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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도서] 언젠가 유럽

조성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꽤 오래전에 폴란드 바르샤바로 출장을 가 적이 있다. 당시로서는 파리, 로마와 같은 유럽의 유명한 도시에 비한다면 바르샤바가 관광지로서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었지만, 바르샤바 곳곳의 모습은 나의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잠코비 광장과 올드타운마켓은 바르샤바에서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었는데, 이들을 포함한 바르샤바의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바르샤바의 구시가지가 이름과는 달리 대부분 2차세계대전 기간에 나치에 의하여 85% 이상 파괴되었으며, 오늘날의 모습은 전쟁후 그림과 건물의 도면, 사람들의 기억으로 복원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여행을 꿈꾸지만 바르샤바의 올드타운과 같이 그 도시가 지닌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그 여행은 그저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여행도 더 이상 코로나 이전과 같은 양상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패턴이 크게 바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나는 이 변화를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중략) 이 책은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이다. 진지하면서도 역사 책처럼 결코 무겁지 않고, 참새의 발걸음처럼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책 서문의 내용 中에서 -

 근래에 유럽 여행에 대한 많은 책들 중에서 『언젠가 유럽』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저자의 유럽 여행을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이라 일컫는 부분 때문이다. 이전에 다양한 도시 여행을 통하여 쓴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쓴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 각 도시의 인물, 역사, 영화와 교감하는 그의 여행은 코로나가 빚어낸 직접 대면조차 하기 힘든 시대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충분히 시도해봄직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여행하는 저자만의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누구나 여행하기를 동경해마지 않는 유럽을 혼자서 즐기는 '안단테 여행'이자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이라 말하는 저자의 각 도시를 소개하는 방식은 익히 잘 알려진 유명한 관광 명소를 찾아가는 경로나 그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명 영화의 배경이나 역사의  현장이었던 장소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젠가 유럽』에는 라이프치히를 제외한 각 도시를 대표하는 영화가 도입부에 등장한다. 이들 영화는 아직 가보지 못한 각 도시의 명소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정되기도 하였지만, 저자가 밝힌 것처럼 코로나로 인하여 당장 여행을 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익숙한 영화를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인하여 체코의 프라하는 동유럽 여행의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우리에게 꽤 익숙한 곳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프라하를 세상에 알린 영화라고 언급하는데, 이 영화가 1996년에 개봉하였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영화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쉽게 공감하게 된다. 한국이 체코와 1990년에 수교를 하였지만, 당시까지 공산권 국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체코는 한국은 물론 서구권에서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러닝 타임 100분 중 50분까지의 배경이 프라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의도치 않게 체코의 프라하를 홍보하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초반에 이던 헌트가 이끌던 IMF가 순식간에 죽임을 당하는 장면들이 프라하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났는데, '말라 스트라나'를 비롯한 체코의 구시가는 중세 이전에 형성된 곳으로서 영화의 한 장면이었지만,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체코를 상징하기에 충분했다.

 

 『미션 임파서블』의 각 장면을 떠올리다가 저자는 자연스럽게 카프카가 태어난 프라하의 '마이슬로바 2번지'를 비롯하여 그의 대표작 『성(城)』의 배경 역시 '오펠트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시키면서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이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저자의 단언을 뒷받침한다. 손바닥만한 작은 공간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고, 개성있고 역사적인 건축물들과 수많은 인물들이 거쳐간 곳으로서 프라하를 설명하고 있으니 오늘날 강 건너편에서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 한 프라하의 야경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곳의 모습에 이내 빠져들게 된다.

 

 『퐁네프의 연인들』 역시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을 표방하는 저자의 생각에 일치하는 영화로서 등장한다.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기존의 관광 명소에 의한 이미지로서 파리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의 개봉으로 인하여 센강에 건설된 37개의 다리는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소가 되었다. 특히 '퐁뇌프'가 센강에 놓인 최초의 석축교이자 다리 양옆에 건축물이 없는 최초의 다리였다는 정보는 여타 파리의 유명한 관광 명소의 위풍당당한 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디테일함으로 인하여 '안단테 여행'의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한다.

