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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이름

[도서] 원소의 이름

피터 워더스 저/이충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화학은 학창 시절 나에게 야누스적인 과목이었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과학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흥미로운 실험이 화학과 관련된 것이었기에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시기의 화학은 마치 수학과 같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화학식은 괜찮았지만, 그 식을 구성하는 원소 기호들을 외워야 했으니 그것이 고역이었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20개 정도가 주로 화학식을 구성했기 때문에 그것만은 꼭 외워야 한다면서 '해헤리베베씨노프네나마알지....'과 같은 이상한 주문을 외우라고 강조하던 화학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신기하게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저 주문 덕분에 H, He, Li, Be, B, C, N, O...으로 이어지는 20개의 원소는 기억하고 있지만, 이러한 원소의 이름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하였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기계적으로 암기할 필요는 없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나에게 [원소의 이름]은 118개 원소로 구성된 주기율표를 원소에 대한 이야기로 치환케 해 준 책으로 다가왔다.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분명 화학과 관련된 원소를 다루면서도 그 접근 방법이 예사롭지 않다. 화학과 물리학, 공학은 물론이고 화학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역사와 신화, 종교, 언어와 같은 인문학 분야의 지식들을 통하여 원소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은 새 원소 4종의 이름을 각각 니호늄(nihonium), 모스코븀(moscovium), 테네신(tennessine), 오가네손(oganesson)으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렇다면 새 원소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것일까? '니호늄'은 일본을 뜻하는 '니혼'에서 비롯되었고, '모스코븀'은 이것을 발견한 연구소가 있던 모스크바에서 유래되었으며, '테네신' 역시 발견에 기여한 연구소가 있던 미국의 테네시주에서 유래하였으며 '오가네손'은 초악티늄족 원소 연구의 선구자인 유리 오가네시안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사례들은 새롭게 발견된 원소의 이름은 그 원소를 발견한 사람 또는 단체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원소가 발견한 사람 또는 단체, 국적과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이름을 갖게 되는 과정은 저마다 다양한데, 바로 이 책은 그것을 다룸으로써 화학에 대한 또 하나의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금, 은, 수은, 철, 구리, 납, 주석은 금속 원소 중에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들이다. 그런데, 이 7개의 원소를 당시 사람들에게 알려진 7개의 행성으로 매칭되었다. 즉, '금-태양', '은-달', '철-화성', '수은-수성', '주석-목성', '구리-금성', '납-토성'으로 쌍을 형성하였다. 그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금속과 광물이 땅속에서 씨로부터 '자란다'고 믿었으며, 점성술사와 연금술사들은 각 금속의 특징이 행성의 속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예를 든다면 대부분의 금속은 오랜 시간이 지나거나 화학적인 작용에 의하여 본연의 색을 잃지만, 금은 그 찬란한 광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태양에 비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금의 원소 기호인 'Au'는 금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룸(Aurum)'에서 유래하였지만, 금과 태양을 나타내는 기호로 원을 공통적으로 사용하였다. 주석을 목성과 매칭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석을 구부릴 때 나는 소리가 마치 제우스의 천둥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참고로 목성은 제우스를 상징하는 행성이다. 수은은 아예 그 이름이 수성과 동일한 'mercury'이니 행성과 금속을 매칭시킨 대표적인 금속이라 할 수 있다. 이들 금속 원소는 그 이름은 대부분 라틴어에서 가져왔지만, 점성술과 연금술의 영향으로 7개의 행성의 특성으로 그 성질이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7개의 행성 이외에 추가로 행성이 발견된 것처럼 금속 원소 역시 추가되었으니 의외로 금속 원소와 행성의 매칭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독 눈길이 가는 대목은 물을 'H2O냐 O2H냐?' 라는 물음에 관한 것이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물을 'H2O'라고 답하겠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오히려 'O2H'가 맞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수소(H)'와 '산소(O)'의 이름에 무슨 사연이 있던 것일까? 1781년 헨리 캐번디시는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반응시켜 물을 합성하는 데 처음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물이 원소라 생각하였고, 수소 기체는 물이 플로지스톤과 결합한 것이고, 산소 기체는 물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기체가 만나면, 수소로부터 플로지스톤이 빠져나와 산소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플로지스톤이란 18세기 초에 유럽에서 연소 반응을 설명하기 위하여 등장한 개념으로서 "타는 원소"라는 가상의 물질을 말한다. 즉, 모든 가연성 물질에 플로지스톤이라는 입자가 들어 있어서 물질이 연소할 때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게 되며 그로 인해 물질의 질량이 감소하게 되며 이것이 모두 빠져나가게 되면 연소과정이 끝나며 다시 연소하지 않는다라는 것으로 물질의 연소를 설명하였다. 당시 연소 과정이 산소의 결합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플로지스톤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라부아지에는 헨리 캐번디시의 실험에 주목하여 결국 산소의 존재를 밝히게 되었고(참고로 라부아지에 역시 '플로지스톤설'을 신봉했었다) 그 이름을 '산소(oxygene)'라 지었고, 이러한 라부아지에의 명명법은 훗날 '수소'를 'hydrogene'라고 짓는 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 이름들은 그리스어로 변환하면 '산소(oxygene)'는 '산(acid)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이고, '수소(hydrogene)는 물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사실 라부아지에는 산소가 다른 물질과 반응할 때 항상 산(acid)를 만든다고 생각해서 '산소(oxygene)'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염산이 염소와 수소만으로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산(acid)의 핵심 성분은 산소가 아니라 오히려 수소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라부아지에의 의도대로라면 오히려 수소가 산소의 이름을 가져야 했다. 또한 산소의 독특한 성질이 수소와 결합하여 물을 만드는 것이니 물을 만든다는 의미의 수소(hydrogene)로 명명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물은 H2O가 아닌 O2H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돈은 라듐의 방사성 붕괴를 통하여 생성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라돈을 '라듐 방사물'이라 불리웠지만 적절한 이름을 지어야 했다. 처음에는 라듐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에 '엑스라디오(exradio)'라는 명칭이 제안되었지만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1910년, 라듐 원자가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을 하나 잃고 라듐 방사물 원자로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르곤 계열 기체들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niton(니톤)'이라는 이름이 제안되었고, 이 원소가 빛을 내뿜는 성질에 착안하여 '빛나는'이란 뜻의 라틴어 '니텐스(nitens)'라는 이름도 제시되었다. 하지만 결국 반감기가 가장 긴 동위 원소인 라듐의 방사물임을 감안하여 '라돈'으로 결정되었다. 라듐과 폴로늄의 발견자였던 마리 퀴리는 '라디오 네온(radioneon)' 또는 '라디온(radion)'이라는 이름을 강하게 밀었음에도 그녀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이 책은 그동안 단순히 영문자로 표기되던 원소의 발견 과정은 물론 그 이름에 담긴 사연을 통하여 화학을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또한 중세 연금술사와 마녀가 주술을 위하여 사용하던 비법과 마법 주문들이 어떻게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원소의 이름으로 변환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새롭게 원소 주기율표에 추가가 되는 원소들의 발견 과정을 한 편의 이야기로 접하게 되니 화학이 어렵다는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화학자이면서도 어린 학생과 대중에게 화학 지식을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저자의 활동을 감안한다면 [원소의 이름]은 분명 자발적으로 화학에 대한 관심을 북돋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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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고등학교시절 멋진 선생님 덕분에 화학 재밌게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산소와 수소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
    공유 감사합니다 책찾사님 ~

