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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 세트

[도서] 다만 나로 살 뿐 세트

원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예전보다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세계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나는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떠난 적은 없지만, 운이 좋아서인지 학교에서의 단기 연수와 취업 이후 해외 출장을 통하여 미국과 유럽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 짧은 여정의 여행에서의 좋은 추억 때문에 나 역시 언젠가는 제대로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단순한 여행 경험담보다는 여행에서 찾는 의미를 다룬 책들을 즐겨 읽고 있는데, [다만 나로 살 뿐]은 여행의 주체인 저자가 스님이라는 점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자 스스로도 아마 한국에서 스님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일주를 한 점을 밝히고 있으니 확실히 그의 여행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달리 불교 수행과 관련된 여행 내지는 고행이 아닐까라고 추측하게 된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첫 여행지가 중국의 티베트였으니 그러한 추측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이어지는 여정을 마주하게 되면 어느새 이 책의 내용은 그러한 추측의 범위를 넘어섬을 깨닫게 된다. 

 


 정작 우리가 가까이 다가섰을 때에는 모습을 감추다 멀리 떨어진 다음에야 태연하게 모습을 보여주는 카일라스를 바라보며, 카일라스가 하나의 무심한 인격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심하기에 그 누군가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투명하도록 맑은 고고함이 느껴졌습니다.

 - 1권 p. 66 中에서 -


 해발 6,714미터의 카일라스산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와 티베트 토착 종교인 본교 등 4대 종교의 성산(聖山)으로서 영혼의 성소나 신의 영역, 깨달음의 상징으로 대변되고 있기에 스님인 저자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여행보다는 수행 또는 고행을 위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곳에서 저자의 너무나 현실적인 여정의 기록은 오히려 읽는 이에게 진솔함을 심어준다. 불교의 성지인 이곳을 방문하는 보통 스님의 글이라면 온갖 고행이 뒤따르더라도 큰 의미가 있었다는 내용으로 전개가 되었겠지만, 그곳으로 향하면서 그가 느낀 고산병으로 인한 호흡 곤란과 두통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카일라스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하산하면서 멀리서 바라봤을 때 그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저자는 보통의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허무함과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러한 상황이 카일라스산이 주는 진정한 의미로 해석하는 부분은 그저 즐거움과 재미, 추억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던 여행에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초반의 이러한 내용들을 보면 저자의 여행이 불교의 수행과 연관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내 저자의 여행이 보통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 보여준다. 사실 저자는 대학까지는 일반인으로 살다가 이후 출가한 젊은 승려이다. 이 책에서는 오로지 그의 세계일주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출가 과정과 젊은 스님으로서의 삶도 함께 다루고 있다. 나는 그동안 대부분의 스님들이 절에 기거하면서 속세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보통의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보며 PC게임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여행 방법과 코스는 넉넉치 않은 일정을 감안하여 카우치 코칭(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면 자신의 거주지를 가입자들이 숙박할 수 있게끔 허용하고 동시에 본인 역시 해외에서 해당 가입자의 거주지에 조건이 맞는 경우 숙박할 수 있다.)을 통하여 대부분의 숙박을 해결하며 여행 코스에는 그가 좋아하는 '문명'이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스톤헨지', '히메지성'과 같은 곳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종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불교의 교리를 가볍게 저자의 행적을 통하여 느끼면서 여행의 묘미를 함께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승복을 입고 여행을 하였다. 특히 그가 쓴 삿갓과 손목에 찬 염주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정작 스님은 승복을 일종의 보호구로서, 삿갓과 염주를 여행의 동반자로 삼고 있는 점이 몹시 흥미로웠다. 실제 여행지에서 승복을 입어서 뜻하지 않은 혜택 및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니 확실히 승복은 저자의 말처럼 낯선 세계일주의 과정에서 보호구의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었다. 삿갓과 염주에는 각각 '차경''현요'라는 이름을 붙였다. 삿갓의 이름 '차경'은 '막을 차(遮)'에 '경계 경(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삿된 경계를 막아준다'라는 의미이니 삿갓의 용도와 여러모로 일치하다고 볼 수 있다. '현요'라는 염주는 저자가 라오스 여행 중에 구입한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흑요석 때문에 염주는 빛나는 검은 돌이어서 처음에는 '검을 흑(黑)'과 '빛날 요(曜)'를 써서 '흑요'라고 지었다가 '흑(黑)'자 대신에 '검을 현(玄)'자를 써서 '현요'라는 이름을 지었다. 단순히 색깔의 특징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빛을 품고 있는 모습 때문에 글자를 바꾼 것이다. 


 이름을 지어주면서 그 대상물에게 인격을 부여해준 것이었고, 또한 의미를 새겨준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차경과 현요를 대할 때, 저는 소유물로서의 내 삿갓과 내 염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인격물로서의 차경과 현요로 대해주었습니다.

 - 1권 p. 104 中에서 -


 

