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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음주 월요일 휴가였는데, 일정이 변경되어 금요일에 휴가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휴가 일정 변경으로 인하여 가족의 동의하에 혼자서 저만의 시간을 갖기 위하여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이기에 새벽에 출발하여 부지런히 다니면 순천 곳곳을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곳으로 가려고 하였는데, 비 소식이 있어서 금요일 아침 내내 고민하다가 결국 그나마 비 소식이 없던 곳 중에서 충남 공주로 가게 되었습니다. 

2년전에 공주와 부여 여행을 갔었을 때, 공주는 공산성만 다녀온 것이 못내 아쉬워서 이번 여행은 오로지 공주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려고 하였습니다. 오전에 출발하니 흐린 날씨였지만, 공주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가을 하늘이 저를 반겨주네요.

공주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는 바로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명칭을 '무령왕릉과 왕릉원'으로 변경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저도 '무령왕릉과 왕릉원'이 더 마음에 드네요.

 

'진묘수'라는 왕릉을 수호하던 전설 속의 동물 조각상이 서 있는 송산리 고분군 입구입니다. 코로나와 금요일 평일 오전이라 관광객은 거의 보이질 않았네요. 저로서는 혼자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심지어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공주시는 코로나 때문인지 모든 관광지의 입장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분처럼 되어 있는 송산리 고분군 내의 전시실입니다. 5호분, 6호분, 무령왕릉의 내부를 재현해 놓았고,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1980년대에는 이런 전시실은 없었고, 무령왕릉을 실제로 들어가서 그 내부를 봤던 것 같은데, 붕괴 위험이 있어서 2007년(?)부터는 직접 왕릉 내부 관람을 금지시켰고, 이렇게 전시실로 재현해 놓은 것 같습니다. 
 

실제 왕릉입니다. 5호분, 6호분과 무령왕릉은 이렇게 붙어 있어서 입구가 각각 존재합니다.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지요. 1971년 무령왕릉은 6호분의 배수로를 정비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왕릉이 모두 도굴되어 숫자로 명명된 것에 반하여 무령왕릉은 도굴도 되지 않았고, 무덤의 주인이 백제 사마왕(무령왕)이라는 표식을 비롯하여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어 아마도 한국 고고학의 최고의 성과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문제는 당시 한국의 이러한 발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굴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24시간도 안걸려서 발굴을 완료하였고, 당시 현장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고 유물들을 회수하였다고 하네요. 그런 점에서 한국 발굴사의 흑역사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송산리 고분군 둘레를 돌다보면 후문쪽으로 샛길이 나 있는데, 그 길로 향하면 바로 공주 국립 박물관이 나오더군요. 차로 이동하면 2~3분이면 갈 거리인지라 이런 경치를 보면서 걸어가는 것을 저는 추천하고 싶네요.

 

 

깔끔한 외관의 국립공주박물관입니다. 역시나 제가 초등학생일 때 갔던 박물관이 아니었네요. 지금 자리로 신축하여 옮겨진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관람 인원 및 시간에 제한이 있지만, 역시나 관람객은 저밖에 없어서 별도 예약없이 관람이 가능하였지만, 문제는 다음주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기념을 위한 행사 준비 때문에 2층만 관람이 가능해서 관람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2층은 구석기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공주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였습니다. 

 

 

 

박물관 바로 옆에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체험관도 많고, 저 한옥들은 공주 주변의 지역명을 따서 숙박 시설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공주에서 숙박을 한다면 이곳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옥마을 길 건너편에 '아트센터 고마'가 있습니다. 저도 공주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송산리 고분군', '공주국립박물관', '한옥마을', '아트센터 고마'가 거의 모여 있어서 관람하기에 편리하더군요. 저는 걷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송산리 고분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곳들을 모두 걸어서 돌아봤습니다. 반경 1km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네요.(참고로 '고마'는 '곰'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과거 공주가 '웅진'으로 불린 것과 연관이 있네요.)

 

 

이곳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무료로 '빛과 색채의 마법사 클로드 모네'라는 이름의 레플리카 체험전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레플리카'는 그림이나 조각의 원작을 복제한 작품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관람객이 없어서 도슨트의 해설을 거의 1대 1로 들으며 그동안 책으로만 접했던 클로드 모네에 대해서 작품은 물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도슨트가 없었다면 모네가 아내인 카미유의 죽음을 그린 이 작품의 하단에 있는 그의 사인에서 하트 표시가 있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생생한 도슨트 덕분에 클로드 모네에 대하여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정말 이번 여행에서 뜻하지 않은 횡재를 했네요.

 

 

 

 공주사대부고 바로 위에 있던 '풀꽃문학관'도 가보았습니다. 들어서는 입구쪽 벽에 나태주 시인의 시가 있어서 이곳이 그분이 집필 활동을 하는 곳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근데 문학관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아직 글을 쓰시기 때문에 집필 공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실제 내부는 강의실과 집필 공간 정도만 공개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미리 연락을 하여 나태주 시인과의 만남 또는 강의 내용을 문의하고 방문하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나태주 시인은 계시지 않았고 사무 공간에 관리하시는 분만 계셔서 내부에 있기도 좀 뻘쭘하더라구요. 

