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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도서] 오늘의 시선

김시선 저/이동명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하여 사회는 물론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좋아하던 영화를 극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없으니 요즈음 유튜브로 영화에 대한 다양한 리뷰 영상을 즐기는 것 역시 그러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에는 '영화리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여 리뷰 영상을 보았지만, 요즈음에는 '김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하여 그의 영화리뷰를 즐겨 보곤 한다.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종이의 집]이라는 범죄 스릴러 드라마에 대한 그의 리뷰를 접했을 때, 정확한 딕션과 함께 핵심만을 간추려서 전하는 그의 진행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1주일에 두 편씩 올라오는 그의 영상은 지금도 빼놓지 않고 찾아보고 있다. 그러니 그가 이번에 영화와 자신의 삶에 관하여 쓴 [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의 출간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영화는 물론 영화와 관련된 그의 삶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테니까.

 

 유튜브에서 1세대 영화 유튜버로서 구독자 100만(현재 기준으로 106만명)이 넘는 그는 여러모로 부러운 존재이다. 특히 부러운 부분은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18년차에 접어든 회사생활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신입으로서의 열정으로 보냈던 초기를 제외하면 그냥 정해진 업무 루틴에 나의 삶을 끼워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저자에 대한 부러운 감정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영화를 '업'으로 살아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김시선'이라는 영화채널로 알려지기 전의 영화를 사랑하는 저자의 이전 모습에서 시작되고 있다.

내가 살던 땅끝마을 해남에는 두 개의 극장이 있었다. 하나는 시장 주변에, 다른 하나는 시장 인근의 허름한 건물 3층에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독립?예술영화관쯤 되는 규모인데, 쥐포도 팔고 번데기도 팔았다. (중략) 입구에 서 있는 주인에게 2000원을 주면 바로 극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영화는 별다른 안내 없이 영사기사 마음대로 갑자기 시작되곤 했다. 나는 불이 꺼지면 등 뒤에서 불현듯 나타나는 빛이 좋았다.

- p. 8 中에서 -

 

 별다른 안내도 없이 영사기사 마음대로 영화가 시작되던 곳에서 영화를 사랑하게 된 그는 나중에 대학시절에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와 같이 들리던 상사의 질문으로 인하여 본격적으로 영화를 업으로 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마치 우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회사에 입사 원서를 냈을 때, 합격하여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 그리고, 야근으로 날밤을 지새우던 회사생활 초반부에 "내가 갈 길이 여기였던가?"라는 질문이 무수히 많이 나의 가슴 속에서 요동을 쳤지만, 정작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저자의 상황을 공감하면서 동시에 영화에 대한 꾸준한 그의 애정과 열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 역시 결코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영화와는 상관없는 길을 걷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하루에 적게는 2편, 많게는 5편의 영화를 보고 또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도 챙겨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영화와 함께 하는 셈이다. 이 역시 영화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가 말하는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일단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의 삶 자체가 영화를 사랑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극장을 나설 때 감독 이름을 적는 두 번째 방법자신이 감독이라면 해당 장면을 어떻게 연출했을지 생각해 보는 세 번째 방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이라 말하는 그의 말은 그가 유튜브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증명된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유튜브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2014년에 시작된 그의 영화 유튜버로서의 삶은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구독자에게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기도 하였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그 세가지 방법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로서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은 반전 없는 것이 반전인 그의 영화생활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심지어 그의 삶과 성장, 생각마저도 영화로 설명되고 있을 정도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영화 속 여주인공이 기존의 영화에 대해 '시적인 데가 없다'라는 비판을 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며 '시적이다'에 대한 의미를 묻게 된다. 내심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뜻한다'라는 감독의 답변과 함께 이 말을 영화 속 장면과 함께 멋지게 포장하기 위한 질문의 의도가 담겨진 물음이었는데, 뜻밖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랜 고민 끝에 '거북이'라는 짧은 답변으로 저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한 저자의 상황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이 페트병을, 만약에 시로 표현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평소에 본 페트병과는 다르게 보여지게끔 하는 게 시의 역할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폭력이라든지 피라든지 그 모습을 그대로 제시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그 안에 있는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고 우리가 평소에 봐왔던 것과는 다르게 재평가되게끔 하는 것이 시가 아닌가. 쉽게 말해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것에 문뜩 눈을 멈추게 하는 게 '시적인 것'이 아닌가."

 - p. 93 中에서 -

 

 앞에 놓인 생수병을 잡으면서 '시적인 것'을 다시 설명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저자는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인터뷰를 자신이 원하는 또는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답변을 받기 위한 것으로 유도하고 있었기에 그 범위를 벗어난 상대방의 답변에 당황하였기 때문이다. 그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 그는 인터뷰가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대부분의 인터뷰가 영화에 대한 홍보를 하기 위한 설정된 문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저자의 그러한 경험은 충분히 공감된다. 또한 저자가 영화에 대한 별점평에 회의를 느끼는 부분 역시 흥미롭다. 보통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소위 전문 비평가라는 인물들이 별점과 함께 멋드러지게(?) 한 줄로 쓴 영화평은 영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압축하여 보여주지만, 정작 관객 입장에서는 그들의 별점 평가와 정반대인 경우가 더 재미있게 생각되는 영화가 많으니 솔직히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영화의 깊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그들의 심오한(?) 평가를 이해하재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저자 역시 한때 그러한 별점평을 쓰는 것을 즐기다가 단지 멋져 보이는 한 줄을 쓰기 위하여 고민을 하는 자신에게 회의를 느껴서 이후 별점평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그의 영화채널에서 다양한 영화리뷰를 접한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그가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저자는 그의 인생 영화로 이란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 향기]라 말한다. 자신의 자살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주인공에게 한 남자가 흔쾌히 자살을 돕겠다고 말한다. 더불어 주인공처럼 자살을 시도하였는데, 나무에 밧줄을 걸다가 우연히 손에 닿은 체리를 따 먹은 이후 자살을 포기했다고 들려주는 조력자의 이야기는 과연 죽기 위하여 구덩이 안에 누워있던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증을 야기한다. 이 영화는 "삶을 즐기려면 죽음이 쫓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체리 향기를 맡아보라."라는 이란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구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된 영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가 주인공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일까? 꼭 저자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비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저자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지만, 자살을 하려는 주인공의 여정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우리 역시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없지만 힘든 상황을 거쳐 오늘에 이를 수 있게 한 자신만의 '체리 향기'에 대한 공감 때문은 아닐까?

 

 영화를 매개로 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인연 역시 저자의 삶이 영화와 별개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만큼이나 영화를 보고 또 기획하면서 그 시장성을 예의 주시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를 오로지 작품으로만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이 관람하면서 미쳐 캐치할 수 없었던 부분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 그저 많이 보는 것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던 저자에게 다양한 기획과 행사가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일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또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은 그가 끊임없이 영화에 대한 일을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마음껏 '영화 보는 인간'으로 살고 있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자평하며 먼 미래에는 '영화를 잘 아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저자의 삶이 부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 역시 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때론 큰 어려움에 직면할 때가 많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어쩌면 현재 내가 하는 일에 딱히 재미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저자와는 달리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하여 여전히 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고 현재 나의 삶에 대하여 마냥 불평하거나 부정할 수만은 없다. 지금 이 과정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일부일 수도 있으니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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