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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벌 전쟁

[도서] 중국 군벌 전쟁

권성욱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강희제부터 건륭제에 이르는 시기를 청나라의 전성기라 칭한 이후에 우리가 접하는 청나라의 역사는 바로 '아편전쟁'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몇몇 역사적인 사건만 알고 있다면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강희제와 건륭제의 치세와 '아편전쟁'을 두 시대 사이에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최강국이었던 중국이 순식간에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 군벌'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흔히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태평천국운동 - 양무운동 - 청일전쟁 - 변법자강운동- 신해혁명 - 국공내전 - 중일전쟁'을 중국의 근현대사 흐름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싱 링크(Missing Link)'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중국 군벌'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보니 중국의 역사에 관한 책들도 꽤 보았지만, 사실 '중국 군벌'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한 책이 없다. 그러다보니 '군벌(軍閥)'이라는 용어 자체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중국 군벌'은 단순히 중국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무력 집단 정도로 느껴진다. 심지어 영화에 등장하던 중국의 마적들을 이들 '중국 군벌'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장제스가 북벌을 통하여 이들 '군벌'을 타도한 것을 큰 역사적인 과업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중국 군벌'은 부패의 이미지와 함께 척결대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위안스카이를 정점으로 한 북양 군벌,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태평천국운동'에서 활약한 증국번의 '상군'과 이홍장의 '회군'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의 '중국 군벌'은 단순한 무장세력의 파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시중에 '중국 군벌'에 관한 책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그저 역사에사 단 몇 줄로 기록된 것이 전부였다.

 

 군벌 시대는 결코 암울했던 시대가 아니며, 공산당의 승리 역시 당연한 역사적 귀결은 아니다.

 권성욱 저자의 '군벌 시대'에 대한 이러한 정의와 함께 『중국 군벌 전쟁』은 그동안 '중국 군벌'을 척결의 대상으로만 다루던 내용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오히려 이들을 통하여 중국의 근대말과 현대의 시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소중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학자 출신이 아님을 언급하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지만, 나는 오히려 이 책의 출간이 반갑고 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란 누구나 생각하고 또 그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역사학계는 일반 대중에게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다양한 사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대중과 공유하면서 대중 스스로가 역사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는 것이 역사학계의 또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 『중국 군벌 전쟁』과 같은 책들은 학자들이 먼저 썼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역사와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 블로그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중국 군벌 전쟁』을 썼다. 각종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중국 군벌'이 중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상세히 다룸으로써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은 물론이고 이를 토대로 중국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끔 하고 있다. 1911년 10월 10일에 일어난 '우창 봉기'를 시작으로 하고 있지만, 이 책은 '현대 중국을 연 군웅의 천하 쟁탈전 1895 ~ 1930'이라는 부제처럼 청일전쟁 이후의 중국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점만 보더라도 '중국 군벌'은 그저 중국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우연히 등장한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들의 기원과 행적을 통하여 미처 알지 못했던 중국의 역사를 상세히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창 봉기'는 결국 '신해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쑨원이 오늘날까지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쑨원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뀔 여지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가 혁명을 강조하였지만, 치밀한 계획의 부재와 더불어 편협한 인식에 따른 주위 세력과의 연대를 제대로 이루지 못함에 따라서 여러 차례 혁명에 실패하였으며, 노련한 위안스카이에게 놀아나면서 보다 성공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었던 중국의 현대사의 흐름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은 왜 이 책이 오로지 '중국 군벌'에 관한 것이 아닌 중국 근현대사의 역사를 다루는 책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신해 혁명'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각 인물들의 모습과 당시 중국의 상황을 시작으로 이 책은 '중국 군벌'의 존재에 가려진 복잡한 중국의 역사를 풀어가고 있다.

 

 보황파(입헌군주제), 공화파의 갈등 속에서 다시 구체제로의 회귀와 같이 다양한 파벌간의 다툼과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침략이 중국 내부에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를 이 책에서는 '중국 군벌'의 이야기를 통하여 오롯이 보여준다.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그동안 단 몇 줄에 그쳤던 이들 군벌 간의 세력 다툼은 물론이고 장제스의 북벌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세력다툼 또는 북벌은 단순히 그들이 내부 문제만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위안스카이 사후에 북양 군벌의 구성 세력이었던 안후이파(안휘파)와 즈리파(직례파)의 세력다툼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안후이파가 일본 세력을 중국의 내정으로 이끌었으며, 즈리파 역시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었으니 이들의 갈등은 당시 국제 정세와도 상당히 큰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펑톈파(봉천파)는 당시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던 한국과도 관련이 있으며, 장쭤린과 장제스의 북벌군과의 연계는 훗날 장쮜린의 아들 장쉐량과 장제스의 관계와도 연결되고 있는 부분 역시 '중국 군벌'의 역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 군벌 전쟁』이 엄청난 분량을 지닌 이유는 그동안 학계에서는 딱히 언급하지 않았던 '중국 군벌'의 세력 다툼과 북벌의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이 뒤얽혀 전투를 벌였으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건과 전투를 포함하고 있기에 14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내용을 건너뛴 채, 그저 학계에서 말하는 내용으로 이 시기의 역사를 이해할 뿐이었다. 하지만 학계의 연구가 무조건 옳다고는 볼 수 없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지만, 중국의 근현대사는 사실 우리가 직접 다가가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중국 학계의 입장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마오쩌둥에 대한 숭배가 남아있기에 그들의 현대사 역시 그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즉, 중국의 현대사 역시 마오쩌둥 또는 공산당의 관점이라는 편협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여 정리한 우리 학계의 중국 현대사에 대한 내용은 과연 정확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 전쟁사에 상당히 관심이 있어서 책을 찾아봤지만, 한국에서 여러 전쟁사를 다룬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역사에서 평가하는 짧막한 내용으로 그들 전쟁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흔히 '매니아'라 불리우는 사람들의 블로그에는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의 다양한 책과 사례를 번역하여 공유한 내용들이 많았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글을 통하여 기존의 역사에 관한 책들의 내용과 비교 또는 보강을 하면서 나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내가 『중국 군벌 전쟁』를 열광한 이유는 이 책의 내용 자체에 대한 만족도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접하던 이들의 소중한 지식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저자의 또 다른 책 『중일 전쟁』을 읽어보려고 한다.

