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트랜스퍼시픽 실험

[도서] 트랜스퍼시픽 실험

매트 시한 저/박영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의한 헤게모니에 대한 하나의 반발 작용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을 통한 견제를 하는 상황이고, 중국 역시 예전과는 달리 그러한 미국에 대하여 같은 방법으로 응수하면서 양국간의 관계는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은 전임 지도자들에 비하여 야심을 숨기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한 비난과 갈등을 조장하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으니 둘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연 이들 국가는 이렇게 치열한 경쟁만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심각한 무역 분규를 겪고 있지만, 과연 미국이 중국산 물건을 소비하지 않고 생활이 가능할까? 반대로 미국의 원천 기술이 제한된다면 중국 역시 도약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을까?

 

 『트랜스퍼시픽 실험』은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미중 교류가 백악관이 아닌 민간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쓰여진 책이다. 여기에서 '트랜스퍼시픽 실험'금융위기 이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를 뜻한다. 특히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캘리포니아 지역과 중국 사이에 형성된 교육, 기술, 영화, 녹색투자, 부동산, 미국의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이러한 교류의 과정과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저자 매트 시한은 언론인 출신으로서 6년간 취재한 이러한 영역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현재 살얼음을 걷는 듯한 미국과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자유시장과 민주정치 등을 내세워 세계를 선도해온 미국과 정부가 주도하는 통제 시스템으로 미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극한 중국 사이에서 '트랜스퍼시픽 실험'의 결과는 무엇일까?

 

 ♣ 교육 분야에서의 트랜스퍼시픽

 오늘날 중국은 미국 유학생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유학생에 대한 견제로 비자 요건의 강화라든지 유학생의 숫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 유학의 목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성공을 위하여 수준높은 미국의 교육을 받고, 또 미국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즈음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이후에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공부보다는 단순히 커리어를 위한 것으로 변모하였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미국의 교육 기관이 중국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왜? 바로 대학의 재정 확보가 그 이유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학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부유한 중국 유학생들의 유치가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 정부와 보수 세력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국 유학생의 증가가 불편하겠지만, 이들로 인하여 미국 국내 대학생들이 보다 적은 교육비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기술, 영화 분야에서의 트랜스퍼시픽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국의 선진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필요했다. 반대로 미국은 그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초반에는 그들의 생각대로 진행되었지만, 이후 그러한 상황은 역전된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통제하는 국가였기 때문이다. 실제 누구나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터넷 영역조차 과거 중국의 만리장성을 연상케 하는 통제와 감시의 벽이 드리웠으며, 영화의 각 장면에 대한 검열 역시 미국에서는 절대 겪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기업과 영화업체가 당황하는 사이에 그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은 성장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적어도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유명 IT 기업과의 경쟁에 성공하고, 영화 역시 거꾸로 헐리우드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술업체와 영화 제작사는 중국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엄청난 시장성을 지닌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 녹색 투자에서의 트랜스퍼시픽

 중국은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다. 반대로 미국은 이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압력을 행사하는 국가이다. (정작 그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약에는 시큰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랭커스터라는 작은 도시는 중국의 업체를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그들이 처음에 유치하려는 기업은 바로 중국의 BYD였다. BYD는 중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였는데, 랭커스터의 시장은 이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유치에 공을 들였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기업에게 미국에서의 녹색 투자를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이제 중국이 과거와는 달리 투자자 또는 공장주로서 미국에 진출함에 따라 미국 내부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BYD는 성공적으로 미국에 안착할 수 있었다. 랭커스터 역시 BYD의 안착으로 인하여 다수의 일자리가 확보되었으니 미국과 중국의 녹색 투자는 더욱 확장되는 추세이다.

 

 ♣ 미키 마우스를 통해 본 트랜스퍼시픽

 중국 상하이에 엄청난 규모의 '디즈니랜드'가 개장되었다. 미국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디자니랜드'는 중국에서의 성공을 위하여 여러 면에서 중국의 문화를 수용하였다. 이를테면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중국의 전통 의상을 입는다든지 '디즈니랜드' 안의 편의 시설을 중국풍으로 꾸민 것이 바로 그것이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프로젝트'를 '진정으로 디즈니다운, 참으로 중국적인'이라는 슬로건으로 삼을 정도였다. 월트디즈니는 왜 이렇게 상하이의 '디즈니랜드'에 자국의 상징성마저 변형시키면서 공을 들이는 것일까? 최근 월트디즈니는 '디즈니랜드'를 넘어서서 다양한 영상 컨텐츠의 제작과 공급자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중국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현지화를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술과 영화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디즈니랜드'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은 월트디즈니가 중국에 자연스럽게 안착하기 위한 시도로 봐야 할 것이다.

