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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도서]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저/김남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황금가지 출판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출간하면서 동시에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이라는 이름 아래 에르퀼 푸아로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10편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은 이 셀렉션에 속하는 작품이자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처녀작이자 동시에 에르퀼 푸아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앞으로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게 되는 에르퀼 푸아로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구나 이 작품의 주요 화자로 등장하는 아서 헤이스팅스 대위는 비록 전문적인 탐정은 아니지만, 홈즈에게 왓슨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푸아로의 동료로서 함께 사건을 조사하면서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푸아로의 추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 둘의 조합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더구나 왓슨이 홈즈와 함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등장하고 있지만, 헤이스팅스는 결혼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떠나지 때문에 실질적으로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에서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서 헤이스팅스 대위는 휴가를 받은 참에 알고 지내던 존 캐번디시를 만나서 스타일스 저택에 가게 된다. 저택의 주인인 캐번디시 부인은 존과 로렌스 형제의 계모였지만, 형제가 어렸을 적에 새어머니가 된 터라 둘은 친모라고 생각하면서 자라왔다. 그러나, 캐번디시 부인은 최근 20살 연하의 앨프리드 잉글소프와 결혼을 하면서 잉글소프 부인이 되면서 헤이스팅스는 저택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게 된다. 더구나 잉글소프 부인의 말동무이자 심부름꾼으로서 각별한 사이였던 에비 하워드가 앨프리드 잉글소프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면서 잉글소프 부인과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고 저택을 떠나면서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저택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50대의 앨프리드 잉글소프가 70대의 잉글소프 부인과 결혼한 이유는 바로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악한 분위기와 함께 실제로 잉글소프 부인이 한밤중에 격렬한 경련을 일으킨 뒤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게 된다.

 

