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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만든 사람들

[도서] 과학을 만든 사람들

존 그리빈 저/권루시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그들과 그들의 삶은 그들이 살아간 사회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그래서 나는 예컨대 한 과학자의 업적이 다른 과학자의 업적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한 세대의 과학자들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다.

 - p. 14 中에서 -


 무려 900여 페이지가 넘는 [과학을 만든 사람들]은 제목 그대로 과학을 과학을 만든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과학의 흐름을 과학자들의 업적 그러니까 그들의 삶을 통하여 다루고 있다. 전공자이거나 과학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과학을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과학자들의 삶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러한 부담감은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과학 시간에 행성 운동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이론은 바로 '케플러의 법칙'이다. 3개의 법칙으로 구성된 이 이론은 행성 운동의 비밀을 수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천체 물리학의 획기적인 업적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케플러의 법칙'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 그 법칙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더욱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먼저 그가 어렸을 때 앓았던 천연두로 인하여 시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동안 그의 뛰어난 과학적인 성과와는 달리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그가 스스로 천체를 관측하여 방대한 자료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튀코 브라헤와의 만남이 그의 업적에 크나큰 기여를 하였음을 알게 된다. 실제 이 책에서는 케플러가 브라헤의 자료를 넘겨받기 위하여 노심초사한 부분을 보여준다. 또한 케플러의 중후반부의 삶은 유럽의 30년 전쟁과 얽히면서 그의 종교관으로 인하여 현실(경제,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고달팠음을 언급하는 대목은 이 책이 추구하고자 하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심지어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인 예언과 점성학의 주술을 덧입히는 기술 덕분에 명성을 쌓았다는 점에서 신비주의적인 측면도 있었다는 그의 개인적인 삶은 그 시기의 과학이 온전히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1543년은 유럽의 과학사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해이다. 아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인체 구조론에 관하여]를, 코페르니쿠스가 [천체 공전에 관하여]를 출간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의 과학은 여전히 신 중심의 세계관에 종속되어 있었으며, 또한 그 성과와 움직임 역시 그리스의 자연철학에 비하여 상당히 미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이 시기에 지동설을 주장하고, 베살리우스 역시 근대 해부학을 창시하였으니 과학사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획기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케플러(1571~1630)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시기의 과학은 신학 또는 점성술, 연금술과 같은 부분과 연관 또는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고, 여전히 이론과 주장이 과학적인 실험과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닌 추측에 불과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최초의 과학자라 일컬을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이 책에서는 윌리엄 길버트(1544~1603)최초의 과학자라 칭하고 있다. 그 이유는 17세기에 실험과 관찰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여 쓸모없는 가설을 가려내는 과학적인 방법을 그가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윌리엄 길버트가 추종한 그런 방식은 오늘날의 과학 분야에서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윌리엄 길버트가 '최초의 과학자'라 일컬어진다.

 

 이처럼 이 책은 기존의 책과는 달리 과학을 과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수많은 과학자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에 대한 인명 사전으로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읽은 인물을 바로 라부아지에이다. 화학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긴 그는 교과서에서 그의 과학적인 성과가 항상 등장할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흥미를 가진 대목은 이토록 위대한 과학자가 프랑스 혁명 당시에 단두대에서 처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행정 관료이자 과학자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 훌륭한 성과를 냈던 이 인물이 도대체 무슨 죄목으로 처형이 된 것일까? 그동안 과학을 다룬 책에서는 라부아지에의 그런 비극적인 죽음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것에 비하여 이 책은 그 내용마저 라부아지에의 수많은 과학적인 업적과 함께 다루고 있었다. 

 

 라부아지에의 비극적인 죽음은 바로 1786년 그가 한 선택 때문이었다. 그는 이 해에 세금 징수 대행업체의 지분 3분의 1을 사들이는 일생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세금 징수 대행은 루이 14세와 루이 15세의 시기에 전쟁과 사치로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된 프랑스 정부가 원활히 세금을 걷기 위하여 세금 징수 대행을 내세우면서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데, 라부아지에는 일종의 재테크로 세금 징수 대행의 3분의 1을 매입한 것이다. 세금 징수 대행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우선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고 시민들에게 세금을 거둘 때 세금과 더불어 자신들의 이익을 추가하여 받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라부아지에가 그 과정에서 정당하게 납득할만한 수익만을 추구하였는지 아니면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무리한 징세를 하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이러한 이력은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인하여 그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혁명 이후 라부아지에는 제3계급을 대표하는 오를레앙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어 "불평등 징세는 부자들이 희생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용인될 수 없습니다."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니 그의 세금 징수 대행 업체의 지분 매입은 그 시대의 통상적인 재테크 방법이며 그 시기에 진보적인 개혁가로 비춰질 수 있음에도 결국 1794년 시민들에게 본보기로 징세 대행업자로서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게 된다. 과학이라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과학과는 사실 별다른 관련이 없는 내용처럼 보여지지만 이 책에서는 이처럼 저자의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다수 등장한다. 


