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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하우스의 비극

[도서] 엔드하우스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저/이원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추리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드라마 및 영화로 제작되곤 한다. BBC 방송국의 [미스 마플 시리즈]라든지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다수의 영화가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17년에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통하여 에르퀼 푸아로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하였는데, 스크린에서 그는 활달하면서도 자신감에 가득찬 모습으로 묘사되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이기에 다소 과한 설정이 아닐까 싶었는데, [엔드하우스의 비극]을 읽으니 그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이 작품에서는 이전과 달리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뜻밖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극도로 흥분하는 푸아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접한 그의 느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잉글랜드 남부 해안 마을의 한 호텔에서 에르퀼 푸아로는 그의 친구인 헤이스팅스와 최근 비행기로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시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자리에서 푸아로는 이제 탐정 활동을 그만두고 한가한 삶을 살겠다고 말함으로써 헤이스팅스에게 충격을 준다. 그러나, 푸아로는 호텔에서 마주친 생기발랄하고 매력적인 닉 버클리라는 여성으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닉은 호텔 근처의 '엔드하우스 저택'의 주인이었는데, 푸아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뜬 순간 푸아로는 닉이 떨어뜨린 모자에서 방금 누군가가 쏜 총에 의하여 총알이 뚫고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푸아로의 설명을 들은 닉은 이전에도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장난처럼 여기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푸아로는 누군가가 이 매력적인 젊은 아가씨를 노리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실제로 이전에 그녀에게 일어난 사건들, 즉 침대 위에 있던 커다란 그림 액자가 떨어진 사건과 해안으로 향하던 길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진 사건,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동작하지 않아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던 사건들은 우연이 아닌 누군가에 의하여 계획되었다는 점에서 푸아로는 닉의 주변인물 중 누군가가 그녀를 노리고 있으리라 예상하게 된다. 더구나 밝고 매력적인 그녀가 정작 어울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푸아로는 그녀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닉이 거짓말을 자주 한다면서 그녀가 겪은 사건들이 실제로는 없었다고 말하는 프레디 라이스 부인, 닉의 자동차를 누가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미술상 가문의 짐 라자러스, 닉을 좋아하면서 그녀의 주변에 자주 등장하는 챌린저 중령, 닉의 사촌이자 엔드하우스 저택을 절대로 닉이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찰스 바이스 등이 의심스러운 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에 그녀의 저택 근처 오두막에 거주하던 호주 출신의 크로프트 부부엘렌을 비롯한 몇몇 하인들이 푸아로의 용의 선상에 추가적으로 오르게 된다.

 

 닉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푸아로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로서 그녀의 사촌 매기에게 전보를 보내서 함께 있도록 권하고, 닉은 그에 따라 급히 매기를 엔드하우스 저택으로 호출하게 된다. 푸아로는 수사 과정을 통하여 호텔에서 발사된 총알이 돌아가신 닉의 아버지의 총에서 발사된 것을 확인하였으나, 저택에서 그 총은 자취를 감추면서 이 사건이 분명 내부인의 소행임을 확신하게 된다. 또한 그녀가 이전에 맹장 수술을 받기 전에 엔드하우스 저택을 사촌인 찰스 바이스에게, 그 이외의 것들은 친구인 프레디 라이스 부인에게 남길 것을 간략하게 유언장에 작성하여 크로프트에게 부탁하여 찰스 바이스에게 우편으로 보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게 된다. 다양한 용의자 가운데에서 명확한 살인 동기를 알아야 범인을 찾을 수 있기에 이 작품을 읽는 독자 역시 푸아로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런데, 닉은 자신의 저택과 자산은 돌아가신 조부와 부친의 빚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자산을 노릴 이유가 없다는 점을 피력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의심스러운 프레디 라이스 부인과 알리바이가 명확하지 않은 찰스 바이스의 살인 동기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보여준 그들의 행동과 말투는 명확히 그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푸아로는 여전히 그들을 용의 선상에 놓고 조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해안가의 불꽃 놀이와 함께 시작된 저택에서의 파티에서 난데없이 총성이 울리면서 한 여성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닉의 숄을 거치고 있던 매기가 바로 저택에서 살해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푸아로는 엄청난 자책을 하게 된다. 이전의 작품에서 보여준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환상적인 추리를 이끌어냈던 그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충격스러운 장면으로 느껴지게 된다. 닉에 대한 살인의 위험을 감지한 상황에서 비록 닉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노린 총알이 매기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 때까지 푸아로는 전혀 그러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추리보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게 된다. 또한 이미 은퇴를 선언했던 푸아로에게 다시금 탐정으로서의 전의를 불태우게 하지만, 살해 위험으로부터 닉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녀를 요양원으로 보낸 상황 속에서 또 그녀를 노린 것으로 보여지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푸아로는 몹시 흥분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전작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우리로서는 보다 이 작품에 매력을 느끼면서 몰입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명확한 증거와 증언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추정을 통한 추리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확실한 살인 동기가 바로 이 사건의 범인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로 작용하게 된다. 왜냐하면 푸아로가 분류한 닉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명확하지 않기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닉에 대하여 호감을 갖고 있는 챌린저 중령이라든지 교통사고로 인하여 거동이 불편한 호주 출신의 크로프트 부인은 예외로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추리 소설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푸아로는 물론 우리 역시 그들을 완벽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닉의 상속인으로 지명될 정도로 친하다고는 하지만, 무언가를 감추면서 뒤에서 닉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는 프레디 라이스 부인이라든지 저택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닉을 오히려 저택에 집착하기 때문에 절대로 저택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찰스 바이스는 공통적으로 닉이 죽으면 그나마 약간의 이익을 취할 수 있기에 다른 이들에 비하여 살인 동기가 좀 더 있으리라고 보여지지만, 이들도 추리 소설이 너무 뻔한 인물이 범인이 아니라는 기존의 관점에서는 왠지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푸아로가 전작과는 달리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닉 버틀러에게 가해진 추가적인 살인 시도는 푸아로를 극도의 흥분 상태로 몰아넣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그러한 푸아로의 모습에서 우리는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간의 작품에서는 독자에게 별다른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채, 무언가 심사숙고하는 모습만 보이다가 멋진 추리 결과를 독자 앞에서 선보이고 있었으니 그의 당황스러워하는 그 낯선 모습에서 은근히 쾌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말에 가지 않더라도 범인을 지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르퀼 푸아로를 이겼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니 말이다. 나 역시 사실 범인은 어느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과 단서를 하나의 퍼즐로 완성시킨 것이 아니라 일부의 내용을 통하여 느낌에 의한 추측이기에 마지막의 에르퀼 푸아로가 마련한 연극에서 순간 그러한 나의 추측이 틀렸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푸아로를 통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극적인 설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후반부터 범인이라고 생각한 인물에 대한 확실한 추리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는데, 막판에 그것이 흔들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차근차근 추리를 하는 과정은 사건과 범인에 대한 의외성을 줄여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과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마주하게 될 때, 독자는 거기에 더욱 열광하게 된다. 작가 역시 그러한 점을 염두해 둬야 하는데, 이는 개연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개연성을 무시한 추리 소설은 독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엔드하우스의 비극]은 주요 캐릭터의 당황해하는 모습과 더불어 '어? 의외로 범인 찾기가 쉬운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막판에 '아! 그게 아니었나 보구나!'라는 탄식을 이끌어내기에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막판의 탄식 끝에 또 "어?"라는 감탄사를 자동으로 내뱉게 되니 이는 이 작품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다.