 잉글소프 부인의 방에서 벨소리가 울려서 저택의 사람들이 그녀의 방에 달려가자 그녀는 홀로 경련을 일으키다가 잠시 안정된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극심한 통증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그녀의 방으로 달려 갔을 때에는 안쪽에서 문이 잠긴 상태였기 때문에 침입자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방은 안쪽에 남편인 앨프리드의 방과 그녀가 돌보고 있던 친구의 딸인 신시아의 방과 연결되는 두 개의 문이 있었지만, 해당 문도 역시 모두 잠겨 있었다고 목격자들이 증언을 함에 따라 그녀의 죽음은 결코 침입자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지병이었던 심장병이 의심되었지만, 독약에 대한 권위자인 바워스타인 박사는 그녀의 증상이 스트리크닌이라는 독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면서 사건은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헤이스팅스는 근처에 마침 그가 평소 존경해 마지 않았던 에르퀼 푸아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와 함께 나름의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자는 분명 작품 속의 대부분의 인물이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앨프리드 잉글소프를 범인으로 의심하기 마련이다. 분명 돈을 노리고 노부인과 결혼을 하였으니 그녀의 죽음으로 인하여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 바로 앨프리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 그는 저택에 없었기 때문에 범인으로 몰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가 몰래 저택으로 돌아와서 잉글소프 부인의 커피 또는 코코아에 스트리크닌을 넣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기에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구나 근처 약국 직원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앨프리드가 스트리크닌을 구입했다는 증언을 한 상황이었기에 그에 대한 의심은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의문점이 곳곳에서 등장하게 된다. 먼저 앨프리드가 증언을 하면서 딱히 자신의 입장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푸아로의 시선을 통하여 마치 그가 체포되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행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은 당당하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던 것이었다. 또한 코코아는 물론 바닥에 흘린 커피에서도 스트리크닌의 흔적이 없었다는 바워스타인 박사의 주장은 잉글소프 부인이 어떠한 경로로 스트리크닌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설령 잔에 남아 있지 않은 커피에 스트리크닌이 들어있더라고 하더라도 그 독은 먹으면 곧바로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미 마셔버린 커피에 들어있을 가능성은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푸아로는 앨프리드 잉글소프의 알리바이를 조사하여 그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밝히면서 그에 대한 경찰의 체포를 단념케 함으로써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전환은 하인들을 제외한 저택의 모든 사람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앨프리드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던 에비 하워드마저 비록 잉글소프 부인의 목숨을 노리지는 않더라도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기 직전에 하녀의 증언을 통하여 잉글소프 부인이 누군가와 다퉜다는 점과 유언장을 새로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혐의는 모든 사람들에게로 향하게 된다. 더구나 푸아로에 의하여 앨프리드의 체포가 무산된 점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의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아닌게 아니라 존 캐번디시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동생인 로렌스 캐번디시 역시 의사 자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한 잉글소프 부인이 돌보던 신시아도 내심 유산을 바라는 상황이었으며, 존의 아내인 메리 캐번디시는 저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바워스타인과 불륜이 의심될 정도로 가까이 붙어다니는 상황이었기에 누구라도 범행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더구나 로렌스와 신시아는 각각 의사와 간호사로서 독약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바워스타인 박사는 독극물의 권위자였으니 이러한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과연 그렇다면 누가 범인일까? 보통 추리 소설의 반전은 전혀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점에 기인한다는 점을 든다면 그 합리적인 의심을 뒤로 하고 별개의 인물을 찾고자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 앨프리드가 가장 가능성이 크지만, 범행이 일어난 시점에 분명 그는 저택에 없었으며 에비 하워드 역시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잉글소프 부인과 말다툼을 벌이고 떠나 있던 상황이니 그녀를 범행과 연관짓기가 쉽지 않다. 유산을 노리는 존과 로렌스가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뻔한 설정인 것 같아서 다소 머뭇거려지고, 메리 캐번디시의 부적절한 행동 역시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사건과 어떻게 연결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잉글소프 부인의 옆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신시아가 사건이 일어난 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는 점도 분명 의심스러운데, 이 역시 딱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쉽지가 않다. 솔직히 난 에르퀼 푸아로가 사건의 진상을 밝힐 때까지 전혀 사건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어느 정도 근접을 하였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은 몇 가지 지식이 수반되어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스트리크닌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스트리크닌의 또 다른 특성은 푸아로의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전혀 알 수 없는 점이었고, 이것이 마치 밀실에서 벌어진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불공평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소한 증거와 대화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추리를 이어가는 에르퀼 푸아로의 모습은 추리란 과연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헤이스팅스에게 사소한 것을 무시하였을 때 탐정이 곤경에 처한다는 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있지만, 스트리크닌에 대한 특징이라든지 특정 인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독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 그녀의 첫소설이니 이러한 부분은 글쓰기의 초반에 볼 수 있는 미흡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에르퀼 푸아로의 추리와 사건 해결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야기의 각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독자로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몇 수를 내다본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마도 다음에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을 읽게 된다면 우리는 책 속의 단 한 문장도 결코 허투루 지나치게 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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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독약과 스트리크닌...몸에 즉각적인 반응..
    저도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몇 단어만으로 즉각적으로 해석이 가능하여 '말실수'를 본의 아니게 한 경험이 있었답니다. 저는 이걸 고치기가 참 힘들었어요. 성급해지지 말고 끝까지 '경청'하는 습관을 겨우 습득하고서야 겨우 고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이와 상관없는 책내용일테지만, '즉각적'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뿜뿜해졌습니다.

    범죄사건에서 '독약'을 쓴다는 건, 남성보다는 힘이 약한 여성이 주로 쓰는 범죄수단이죠. 더구나 상대방의 습관이나 병력 등을 알고 '특정인'에게만 반응하여 살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지적 매력이 넘치는 여성'의 치명적인 매력과도 잘 어울릴테고 말입니다.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가 필요한 타이밍일까요?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맞나요? <명탐정 코난>을 몇 작품 안 봐서리ㅎㅎ

    2019.08.11 13:1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살인 도구가 '독약'이라는 점에 착안한 지아님이 추리가 훌륭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 추리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긴 합니다. '독약'으로 인하여 누구나 살인 용의자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추리가 가능하니까요.^^

      2019.08.12 09:55
  • 파워블로그 청현밍구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대학교 때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못하고 있네요.
    책찾사님의 독서 스펙트럼은 정말 스펙타클 한 것 같아요~^^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2019.08.11 16:4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집에서 처음 접하고 나서는 그 친구가 참 부러웠거든요. 당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모두 소유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부터 막연히 나중에라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최근 황금가지에서 리커버로 꾸준히 그녀의 작품을 출간하고 있어서 그 범위 안에서 한 권씩 구입해서 읽어보고 있어요. 한 달에 한 권씩이니 나름의 소확행이라 할 수 있죠. ^^

      2019.08.12 09:57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범인은 앨프리드의 사주를 받은 신시아. 둘이 내연의 관계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ㅋ

    2019.08.11 23: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처음에 신시아를 용의자로 보았습니다. 그것이 정답인지는 책을 통하여 직접 확인할 수 있겠지만, 리뷰만으로 이루어진 아자아자님의 추리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2019.08.12 09:5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