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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인 더 가든

[도서] 클래식 인 더 가든

김강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내가 직장에 들어가면서 부모님께서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으니 정원이 딸린 집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즈음 아파트 베란다에 몇 개의 화분을 놓고 지내는 것에 비한다면 다야한 식물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가끔 그러한 정원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계단에 앉아서 정원에 심어져 있던 다양한 나무들과 주변의 화초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길 때가 있었고, 가을에는 한밤중에 풀벌레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 정취를 만끽하던 시절은 지금도 나에게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원을 가꾸면서 보람을 느끼고 또 그 정원으로부터 평온함을 경험한 나로서는 [클래식 인 더 가든]이라는 제목 자체가 정겹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책의 구성 역시 정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나무와 풀과 꽃, 새는 물론 정원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과 클래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이 흥미로운 조합에 이내 흥미를 갖게 된다.

 

 "예술은 자연의 과정과 그 방법을 모방하며, 자연이 끝맺지 못한 것을 완성한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떠올린다면 저자가 왜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림을 먼저 떠올려 보면 분명 그 그림은 자연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움과 젊음, 사랑과 불멸을 상징하는 은매화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그 유명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그림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이 유명한 그림의 오른편에 있는 계절을 상징하는 여신 호라이의 목에 있는 화한이 바로 은매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그림들은 은매화의 형태를 모방 내지는 재해석하여 만들어졌지만, 이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 역시 인간의 예술에 의하여 완성된다는 점 역시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40년 9월 12일, 로베르트 슈만은 그토록 염원했던 클라라와 결혼을 하게 된다. 슈만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였던 비크의 결사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된 그는 클라라에게 [미르텐(은매화)]이라는 26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집을 선물하게 된다. 은매화 이파리로 곱게 포장한 이 악보의 곡들은 괴테와 바이런, 하이네 등의 유명 시인의 시를 선율에 붙여 만든 곡으로서 '사랑'과 '신부'가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 내면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클라라의 삶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정원에 아릅답게 피어있는 꽃이 보티첼리의 그림으로, 슈만의 음악으로 그 의미에 빛을 발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슈만과 클라라는 결혼을 통한 짧은 행복 이후 불행한 삶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눈부시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은매화가 잠시 피었다 지는 것을 연상케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삼중주는 관점에 따라 달리 연주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원에 대한 저자의 깊은 관심 때문이었을까? 클래식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매개로 한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히 클래식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이 클래식 입문서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종착지는 비록 클래식이지만, 정원을 매개로 한 다양한 예술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문학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은매화는 달리 동백꽃은 거꾸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원산지였는데, 18세기 말에 유럽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19세기에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꽃이 되었으니 이 꽃이 역시나 예술의 다양한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베르디의 그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축배의 노래'로 유명한데, 이 오페라의 원작은 뒤마 피스의 [동백꽃 여인]이 원작이라고 한다.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뒤마의 혼외 아들이었던 그는 마리 뒤플레시라는 코르티잔(화류계의 여성)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지만, 교사였던 뒤마 피스가 그녀의 소비를 감당할 수 없기에 이들의 불같은 사랑은 결별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뒤마 피스는 그녀가 죽은 뒤에 그녀를 추억하며 글을 썼는데, 이것이 바로 [동백꽃 여인]이다.

 

