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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걸으며 나를 톺아봅니다

[도서] 숲을 걸으며 나를 톺아봅니다

손진익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본격적으로 명상을 익히게 된 곳은 사찰도 아니고 요가 학원도 아니다. 바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품고 있는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 줄기에 둥지를 틀고부터다. 자연에서 아픈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원했고, 그곳은 바로 걷기 명상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산이었다. 좋아하는 산을 자주 찾다 보니 산행이 내 명상의 시초가 된 셈이다.

 - p. 7 中에서 -


 

 '톺아봅니다'라는 낯선 문구가 눈에 들어와 그 의미를 찾아보니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톺'이라는 표현이 워낙에 생소하여 이 의미를 좀 더 찾아보니 원래 옷감 재료인 삼을 째서 끝을 가늘고 부드럽게 하려고 작은 톱으로 누르면서 긁어 훑는 것에서 그 뜻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제서야 비로소 '톺아봅니다'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톱으로 물건을 빨리 자르려고 한다면 빠른 속도로 톱을 왕복하여 켜야겠지만, 긁어서 훑기 위해서는 정교한 손놀림으로 꼼꼼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작은 톱을 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톺아봅니다.'의 의미는 진정으로 '나다운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숲을 걸으며 나를 톺아봅니다]의 저자는 견실한 기업의 경영자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 정착하여 '로미지안 가든'이라는 정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내의 건강을 위해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 것이었지만, 자연의 보살핌에 아내의 건강이 좋아지고 그 역시 마음의 치유와 평안을 얻게 되어 자신이 일구던 정원을 치유와 깨달음의 공간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현재 숲 걷기와 생활 명상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근육을 북돋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숲에서의 걷기가 주는 그 즐거움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에 이 책에 담긴 숲에서의 걷기 명상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여러모로 많은 공감이 되었으며, 더불어 미처 알지 못했던 그 공간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오롯이 나를 톺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워볼 수 있었다.

 

(하동의 편백자연휴양림의 숲길)
 


우리는 온전한 나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만든 호칭으로 살아갑니다.

가끔 외로움이 밀려오는 것은

현재의 삶이 불행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달콤한 고독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 p. 21 中에서 -


 고독과 친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저자가 말한 달콤한 '고독의 맛'을 사실 글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과 그룹에 속해 있는 우리는 사회적 관계로서 나를 정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거기에 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다보니 고독은 곧 불안과 외로움의 정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연장선으로 고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저자가 숲에서의 걷기 명상을 통하여 깨달은 것인데, 문득 작년에 다녀온 하동의 편백자연휴양림에서 내가 경험한 것을 떠올리면서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다. 집에서 홀로 새벽에 출발하여 내가 편백나무 숲에 도착했을 때에는 나 혼자였다. 처음 숲에 들어섰을 때에는 혼자라는 사실이 고독은 물론 두려움으로 이어지기까지 하였지만, 홀로 걷다보니 이내 모든 신경이 나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았던 나의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이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중의 시작이었다. 

 

 평소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고독이 주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사고를 더 깊고 더 넓게 만드는 데 일조하였으며 이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지만,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기에 외로움을 이겨내야 비로소 고독의 힘이 생긴다는 저자의 조언은 충분히 공감할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필자는 하루 생활 리듬을 '고독으로 들어가기와 고독에서 빠져나오기'로 정의하면서 고독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으로써 고독을 즐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우리 역시 숲에서의 걷기 명상을 통하여 이제는 고독을 달리 바라보고 또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전 장태산휴양림의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우리는 보통 화가 나거나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할 때

열 받는다는 말을 자주 씁니다.

기계도 쉬지 않고 돌아가면 고장이 나듯

우리의 사고도 쉬지 않으면

생각의 실타래가 얽히고설켜 엉망이 됩니다.

 - p. 103 中에서 -


 일체의 사고를 멈추라는 저자의 조언은 요즈음 나에게 너무나 와닿는 것이었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그것을 잘 해보고자 하는 욕심은 업무에 대한 무수히 많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러한 생각이 적당한 수준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그 정도를 넘어서면서 머릿속은 항상 생각으로 가득 차 있게 되면서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하였고, 이는 엄청난 강박관념과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스스로를 압박하며 불안감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여 내가 겪은 고통들은 결국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생각의 실타래가 얽히고설켜 엉망이 된다는 저자의 그 말은 나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실수를 줄이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알고 있던 내가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 놓은 적이 언제일까 떠올리다보니 하늘을 향해 끝도없이 뻗어 있던 메타세콰이어를 바라보던 때가 생각났다. 정면으로 봤을 때에는 그저 큰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로 향하는 순간 메타세콰이어와 하늘이 만들어 낸 풍경은 생각을 포함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잠시 내려 놓게 할 정도로 나를 압도하였다. 사회 속에서의 멈춤은 그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버겁기에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이 때의 멈춤은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단계로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휴일마저도 업무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게 된다면 왠지 출근한 다음날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으니 메타세콰이어를 보면서 일체의 사고를 멈췄을 때의 그 상황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나는 그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으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교훈을 다시 새길 수 있게 되어 다행이 아닌가 싶다.

