 수 없기에 마이클은 좌절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와중에 엘리가 자신의 재산을 모두 마이클에게 상속하였다는 유서로 인하여 마이클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지만, 용의자로 떠오른 리 부인마저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된다.

 

 이 작품은 결말 부분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다. 작품의 2/3 지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되니 그 사건에 대한 결말은 곧바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끝없는 밤]은 사건에 이르기 전까지의 인물들의 갈등과 내면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부각되는 작품이다. 솔직히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엘리가 부른 노래에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끝없는 밤'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오랜 시간 맴돌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인 심리를 묘사하면서 그 안에서 사건의 진실을 의미하는 반전 포인트를 찾게 되는 순간 이 이야기는 또 다른 형태로 다가오게 된다. 앞서 읽은 작품 중에서 비슷한 결말을 보여준 작품이 있지만, 스포의 위험성이 있어서 따론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로지 직접 읽어보면서 느껴보기를 권해본다. 개인적으로 엘리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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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책찾사님.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작과는 분명 다른 느낌의 소설 같네요. 몽환적 분위기에 2/3 지점부터 살인사건이 일어나니 막판에는 다소 스피드 있게 진행될 것 같아요. 저는 막대한 부를 유산으로 받은 엘리와 마이클이 행복하기를 바랬는데 엘리의 죽음이 안타깝네요. 그리고 책찾사님이 엘리를 너무 가엾다고 생각하시니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2019.07.04 13: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전형적인 부자 가문에서 태어나서 많은 간섭과 보호만을 받아온 엘리가 비로소 성인이 되어 자신의 뜻대로 살고자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점에서 너무나 가엾더라구요. 범인을 찾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각 인물들의 심리와 욕망에 대한 묘사가 더욱 돋보였던 작품이라서 이전에 읽었던 작품과는 확실히 몽환적이라는 느낌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

      2019.07.04 13:26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첫인상이 좋다가 흐지부지 끝맺는 것보다 처음엔 밋밋하다가 후반에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더 좋아한답니다(") 근데 나이가 들다보니 처음에 밋밋하면 끝까지 밋밋한 경우를 참 많이 겪어봐서 끝까지 보는 드라마가 많지 않은 요즘이랍니다. 영화관 친구가 없어서 영화도 참 드문드문이네요. 예전엔 밤새 심야영화를 보다가 아침 7시에 극장에서 나오는 게 일상이었는데...리뷰를 읽다가 <제시카의 추리극장>이 떠올라서 횡설수설했습니다(")초반내내 삽질하다가 후반에 사건 터지고 후딱 해결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ㅎㅎ

    2019.07.04 23: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제시카의 추리극장]이라니 그 시절 추억이 돋아나는군요. 그 후속작인 [레밍턴 스틸]도 재미있게 봤는데, 요즈음 그런 장르의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더라구요. ^^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도 초반부터 불안감과 공포가 서서히 쌓이면서 후반부에 몰아치는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에요. 원래 초반 사건을 접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재미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러한 구성도 꽤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

      2019.07.05 08:47
  • 스타블로거 ne518


    사건은 많이 지난 다음에 일어나는군요 그전에는 분위기만 많이 만들고... 그런 걸 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누가 죽는지 알다니... 어쩐지 이걸 모르고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안다 해도 다른 걸 보면 되겠지요 엘리가 죽다니 안 됐네요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 리 없었을 텐데 유서가 있었다니, 다른 사람이 쓴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런 거 먼저 써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19.07.05 01: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읽다보면 누가 죽을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 부유한 여자가 범죄의 타겟이 되는 경우는 흔하니까요. 다만, 그 엄습하는 공포와 불안을 과연 누가 조장하고 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냐가 관건이지요. 미리 사건을 터뜨리는 것보다 이렇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다가 막판에 사건이 발생하도록 하는 이야기가 사실 구성하기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 와중에 자칫하면 독자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빌미를 쉽게 제공할 수도 있으니까요. ^^

      2019.07.05 08:5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