 과학을 하는 과정은 개인의 활동이지만 과학 자체는 본질적으로 비개인적이다. 과학은 절대적, 객관적 진실을 다룬다. 과학을 하는 과정과 과학 자체를 혼동하기 때문에 과학자를 논리만 따지는 냉혈한 기계로 보는 관념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과학자는 궁극의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열렬하고 비논리적이며 심지어 광적이 될 수도 있다.

 - p. 913 中에서 -


 과학은 절대적, 객관적인 진실을 다루지만, 그 과학을 하는 과학자는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우리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과 방향성이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 존 그리빈은 천문학 박사이면서 동시에 어렵다는 인상을 주는 과학을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통하여 객관적이면서 절대적인 과학과 그것을 연구하는 개인으로서의 과학을 그간 과학사에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삶을 통하여 다루고자 한 것으로 보여진다. 

 

 코난 도일은 '홈즈 시리즈'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홈즈의 세심한 관찰력과 논리적인 추론 과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코난 도일은 훗날 심령주의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을 만든 사람들]에서도 과학자들에게 이런 면모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케플러를 비롯한 당시 천문학자들은 점성술을 활용하여 예언과 점을 치는 신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화학은 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연금술이 그 기반이 되었으며, 뉴턴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 역시 종교와 과학을 완전히 분리하여 바라보지 않았다. 실험을 통하여 증명된 과학적인 원리를 접하다보니 저자의 지적처럼 우리는 과학자들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인물로 인식하기 쉽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상당하다는 점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그러한 의외의 모습은 결코 과학자들의 업적을 평가절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을 개인의 삶의 이야기라는 측면으로 조금은 쉽게 공감하며 다가갈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면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이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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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지금은 미신이다 여길 것을 옛날 과학자는 믿기도 했던 것 같아요 종교가 있는 사람이 과학을 하기도 했더군요 시간이 흐르고는 종교과 과학이 갈라진 듯하지만, 종교가 아닌 과학을 믿는다고 할까 케플러는 눈이 잘 안 보였다니 몰랐습니다 케플러 어머니가 마녀 재판을 받았다는 말도 있던데... 과학자도 사람이겠지요 자기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과학자가 있어서 지금과 같은 과학이 있는 거겠네요

    책찾사 님 명절 연휴 식구들과 즐겁게 보내세요 달도 보시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1.09.18 23: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맞아요. 이 책에서도 케플러의 어머니가 마녀 재판을 받았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어요. 케플러를 천문학적인 업적으로만 접하다가 그의 개인사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니 이 책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네요. 그럼에도 벌써 연휴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희선님도 추석 연휴 내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2021.09.19 14:4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과학자들의 삶을 다룬 책이라 90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같습니다. 라부에지의 죽음이 세금 징수 대행업체 지분 때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네요. 명석한 두뇌로 나름 재테크를 잘 했다고 생각되는데 역사의 소용돌이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네요.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 대목입니다.
    코난 도일의 예를 들어주셔서(코난 도일 책을 읽은 덕분에.ㅎ) 책 속 과학자들의 의외의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찾사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추석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2021.09.19 12: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솔직히 과학 이론에 관한 내용으로만 900페이지가 넘었다면 읽기에 조금 부담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라부아지에의 삶을 몰랐을 때에는 그의 죽음이 참 의아했는데, 저런 사연이 있었음을 알게 되니 한 개인으로서 그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추석 연휴가 제법 남았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미 지난 연휴에 대한 아까움이 느껴질 정도로 이번 추석은 여러모로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지네요.
      추억책방님도 가족분들과 행복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추석 연휴 되시길 바랄께요. ^^

      2021.09.19 14:52
  • 스타블로거 서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과학 이야기였다면, 리뷰 읽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과학자, 곧 사람들의 이야기라고서 그래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분야 전문가도 결국은 사람일 뿐, 신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2021.09.22 22:39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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