 

 정말 소중한 책을 만났다. 과거 저자의 블로그에서 단편적으로 읽었던 내용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반가웠다. 고고함과 함께 권위적인 이미지로 쉽게 대중들과 소통하지 않는 학계에 비한다면 이 책을 쓴 저자가 자신이 학자가 아니기에 이 책이 전문적인 내용이 아닐 수 있음을 언급한 부분은 지나친 겸손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정설로 알고 있던 역사마저도 새롭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이 그렇게 겸손할 필요는 없다. 의도적인 왜곡이나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사례를 수집, 분석하여 그 결과를 우리는 이렇게 좋은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마울 뿐이다.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방대한 분량에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왠만한 역사 서적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오히려 이 책의 방대한 분량이 더 고맙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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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중국 군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금기였을 뿐만 아니라 자료가 부족했던 시대가 지나가고, 중국의 1895년부터 1930년까지의 상황을 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청나라의 몰락과 태평천국의 난, 외세의 침탈, 손문, 이홍장과 위안 스카이 그리고 장제스와 북벌과 대장정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느껴지네요. 오해할 수 있던 책이었는데 책찾사님의 리뷰를 통해 읽고 싶은 책으로 바뀌었네요. 감사합니다.

    2020.08.22 09:3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닌게 아니라 부자의우주님 말씀처럼 군벌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 때문에 그동안 책으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이해하지 않고는 청나라 말기에서 1930년대까지의 중국의 역사를 원활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하여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군벌에 대한 평가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적어도 중국 군벌의 흐름을 사실적으로 설명함에 따라 읽는 이에게 어느 정도의 판단을 맡기고 있으니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참고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2020.08.22 17:40
  • 스타블로거 ne518


    군벌 전쟁이라는 건 잘 모릅니다 아편전쟁 뒤 중국이 서구 열강에 무너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군벌 전쟁을 안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겠네요 참 중요한 일일 텐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나 봅니다 책찾사 님은 역사에 관심을 가져서 중국 역사에서 빠진 부분에 관심을 가지셨군요 이 책을 쓴 분이 블로그에 쓴 글도 보셨나 보네요 거기에서 본 글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서 기뻤겠습니다


    희선

    2020.08.23 01: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역사에 관심이 있다보니 중국의 근현대사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중국 군벌에 관한 부분은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아서 상당히 궁금하더라구요. 이 책은 그러한 '중국 군벌' 자체에 대한 내용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내용들이 중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20.08.24 13:56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박시백의 35년 시리즈를 읽다보면 독립군들이 일본과의 전투를 위해 중국 군벌과 연합하는 장면도 나오는 것 같은데... 그동안 중국 군벌에 대해서는 다른 중국 역사에 비해서 잘 알지 못 했던 게 사실인 것 같아요. 학자가 아닌 역사와 관련된 블로그를 하면서 중국 군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각종 문헌과 자료를 통해 이런 책을 만든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책이라니 관심이 가네요. 쑨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가 가구요. 역사통인 책찾사님이 재미있게 읽으신 게 리뷰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그래서 저도 흥미롭게 리뷰를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죠? 주말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ㅎ 편안한 밤 보내세요.^^

    2020.08.23 22: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펑톈파가 아무래도 활동하던 지역이 우리 독립군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꽤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오히려 일본에 협조하여 독립 운동을 하던 동포들을 탄압하기도 하였지만, 북벌 이후 중국과 우리의 항일 투쟁은 또 협력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비록 중국의 역사이지만, 우리로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35년]도 그렇고, 엊그제 읽었던 약산 김원봉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보게 되더라구요. ^^
      주말에는 외출이 어려워서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서 밀린 리뷰도 쓰고 독서를 했는데, 아무래도 움직임이 덜하니 축 처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
      덕분에 오늘 아주 바쁜 월요일로 이번주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시작이 반이니 금세 이 바쁜 시간들도 지나가겠죠. 추억책방님도요. ^^

      2020.08.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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