 

 ♣ 부동산 분야에서의 트랜스퍼시픽

 점점 쇠락하는 미국의 여러 도시들은 생존을 모색하게 된다. 도시의 재개발과 정비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재정이 열악하다는 점이었다. 한편 중국의 부자들은 새로운 투자처 또는 안정적인 자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들 역시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 대한 안전핀과 대안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를 충족시킨 것이 바로 미국의 'EB-5 프로그램'이다. 1990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이민제도로 출범한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중국의 부자들은 미국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게 된다. 미국의 각 도시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자금을 통하여 도시의 재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은 정치와 외교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영역이다. 한국에서도 중국인들이 제주도의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삼은 적이 있었던 것처럼 미국 역시 중국의 미국 부동산 장악은 그리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중국 부자들의 투자로 인하여 중국의 외화 유출이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외화 유출에 대한 차단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편법으로 중국의 미국 내 부동산 투자와 이를 통한 미국의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여러 분야의 트랜스퍼시픽 실험 중에서 그 특징이 가장 부각된 분야가 아닐까 싶다.

 

 이외에도 미국내 보수적인 중국인들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처럼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일상에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마치 끝장을 보기 위하여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통하여 이들의 관계는 긴밀하고 복잡하게 얽힌 상태에서 협력과 경쟁이 병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요소(인재, 스타트업, 시위대, 문화적 배합 등)는 한 올 한 올의 실이 되어 문화와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테피스트리를 직조해내는 중이다. 그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서사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엄청난 복잡성 속에서 우리는 두 나라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긴장과 시너지를 엿볼 수 있다.

 - p. 386 中에서 -

 21세기 두 초강대국의 관계를 이 책에 등장하는 각 요소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관계가 하나의 입장만으로 대변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의견은 앞서 살펴본 각 분야의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통하여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미국인이지만 중국 문화에 꽤 익숙한 저자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로 이 두 국가의 관계를 예상하는 부분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전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둘의 관계를 단순히 한 방향으로 예측하기에는 두 나라가 다양한 영역에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트랜스퍼시픽실험이 무슨 내용인가 했더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는 민간 교류를 이야기하고 있군요. 요즘 두 나라 정상의 모습을 보면 끝모를 강대강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책찾사님이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민간 교류를 잘 정리해 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일본과 강대강으로 가고 있는데 민간 교류라도 활발히 이루어져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한 주도 빨리 가고 있네요. 벌써 금요일이 다가오고 있어요.ㅎ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ㅎ 남은 한 주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책찾사님.^^

    2020.10.22 19:3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저도 이 책을 읽고 비로소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보통 언론을 통하여 미국과 중국의 험악한 관계를 접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다양한 교류가 있으며 거기에서 협력과 경쟁이 병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억책방님 말씀처럼 아마 한국과 일본도 그러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몇 책을 읽으면 일본의 진보적인 시민 단체와 학자와 교류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요. 이러한 민간 교류가 양국의 소통 채널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내일 휴가라서 오늘이 금요일 같습니다. 드디어 내일 휴가를 가게 되었네요. ^^
      추억책방님도 내일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주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2020.10.22 20:16
  • 스타블로거 ne518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는데, 그런 걸 중국도 비슷하게 맞서는군요 중국 작지 않은 나라고 사람도 많으니 그럴 수 있겠습니다 조금 사이 안 좋아 보이는 건 겉으로 드러난 것뿐이고 뒤에는 다른 모습이 있군요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안 좋은 것만은 아닐 듯합니다 경쟁하면서도 교류도 하겠지요 미국과 중국은 서로가 바라는 걸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 제품은 어느 나라에서나 쓸 듯합니다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눈치도 볼 듯하네요 그건 오래전부터 그랬군요 거기에서 벗어나면 좋을 텐데...


    희선

    2020.10.23 01: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중국이 예전부터 스스로를 '중화'라 칭하던 콧대 높은 나라다보니 아편전쟁 이후 다시 자존심을 회복한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살얼음을 걷는 듯한 관계가 지속중이죠.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민간에서는 교류가 활발함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하여 협력과 경쟁 역시 병행하여 이루어지고 있기에 둘의 관계는 보다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0.10.23 22:40
  • 파워블로그 이루

    책찾사님의 리뷰 덕분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했던 중국이 지금은 힘을 키워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부러움이 앞섭니다. 공산주의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고, 그 단점을 민간 기업이 민첩하게 보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그 끝이 어찌될지.. 가끔은 무섭기도 해요.
    추억책방님 말씀처럼, 우리나라도 다양한 창구를 통해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민감한 역사 문제를 조금씩 함께 풀어가면서 '멀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이미지를 우리가 바꿔가면서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0.10.27 09: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먼저 읽어주시고 리뷰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루님 ^^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속에서도 활발한 민간의 교류를 통하여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역시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제를 개방하면서 값싼 노동력과 정부 주도의 통제된 정책의 수립과 실행은 분명 중국을 오늘날 미국에 필적하는 강대국의 지위에 올려 놓았으니까요. 하지만 염두에 둘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빈부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정부 주도로 이끈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는 순간 그 명분을 상실할테니까요. 한국 역시 군부 독재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경제 성장인데, 과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마냥 좋게 평가할 수 있을지는 좀 생각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러한 관계를 확실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도 적용하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의미있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치열한 공세를 통하여 점점 냉각되고 있지만, 이외의 분야에서는 그것과 별개로 다양한 교류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

      2020.10.27 13:17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