 이 책에서 QR코드로 제공되는 [라 트라비아타]의 1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아, 그이인가!'는 그 직전에 사랑을 고백한 알프레도에게 동백꽃을 쥐어주면서 돌려보내는 비올레타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진실한 사랑을 앞에 두고 고뇌하는 그녀의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 솔직히 '축배의 노래'에 비한다면 나로서는 거의 알지 못한 '아, 그이인가!'를 이러한 설명과 함께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로 듣게 되니 비올레타의 사랑에 대한 내적 갈등이 노래에서 느껴지는 듯 했다. 차가우면서도 강렬한 붉은 동백꽃에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자연의 끝맺지 못한 그 완성이 인간에 의하여 다채롭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우리는 김유정의 [동백꽃]이라는 작품 때문인지 동백꽃에서 향토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있으니 더욱 그렇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김유정의 [동백꽃]에서의 동백꽃은 실제 생강나무의 꽃을 의미하며 색깔은 노랗다고 합니다. 일단 향토적인 분위기라는 점으로 사용된 예로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프와 슈베르트의 관계가 이름 모를 풀인 잡초와 함께 떠올려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시간적으로 이들에게는 접점이 없었다. 흐지만 1899년 클림프는 음악애호가인 니콜라우스 폰 둠바의 요청으로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를 그리게 된다. 은은한 촛불 아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지금은 비록 화재로 소실되어 존재하지 않지만,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 [키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또한 클림프는 1913년 [이탈리아 정원 풍경]이라는 작품을 완성하였는데, 그동안 풍경화를 많이 그리지 않았던 점에서 의외였지만, 그 대상이 이름 모를 풀과 들꽃이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이 비록 슈베르트를 생각하면서 그린 것은 아니지만, 이 그림을 바라보며 슈베르트의 [봄의 신앙]이라는 가곡을 들어보면 시간을 초월하여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가곡의 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 자체는 생전에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잡초와 같았다. 하지만 [봄의 신앙]을 작곡할 무렵에는 그 역시 의욕적으로 이제 남들로부터 주목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았지만, 결국 그의 음악은 크게 알려지지 않으면서 얼마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이탈리아 정원 풍경]이라는 두 그림을 잡초와 같은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를 떠올려보는 것이 결코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정원에서 모종삽만 있으면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땅을 조금만 파내면 개미를 비롯한 다양한 벌레들도 볼 수 있었으며, 방학 기간에 탐구 생활에 언급된 강남콩을 직접 심어보면서 콩이 열릴 때까지 키워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베르토 모리조의 [모래장난]이라는 그림을 보면 그 시기의 정원에서 놀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런 모습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어서인지 그림에서 정겨운 느낌마저 들게 된다. 앞서 언급된 그림보다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를 통하여 아이들과 함께 하는 클래식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글솜씨에는 그저 감탄을 하게 된다.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은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마저 클래식의 묘미에 흠뻑 젖어들게 한다는 점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클래식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호로비츠의 이 곡에 대한 연주 영상을 검색해 보면 연주되는 과정 중에서 노년의 관객들마저 감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아이들도 의미있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원에 대한 낭만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나만의 정원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꿈을 미술과 음악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특히 클래식은 이제 손쉽게 감상할 수 있으니 그것이 마냥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해석하면서 그 완성까지 해내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클래식을 알고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삶에서 자연 또는 예술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 자연을 삶의 공간 안에 두고 싶어 만든 것이 정원이다. 또한 예술도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즐길 수 있으니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자연과 예술을 향유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도 그러한 삶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으로 보면 어떨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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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고 자연이 끝맺지 못하는 것을 완성한다는 말이 정말 멋지네요 수많은 사유에서 올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클래식과 정원에 관한 이야기라니 어울리는 것도 같고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아요~ 정원을 가꾸는 분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변해 갈 것 같습니다 슈만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다른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2019.12.30 18: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과 자연에 대한 말이 인상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그 관계를 알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집에서 화분을 몇 개 키우고 있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떠올려 보는 것도 참 의미가 있을 것 같더라구요. ^^

      2019.12.31 12:29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올해 운 좋게 여러 권의 클래식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클래식 인 더 가든>이 화룡점정을 한 것 같습니다. 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을만큼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클래식 이야기 뿐 아니라 그와 연계된 명화들과 정원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토요일에 완독했는데 책 읽을 때의 감정을 어떻게 리뷰를 쓸까 고민하고 있네요. 먼저 책찾사님의 리뷰로 만나니 책 읽을 때의 좋은 기분이 다시 떠오릅니다. 저도 얼릉 리뷰 쓰도록 하겠습니다.^^

    2019.12.30 21: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클래식에 대한 책을 저도 추억책방님과 같이 여러권 읽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이 2019년 클래식 서적의 화룡정점에 해당되는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예전에 집에 있던 정원(화단)을 떠올리면서 관심이 있는 클래식 분야의 글들을 접해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곧 리뷰를 쓰신다니 저도 기대됩니다. 추억책방님의 리뷰로 다시 이 책의 내용들을 떠올려 볼 수 있을테니까요. ^^

      2019.12.31 12:31
  • 파워블로그 march

    책찾사님의 리뷰로 이 책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정원,클래식,명화 ...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운 조합인데 리뷰를 읽어보니 기대이상인데요. 읽는 내내 행복하셨을듯해요. 어릴때의 추억도 떠올리면서요.^^

    2019.12.30 21:1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맞아요. 글로만 이해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라든지 최근의 관심사에 대한 내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으며, 행복의 기운을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19.12.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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