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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도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빌 브라이슨 저/권상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예리한 관찰력과 재기발랄한 문체로 ‘현존하는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라는 빌 브라이슨에 대한 평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책 중 하나가 바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일 것이다. 미국 아이오와 주 다모인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출신의 아내와 결혼한 이후 영국에서 20년동안 거주하다가 미국으로 돌아와 잠시 거주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던 그의 행적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미국에서 영국으로 떠난 뒤 일정 부분 시간이 지난 뒤에 홀로 미국을 여행하면서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여느 여행 서적과 달리 빌브라이슨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위트있는 표현과 더불어 과거 그가 어렸을 때의 아버지와 함께 미국 곳곳을 여행했던 기억과 비교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옛날에는 소도시 외곽에 가면 주유소 하나, 데어리 퀸 아이스크림 집 하나, 모텔 한두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타운에, 타운이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까운 곳이라 해도 패스트푸드점 ,자동차모텔, 월마트 디스카운트시티, 쇼핑몰 등이 1.5킬로미터 가까이 죽 펼쳐져 있다. (중략) 쇼핑몰들이 타운을 먹어치운 것이다! 

 - p. 69 中에서 -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책 표지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라는 문구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황당한'은 결코 평범치 않은 빌 브라이슨의 행적과 그의 특유의 문체를 대변하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미국 소도시 여행기'는 빌 브라이슨의 여행지가 솔직히 미국인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미국 곳곳의 중소 도시가 주요 목적지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과 LA, 시애틀, 하와이와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관광 명소가 아니라 빌 브라이슨의 고향인 아이오와 주의 다모인을 시작으로 "남쪽 -> 동쪽 -> 다시 다모인 -> 서쪽"으로 향하는 여정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에서의 그의 경험담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명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된다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다. 나야 사는 집 근처의 산책만으로도 금세 여행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이니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미국의 지도를 검색해 놓고 저자의 여행 경로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은 오로지 글로만 되어 있다. 저자의 여행 경로라든지 미국의 지도도 함께 수록되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손님 쫌 둔하죠, 맞죠?" 그녀가 명랑하게 쳐다보았다.
창피했다. "음, 죄송합니다. 제가 좀 세상과 접촉이 없이 살았더니, 제가 얼마 전에야..., 출옥했거든요."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요?"
"네. 빨리 주문하라고 재촉하는 여종업원을 죽였거든요."
그녀는 반신반의하는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고 물러나더니 이번엔 내가 마음을 정할 시간을 충분히 많이 주었다. 결국 나는 중간 크기 두꺼운 페퍼로니 피자에 버섯과 양파를 추가해서 주문했고, 그 조합을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 p. 71 中에서 -


 여행 도중 피자 전문점에서 메뉴판에서의 수많은 피자와 토핑을 보고 어떻게 주문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빌 브라이슨을 다그치는 종업원에 대한 그의 대응만 보더라도 이 책이 기존의 여행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확연이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영국에 거주한 이후로 미국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그 상황을 재치있게 넘기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기존의 여행기의 형식과는 다르다. 전반적으로 그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이나 경치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여행 과정에서 겪은 일이나 과거와의 비교와 회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일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했다. 극장 관리자가 실업고등학교를 중퇴한 악독한 여자 안내원들을 고용해서 감시하기 때문이었다. 히틀러 시대의 독일에 태어나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인 이 악랄한 여자들은 초강력 손전등을 비추며 복도를 순찰하다가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잡아내는 게 일이었다.
- p. 115 中에서 -