 

 [가디언]에서 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베스트 10에 올라있다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엔드하우스의 비극]은 확실히 막판의 그 짧은 순간에 반전의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면서 희희낙락해 하다가 순식간에 자신의 추리에 의문을 품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독자가 아예 작가의 의도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거나, 정반대로 추리를 이어가다가 작가가 던져주는 결말을 통한 반전에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름 작가가 설정한 것들을 최대한 감안하여 애써 옳게 추리한 것을 마지막의 그 짧은 순간에 반전으로 꼬아버림으로써 독자 스스로 자신의 추리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엔드하우스의 비극]이 당당히 베스트 10으로 언급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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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워낙 어릴 적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범인을 찾아낸 탐정이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지요. 애거사에서 빠르게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으로 넘어가 버린 탓이 컸던 것인지 [바스커빌가의 개]와 [기암성] 같은 것만 생생합니다. 아..짱박아 놓은 '뤼팽 전집'도 읽어야 하는디..

    암튼, 책찾사님 덕분에 '애거사' 공부를 톡톡히 합니다^^ 언제 읽을지 기약없는 책들의 '제목'만 쭉 읽는 재미도 참 솔솔하지요(게으른 책쟁이의 비겁한 변명입니다")냐옹~

    2019.09.15 18: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사실 과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전부였는데, 과거에 읽었던 그 작품의 매력이 너무나 강렬하여 뒤늦게 이제서야 그녀의 작품 중 흥미로운 작품 위주로 골라서 한 권씩 읽고 있어요. 사실 제목만 보더라도 읽고 싶어지는 느낌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출판사에서 새로운 판본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다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뤼팽 전집]은 저도 읽어보고 싶긴 합니다. 뤼팽이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신출귀몰해서 논리적인 추리와는 좀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추리 소설의 고전 중 하나이니 언젠가는 제대로 읽어보지 않을까 싶어요. ^^

      2019.09.16 09:17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완벽할 것 같은 탐정 푸아르의 인간적인 면이 엿보여서 더 매력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이네요. 역시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용의자 중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재미있을 것 같구요. 마지막 짧은 순간에 반전에 반전이 있다니 더욱 흥미로운 소설이네요. 책찾사님. 추석연휴 잘 보내셨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이네요. 이번 한주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2019.09.16 12: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맞아요. 그동안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푸아로의 모습에서 실수를 통하여 흥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던 작품이에요. 더불어 범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추리가 막판에 흔들리는 경험을 통하여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는 잘 보냈는데,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보니 이제는 아예 부팅이 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그렇지만, 오늘 하루도 일단 잘 시작해야겠죠? ^^ 추억책방님도 한 주의 시작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께요. ^^

      2019.09.16 09:21
  • 스타블로거 ne518


    부자여서 돈 때문에 죽이려고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건 아니라니, 다른 사람은 닉이 말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 걸 보니 닉이 거짓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누가 모자에 총을 쏜 자국은 있었다 해도... 하지만 닉을 노리는 건 맞군요 그걸 알고 조심한다고 해도 사건은 일어나기도 하죠 탐정이나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니...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푸아로가 지금까지하고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군요 책을 읽는 사람이 생각한 범인이 아니어서 나을 듯합니다 생각한대로 흘러가면,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하면서 보는데 끝까지 봐도 그런 게 없을 때도 있더군요 이건 그렇지 않겠습니다


    희선

    2019.09.17 01: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닉에 대한 희선님의 추리가 바로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닉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위의 사람들이 그러한 닉을 거짓말장이로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바로 진범을 추리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으니 말이죠. 결말에서 스스로의 추리에 대하여 흔들리는 그 순간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되는데, 그로 인하여 확실히 끝까지 보게 되는 점이 이 책의 끝에 다다르게 되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19.09.17 11:1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