 이러한 여행 중 사소한 에피소드는 어렵고 딱딱한 경전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보다 불교, 아니 선하게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은연중에 전달하고 있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세계의 명소 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풍광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과 저자에게 일어난 뜻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더 흥미롭게 읽혀진다. 예를 들어 그가 밀라노에서 겪은 도난 사건은 말로만 듣던 그 악명 높은 이탈리아의 절도와 소매치기를 전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상황에서 낭패에 빠진 저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기차에 앉아 있던 저자가 창 밖의 사람이 무언가를 물어보자 그와 무언의 대화를 하던 사이에 그의 자리 옆에 놓여 있던 가방을 누가 훔쳐간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두 명은 짝을 이뤄 그 물건을 훔친 것이었고, 정작 이탈리아의 경찰은 서류상 조사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저자는 낭패를 겪어야 했다. 경찰 역시 특별히 수사의 의지가 없었고, 도리어 절도범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뒷돈을 받기 위하여 분실한 물건만을 자세히 조사하였다고하니 저자는 영영 물건을 되찾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나 역시 미국에서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귀국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국 총영사관이 있는 곳이어서 여행증명서를 임시로 발급받아 귀국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나중에 여권과 미국 비자를 다시 재발급받아야 했으니 저자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나처럼 귀국이 아니라 계속 여행을 해야 했기에) 인연이 있던 한국인 여행객 부부를 만나서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 체어마트에서 마터호른 산과 주변의 호수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한국에 연락하여 여권을 긴급으로 신청하여 5일 뒤에 이스탄불의 영사관에서 수령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을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오히려 도난 사건을 통하여 그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여행을 해나가며 저는 결심했습니다. 내용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인연에 따라 그 내용물도 잘 받아들이고 또한 인연에 따라 잘 흘려보내 주는 흐름을 살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마음먹어서인지 저에게 집착 없는 흐름을 살게끔 동인을 만들어준 그 도둑들이 어찌 보면 저에게 큰 스승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 1권 p. 278 中에서 -


 

 멘탈이 붕괴되는 상황조차 또 하나의 배움의 기회로 승화시켜 받아들이는 저자에게 세계일주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비록 수행과 고행과는 사뭇 다른 그의 행적이지만, 그의 행적은 스스로에게 배움의 기회로 또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유럽에 있는 덴마크는 불교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저자가 만난 덴마크의  불교 신자의 교리에 대한 배움의 의지는 승려인 자신보다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는 관음선종 센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속세의 일을 하다가도 그 선원 공간에서 수행을 진지하게 하는 것에 저자는 무척이나 큰 감명을 받기도 했다. 특히 텔아비브에서의 경험은 저자 스스로 자신이 왜 스님이 되기로 결심했는지를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진지한 성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대목은 여행이 그저 보고 느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만나 한 한국인과의 만남은 더욱 의미있다. 비록 여행을 하기 위하여 떠난 것이지만 이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이들의 만남은 반가움을 넘어서서 삶에 깃들어 있는 종교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저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죽음을 돌이켜보다 보니, 오히려 삶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매사에 집중하고 치열해질 수 있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에게 도리어 감사했습니다.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당신께서 직접 죽음으로 보여주신 것 같아서요."

 - 2권 p. 144 中에서 -


 유난히 밝고 유쾌한 한국인 청년의 이러한 사연을 듣고 저자는 '시멸생선은(示滅生善恩)'이라 불리우는 부처님께서 당신 스스로 사람들에게 죽음을 보여주신 은혜를 떠올리게 된다.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가 자신의 육신이 멸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며 무상의 진리를 보여주는 은혜가 바로 한국인 청년이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과 그를 통한 변화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주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통하여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해외여행을 소재로 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 책의 제목이 [다만 나로 살 뿐]이라고 지어졌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해외여행을 통하여 '글로벌'을 외치면서 세계의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내용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오히려 여행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그 깨달음을 통하여 자신만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단순히 스님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우리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여행의 남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길 위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여행에서 갈구하는 철학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주제를 몸소 해외여행으로 어렵지 않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논하면서도 결코 무겁고 딱딱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승려인 신분이지만, 그 역시 한국의 젊은이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책의 내용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 와중에 우리는 여행을 삶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기에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돋보였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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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오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스님들의 수행방식, 고대 수도사들이 취했던 생활방식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님중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이력을 가진 저자이면서 스님이 되겠네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여행 그 자체보다도 그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여행에세이)에 더욱더 눈이 가는 요즘입니다.

    2021.02.10 17: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직 젊은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통하여 보여주는 저자의 생각은 더오드님의 말씀처럼 앞으로 그분이 어떤 길을 나아가게 될지 기대하게 되더라구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단지 보는 것의 여행은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 여행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읽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오드님 ^^

      2021.02.11 19:38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사실 이 책 표지가 주는 신비로움에 과연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 궁금했었는데 스님이 세계일주를 하며 여행과정에서 겪는 일들 속에서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전달하는 책이라는 걸 이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네요.
    여행 중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여행을 고수했다는 스님의 행동에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책찾사님 리뷰 잘 보았습니다 ^^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

    2021.02.11 02: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우선 여행의 주체가 스님이라는 점이었어요. 현재 세계여행에 관한 책들이 많은 상황에서 고행 또는 수행으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여행 과정을 통하여 저자가 보여주는 생각들은 아마 이전의 책들과 구분되는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덕분에 언젠가는 세계여행을 가보고자 하는 저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단지 누군가에게 과시하는 여행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서 여행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

      2021.02.11 19:41
  • 파워블로그 나만을위한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볼줄 아는 스님의 자세를 본받고싶네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마음의 평안을 위해 가끔 운전하면서 법륜스님의 말씀을 듣곤하는 저에게 스님과 불교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일단 이책의 저자가 스님이기에 관심이 쏠립니다. 꼭 낯선장소, 지금의 내가 있는곳에서 먼곳을 가야만이 여행이 아니라 매일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시간을 여행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보며 리뷰를 읽었습니다. 즐거운 설 연휴되시길 바랍니다. 책찾사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리뷰작성욕구가 마구마구 생기네요.

    2021.02.11 18: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을위한시간님처럼 불교의 진리에 관심이 많고 또 편안하게 유명한 명산에 위치한 절들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현재 머물고 있는 수도암이라는 절도 방문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여행을 일종의 재미와 즐거움으로 생각하여 떠나고 싶어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통하여 삶을 되돌아 보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는 기회로 삼는 것도 필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만을위한시간님도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내내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2021.02.11 19:5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