 

 영화와 더불어 각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은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곧바로 유럽 여행을 느끼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앞서 내가 경험했던 폴란드의 사례와 같이 유럽의 도시에 담긴 인문학적인 요소는 유럽 대륙이라는 지리적인 배경으로 인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섬나라인 영국조차 유럽 대륙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패권을 장악하였기에 영국이 유럽의 별개의 나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원래 윌리엄 4세 광장으로 불리우다가 1805년 넬슨 제독이 프랑스-스페인 연합 해군을 격파한 '트라팔가 해전'에서 이름을 따 오늘날에는 '트라팔가 광장'으로 저자가 발걸음을 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광장 한복판에 약 50미터 높이의 '넬슨 제독' 동상과 당시 프랑스 해군의 대포를 녹여서 만든 4개의 사자상은 여러모로 역사적인 의미를 상징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폴레옹 역시 '방돔 광장'에 대불 연합군으로부터 노획한 대포를 녹여 기념탑을 만들었다.

 

 '트라팔가 광장'은 나폴레옹에 대한 영국의 승리의 상징이었지만, 거꾸로 빈은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에게 패배하여 2번의 입성을 허용한 흔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 이전에 오스만 제국의 침공으로 촉발된 '빈 포위전'은 성공적으로 치뤘지만, 나폴레옹에게는 수도가 두 번이나 점령된 뼈아픈 역사를 지니게 된 것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빈을 배경으로 한 감미로운 영상이 등장한 이후에 빈은 많은 이들이 찾는 여행 명소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빈은 제국의 수도로서 그 명암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인이 아닌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태어났고, 빈의 예술학교에 가기를 열망했다는 점은 굳이 밝히지 않는 점 역시 빈의 숙명이 아닐까?

 

 '묘지 여행'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파리 곳곳에 묻힌 예술가와 작가에 대한 설명 역시 흔치 않은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재라 할 수 있다. 묘지와 묘비명을 통하여 그들이 걸어온 삶을 떠올려본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여행의 모습일테니까. 하지만 이러한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적인 접근으로서의 여행은 라이프치히라는 낯선 도시를 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라이프치히는 영국의 런던과 오스트리아의 빈과 마찬가지로 나폴레옹과 상당히 관련이 있는 도시이다. 이곳에서 벌어진 '라이프치히 전투'(1813년)는 연합국이 나폴레옹에게 러시아 원정 이후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면서 나폴레옹을 엘바 섬으로 유배를 보내게 되는 전투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이프치히가 파우스트의 고향이자 바흐가 27년을 성실하게 복무한 성 토마스 교회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라이프치히의 진가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과거에 경험한 시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의지의 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언젠가 유럽』이미 다녀온 유럽의 도시 혹은 동경하며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유럽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경쾌한 발걸음과 함께 하는 지적인 안단테 여행을 꿈꾸며 동시에 코로나로 인하여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영화를 비롯하여 역사와 예술,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인 내용을 통하여 이곳에 대한 여행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유럽'이라는 꿈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유럽』은 이 시대에 더없이 적절한 유럽 여행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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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가까운 장래에 유럽여행으로 현지답사 하시길 응원합니다.

    2020.08.16 19: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산바람님 말씀처럼 아이가 좀 더 크면 그래도 가족끼리 유럽에 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실행에 옮기기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상황이니 여유있게 준비하면 더 뜻깊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2020.08.18 12:13
  • 파워블로그 청현밍구

    역시 책찾사님은 문과생인 저보다도 더 정리를 완벽히, 깔끔히 잘하십니다. ㅋㅋㅋ
    COVID-19가 좀 잠잠해 지더니 다시 대유행하기 시작하네요. 안타깝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20.08.16 21:5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책이 도시별로 그 특징을 잘 정리해놔서 정리가 수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청현밍구님 말씀처럼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될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네요. 조금만 참고 조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텐데, 각자의 이익 때문에 다시 문제가 커질 것 같아서 참 걱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현밍구님과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

      2020.08.18 12:14
  • 파워블로그 이루

    <언젠가 유럽>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여행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고, 저자의 인문학적 지식을 풀어낸 것이 책을 술술 읽히게 합니다. 책찾사님의 깔끔한 리뷰로 만나는 <언젠가 유럽>도 친근하게 느껴져요.
    오랜만에 해가 오랜 시간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무덥지만 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책찾사님~ 틈틈이 하늘 보시면서 여유로운 시간 만드시고 빛나는 한 주 보내세요^^

    2020.08.17 14: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맞아요. 이루님 ^^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을 동경하지만, 정작 어떤 점에서 가보고 싶은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영화와 인물, 인문학적인 내용과 함께 유럽 곳곳을 누비면서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지적인 여행을 선보이고 있는데, 각자 나름의 기준에 맞는 여행을 계획해보면 더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본격적인 여름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과 같으면 이 더위가 그냥 싫었을텐데, 장마를 겪고나니 은연중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루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여름나기가 되시길 바랄께요. ^^

      2020.08.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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