    2021.08.18 21: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오호, 선생님을 잘 만나셨군요? 저는 물리, 화학 모두 영 아니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스스로 흥미를 잃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요. ㅠ.ㅠ

      2021.08.19 18:26
  • 스타블로거 엄마는독서중

    원소기호도 스토리텔링으로 외운다면 이야....이건 외우는게 아니라 저절로 알게되는....너무 좋은데요. 전 학창시절 그저 의미없이 외운터라 지금은 다~~까먹었고...신랑은 회사에서 화학 관련일을 하고 있어서...좀 아는지, 여행갈때 매번 아이들과 끝말잇기 놀이를 하면 화학 원소로 저를 보내버리더라구요. 리튬, 나트륨, 베릴륨, 스트론튬...뭐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들로 날 처참히 보내버리는데....저도 이참에 저 118개 원소 이름을 싹 다 외우고 싶은 맘이 활활 타오르네요...ㅎㅎ

    2021.08.18 23: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와, 그러고보니 정말 끝말잇기의 끝판왕들은 죄다 화학의 원소 기호였군요. '륨'과 '튬'으로 시작되는 단어는 아마 없을테니까요. 학창 시절에는 무식하게 다 외워서 공부하려고 하다보니 화학은 제 풀에 나가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즈음 그렇게 공부했던 과목들을 다시 책으로 이해하려고 노력중이어서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작 암기과목으로 분류되는 역사, 지리 이런 과목들은 외우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

      2021.08.19 18:29
  • 스타블로거 ne518


    화학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군요 배우기는 했는지... 물리는 생각나는데, 조금만 배우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원소 이름에도 이야기가 있군요 그런 거 알고 화학을 배우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냥 원소 이름만 외우라고 하겠지요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책으로 볼지도 모르겠지만... 화학도 알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화학이 쓰이지 않은 게 없을 테니, 음식이 화학과 다르지 않네요 그건 화학자가 보기에 그런 거고 보통 사람은 그냥 하죠


    희선

    2021.08.19 02: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초등학교 시절에는 화학이 참 좋았죠. 명시적으로 화학이라고 분류되지 않았지만, 과학실에서 하는 실험 대부분이 화학 관련이라서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주 2시간의 화학 수업이 점점 흥미가 떨어지더라구요. 좋아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무식하게 암기로 대응하려다보니 한계에 봉착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오히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없는 요즈음 다시 물리, 수학, 화학의 재미를 하나씩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희선님 말씀처럼 화학을 꼭 공부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도 연관지어 생각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보려고 해요. ^^

      2021.08.19 18:3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