 미국 조지아 주의 사바나(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국에 이런 지명이 존재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라는 도시의 매혹적인 부분에 감탄하면서도 1959년 이후로 쇠퇴한 사바나의 상업지역에서의 '바이시스'라는 근사한 옛날 영화관이 문을 닫았음을 애통하게 생각하던 빌 브라이슨은 그 감정을 과거의 영화관에서 어렸을 때, 벌였던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인용 문구에서의 '이 일'은 '닙'이라는 감초 맛이 나는 사탕을 빨다가 그걸 스크린에 던져서 붙이는 고약한(?) 장난이었다.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그런 장난이 통용되었고, 극장 입장에서는 그걸 막기 위하여 아이들에게는 악독하게 보이던 여자 안내원들을 고용하였던 것으로 점점 쇼핑몰의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대체되는 예전 극장에 대한 추억을 호출하는 장면은 '역시 빌 브라이슨 답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여행서와 다른 이 책의 특징은 적어도 내가 읽은 바로는 시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언제 여행이 시작되어 중간중간 날짜와 시간으로 그 여정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에는 그러한 부분이 없다. 마치 백화점과 카지노 매장에서 시계와 밖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거의 없는 것처럼. 그래서, 그가 묘사한 부분들이 도대체 미국의 어느 시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없다. 다행히 나는 그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의 기록을 통하여 대략 그의 여행 시점을 예측할 수 있었다. 워싱턴에서 그는 우연히 일본 수상인 나카소네 야스히로의 미국 방문을 목격하였으며 그 환영 인파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1987년 미국을 방문하였으니 책의 중반으로 향하는 지점에서야 이 여행의 시간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이 맞다면 이 책에서 빌 브라이슨에 의하여 묘사된 미국의 모습은 1980년대 중반의 것이 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리커버 에디션으로서 동일한 출판사에서 2009년에 출간된 이력이 있다.)

 


 공원 안에는 어떠한 상업행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공원 밖에서는 자연 경관이 공원 내부만큼이나 훌륭하더라도 무제한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다. 꼭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곳을 흉하게 만들어야만 그곳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국립공원이 무슨 자연을 가둬 놓는 동물원도 아니고 아름다움은 반드시 울타리 안에 가둬 놓고 그 안에서 끝낼 필요가 없다는 걸, 미국은 깨닫지 못했다.
- p. 134 中에서 -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인 국립공원에 대한 이 대목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역시 깨닫지 못하는 부분이라 공감이 가는 부분 중 하나였다. 솔직히 미국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콜로라도의 덴버 근처에 있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광활한 부지의 국립공원이 자연 그대로 잘 관리가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빌 브라이슨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물론 그가 방문한 1980년대의 국립공원과 2000년대에 내가 방문한 국립공원이 규모나 관리라는 부분에서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오히려 빌 브라이슨이 언급한 국립공원에 대한 관리와 개발 문제는 한국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공원이라 설정된 지역은 보호되고 있지만, 그 경계를 벗어나면 무분별한 상업적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극과극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들은 하나같이 문 앞까지 가서야 거의 강도 수준인 고액의 입장료를 알려주는 게 정말 싫다. 이런 곳들은 도로변에 미리미리 표지판을 세워 두어야 한다.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4.8킬로미터. 수표책을 준비하세요!"라든지,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1.6킬로미터. 볼 만하지만 더럽게 비싸요!"라든지.(중략) 말이야 바른 말이지 복원된 옛 마을을 두어 시간 걸어 다니는 대가로 24.50달러면 좀 심하지 않나?

 - p. 151 中에서 -


 미국 버지니아 주의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라는 예전 마을의 모습을 복원한 이 곳의 값비싼 입장료에 대한 그의 불만도 위트있게 표현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가 유명 여행지로 쉽게 검색이 되는 것을 보면 인기가 있는 곳임은 확실한 것 같다. 현재 입장료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1980년대의 24.50 달러면 제법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구두쇠인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최대한 아끼려는 아버지 때문에 싸구려 숙소와 공짜 관람지만을 본 것에 대한 그의 불만이 자주 등장하지만, 빌 브라이슨 역시 이렇게 요금이 꽤 비싸다고 생각되면 그는 입장하지 않고 곧바로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우리가 저곳에 간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해외여행이니 아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겠지만, 빌 브라이슨은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국내 여행지의 관람료는 저 가격에 비한다면 대부분 싼 편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쯤되면 이 책이 순수 여행기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의외의 성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내용 역시 빌 브라이슨이 우연히 자신의 친척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데, 이를 읽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접할 수가 있다.