 

(동네 근처의 숲길을 거닐며)

 


한 걸음 더 빠를 것도 한 걸음 더 느리다고

최종 목적지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엇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는지 또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것이 삶의 목적이니까요.

 - p. 178 中에서 -


 예전에는 이름난 산을 찾아가면서 그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걷던 때가 있다. 정상이라는 확실한 목적지와 함께 거기에 빨리 도달하려는 생각 때문에 그 시기의 산에서의 걷기는 그저 오르는 것말고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즈음 나의 걸음걸이가 무척 차분해졌음을 깨달을 때가 많다. 과거에는 거리에서 걷더라도 앞에 누군가가 있다면 추월해서 지나칠 정도로 꽤 빨랐는데, 지금은 거꾸로 걷다보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새 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어서 서글픈 생각도 들었지만, 차분해진 걸음걸이가 마음의 여유를 반영한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업무에 대한 강박관념에 따른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테니까.

 

 그러고보니 이제 내가 찾는 산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과거에는 유명하거나 수려한 풍경이 산을 선택하는 이유였지만, 이제는 그저 부담없이 걸을 수 있고 조용히 사색할 수 있다면 어떤 숲과 산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네의 이름모를 숲도 내가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이다. 이제 차분해진 걸음 덕분에 그곳에서도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고, 숲에서의 바람을 느끼며 새소리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처럼 산의 정상이라는 특별한 목적지가 없더라도 차분한 걸음으로 숲을 걷노라면 왠지 우리가 삶에서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들기까지 한다.

 

 자신을 톺아본다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저마다 다르거나 또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숲을 걸으며 나를 톺아봅니다]를 읽게 된다면 숲에서의 걷기 명상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주변에서 걷기 명상을 할 수 있는 숲이 꽤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공감하게 된다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톺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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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숲에서 걸으면 기분 좋겠습니다 나무를 보고 새소리 들으면서 걷다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겠네요 그러면서 자신도 돌아보고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생각도 해 보고... 사람이 사는 데 가까이에 숲도 많아야 할 텐데, 숲이 좀 머네요 그냥 가까이에 있는 나무라도 보면 좀 낫겠습니다 그저 자연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겠지요 이 책을 보고 책찾사 님이 가셨던 곳을 떠올려 보기도 하셨군요 그런 시간도 좋았겠습니다


    희선

    2021.06.17 03: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제가 숲을 걷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이 책을 통하여 보다 구체화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걷는 시간이 마냥 좋았는데, 그 행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니 시간이 날 때마다 숲에서의 걷기 명상을 좀 더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꼭 숲길이 아니더라도 희선님처럼 나무를 보면서 나름의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명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2021.06.17 10:56
  • 파워블로그 산바람

    톺아본다는 말의 뜻을 자세히 알게 되는 리뷰였습니다. 더구나 숲을 걸으며 명상을 할 수 있는 숲이 우리의 주변에는 의외로 많음을 생각하면 복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뷰 잘읽었습니다.

    2021.06.17 18: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바람님 ^^
      가끔 TV에서 해외의 유명한 숲과 산을 보면서 감탄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숲이나 산이 많은 나라도 드물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실히 자랑할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21.06.18 11:47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어느 명산의 정상을 가봐야 그 산을 가봤다 할 수 있는 거라 생각보다는 그냥 저런 조용한 숲 속에 거닐 수 있는 것, 소소하지만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더 의미있게 여겨지더라구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 달콤한 고독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말 너무 좋네요. 달콤한 고독이라 ~~타인에 의해, 사회에 의해 처해지는 고독이 아닌 스스로 찾는 고독은 그만큼 달콤할 수 있겠구나 싶네요 ^^
    좋은 리뷰,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찾사님의 리뷰이네요 ^^

    2021.06.17 22: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삶의미소님도 그러시군요? 그래서 오히려 쉽게 산으로 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조용히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걸을 수 있는 산과 숲은 우리 주변에도 꽤 많이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사실 고독이란 그리 좋은 뉘앙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스스로 고독을 찾아서 그 고독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저자의 표현이 그리 과장되지 않다고 생각되더라구요.
      삶의미소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고, 다가오는 주말 가족과 함께 평온한 시간 보내세요. ^^

      2021.06.18 11:51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역시나 조용한 산책을 부르는 평화로운 리뷰를 yes24에서 알아봐주셨네요 ^^
      책찾사님 우수리뷰 선정 축하드리고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2021.06.27 19:30
    • 파워블로그 책찾사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의미소님 ^^
      벌써 주말이 다 가버렸네요. 쉬는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는지...
      삶의미소님도 남은 휴일 잘 보내시고, 다가오는 주말 평온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2021.06.27 22:10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