 

'풀꽃문학관'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저 작은 천편 부근에 '나태주 골목길'을 조성해 놓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천편 좌우를 잘 정비해서 좀 더 규모를 크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데군데 한옥 스타일의 카페들이 있었고 또 새롭게 건축중인 곳도 있으니 잘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낮의 따사로움을 피하여 정안천 생태 공원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길에 가보았습니다. 대략 1km 정도의 길이로 조성된 이곳은 한낮에도 그 사이의 그늘 공간 때문에 걷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안천 생태 공원에 연꽃도 많이 심어져 있으니 연꽃이 필 무렵에도 산책하기에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목적지는 공산성이었습니다. 2년 전에는 오전에 방문하였지만, 이번에는 오후 6시 부근에 방문했습니다. 여기도 코로나 때문에 입장료는 무료였고, 매표소와 관리소가 한옥 스타일로 새롭게 정비가 되어 있더라구요. 

 

 

성곽에 앉아 일몰 풍경을 감상하였습니다. 어디서라든지 일몰을 볼 수 있음에도 이렇게 휴가를 내어야 일몰을 볼 수 있다니 평상시에 너무 여유없이 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략 15분 간 이렇게 일몰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네요.

 

 

 

 

 

 

 

해가 지니 2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산성과 거기에서 바라본 공주의 야경으로 눈호강을 했네요. 

 

 최대한 걸어서 공주 구석구석을 다녀서 그런지 오랜만에 3만보를 넘겼네요. 23km를 걸은 셈이니까 제법 많이 걸은 것 같은데, 어째 소비 칼로리 1070kcal을 보니 무언가 허무한 생각이 드네요.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육전냉면 칼로리가 600kcal에 집에 와서 이것저것 먹다보니 힘들게 걸어서 소비한 칼로리가 다시 먹는 것으로 채워진 느낌이네요. ㅡ.ㅡ;;
 그래도 공주에서 꽤 다양한 경험과 눈요기를 한 덕분에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던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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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흙속에저바람속에

    와, 공주에서의 하루를 아주 알차게 보내셨군요! 역사를 애정하시는 책찾사님이시라 기분 좋은 여행을 하고 오셨을 듯합니다. 덕분에 공주에 가게 된다면 둘러볼 곳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올려주신 사진들도 쨍하게 나와서 랜선 공주 여행 제대로 다녀왔네요. 마지막 공산성의 야경 사진이 압권입니다. 삼만보 인증샷도 잠만보인 제게 자극이 되었구요.ㅎㅎ;; 모쪼록 좋은 기운 계속 이어가시는 9월의 나날들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책찾사님.^^

    2021.09.11 19:2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흙속에저바람속에님에게 랜선으로나마 공주 구석구석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저도 참 기쁘네요. 제가 원래 동네 산책만으로도 항상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니다보니 공주 구석구석을 누빈 시간 역시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조차 저에게는 무척 반갑더라구요.
      공산성은 예전에 오전에 간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꼭 야경을 구경하고 싶었어요. 몰랐는데 지난 달에 공산성에서 야간 행사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시기에 조용히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

      2021.09.12 11:18
  • 스타블로거 서천

    비 오는 순천도 괜찮지 않나, 그냥 순천으로 가시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사진을 보는 순간, 가을의 공주도 좋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년 전 여행 때 거의 가본 곳 같은데, 나태주 문학관과 거리는 못가본 곳이네요. 당일치기 공주 여행, 정말 알차게 하셨네요. 일상을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나라도 좋은 곳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공주에서 받은 정기로 일상에서도 즐거운 가을 되시길 빕니다^^

    2021.09.11 21: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사실 공주로 향하는 과정에서 원래 가고 싶었던 순천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공주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그런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또 기회가 되면 다시 순천에 갈 수 있으니까요. ^^
      솔직히 나태주 시인의 집필 공간인 풀꽃문학관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여전히 활동하시는 분의 공간이라서 기존에 제가 갔었던 혼불 문학관과 박경리 문학관과는 좀 다르더라구요. 여기는 미리 연락해서 나태주 시인이 계시는 동안에 오면 좋을 것 같아요. ^^
      서천님 말씀처럼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서 조금 다른 공간에 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공주의 시가지나 천변 산책로도 저에게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 같아요.

      2021.09.12 11:24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클로드 모네 와 풀빛 문학관(?) 아트 고마
    그리고 거의 24킬로를 걸으신 책찾사님 당일치기 홀로 여행
    멋지기도 하고 아!~~~~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맛난 저녁 드신 듯해서 …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

    2021.09.11 21: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혼자 여행 다니면 먹는 것이 좀 애매하더라구요. 공주가 칼국수가 참 유명한 동네인데, 이날은 너무 많이 걸어서 수분 보충이 시급하여 육전 냉면으로 점심 겸 저녁을 대신했어요.
      아트센터 고마에서의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미술관에 간 적도 정말 오래되었지만, 솔직히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들여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 경험을 바로 공주에서 하게 되었으니까요. ^^

      2021.09.12 11:2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