 외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은 사실 상당히 쉽다. 카운티 병원에 가면 된다. 별로 유쾌한 곳은 아니지만, 아니, 실은 상당히 우울한 곳이지만 NHS(영국 보건의료체계) 병원보다 더 나쁘지는 않다. 무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미국에는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보험이 없는 인구가 40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 p. 258 中에서 -


 

 아이오와 주의 다모인에서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빌 브라이슨은 '나를 찾는 여행'을 표방하면서 그의 마음에 맞는 완벽한 소도시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특유한 독설로 봤을 때,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도시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기준으로는 필라델피아의 '페어마운트 공원'이 아마도 그의 극찬을 받은 곳이라 생각된다. 심지어 남부 지방에 대해서는 속 터질 정도로 느린 그들의 사투리와 더불어서 아예 여행을 포기할 정도였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소도시는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보통의 여행서로 접근하는 것보다 직설적이면서 위트있는 빌 브라이슨의 글을 통하여 그 시기(아마도 1980년대 중반)의 미국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읽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또한 빌 브라이슨의 여정에 등장하는 모든 소도시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도에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파악하게 된다면 유명 관광지 정도로 미국을 바라보던 때와는 달리 지리적으로도 속속들이 미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 시리즈의 문을 연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이 시리즈의 다른 여행기 역시 찾아서 읽게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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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빌 브라이슨 이름만 알지만, 본래 미국에서 태어났군요 결혼하고 영국에 살다 다시 미국에 오고 미국 여러 곳을 다녔네요 스무해나 영국에 살았으니 빌 브라이슨이 미국에 살 때와는 달라졌겠습니다 지금은 더 많이 달라졌겠네요 1980년대 중반이 지금보다 자연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건 한국도 다르지 않겠지요 빌 브라이슨은 잘 알려진 곳을 가기보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간 듯하네요 그것도 괜찮겠지요 어떤 마을에는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군요 그런 곳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까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국에도 작은 도시가 있고 그런 곳에도 사람이 살겠습니다


    희선

    2021.06.22 00: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아니라 그저 발길이 가는대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저의 취향과 비슷해서 더 몰입하면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약간 귀찮긴 했지만 미국의 지도를 따로 찾아서 그 여정을 따라가니 확실히 예전보다 미국의 구석구석에 대해서 알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보통 시골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시골이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이 1980년대의 미국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서 이 부분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

      2021.06.22 09:18
  • 파워블로그 Aslan

    이 책 신청하고 싶었었는데.. 재밌겠습니다 ㅎ

    2021.06.22 22: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빌 브라이슨 그 특유의 표현력이 오히려 더 돋보이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21.06.24 15:49
    • 파워블로그 Aslan

      미국식 유머.. 좀 과하긴 하죠

      2021.08.07 21:43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빌브라이슨 특유의 글재주가 어느 책에서나 듬뿍 묻어나는데 이 책 또한 그의 매력발산을 충분히 하고 있나봐요 ^^
    올려주신 피자주문 상황을 보고 엄청 웃었네요 ㅎㅎㅎ

    영미권에선 분명 바로 이해하고 웃었을 상황일텐데 제가 그의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가끔 만날 때 너무 아쉽더라구요. 하지만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가 전해주는 위트와 진정한 의미만 생각하더라도 이 분 매력에 빠쩌들게 되죠^^
    저도 읽어보고 싶은 미국편이네요 ~~

    2021.06.27 22: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빌 브라이슨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글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더라구요. 까칠하면서도 유머가 느껴지기는 한데, 저 역시 삶의미소님처럼 미국식 유머를 완벽히 공감하지 못하여 100% 그 의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더라구요. ^^

      2021.06.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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