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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타임슬립

[도서] 화성의 타임슬립

필립 K. 딕 저/김상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어렸을 때, 지금으로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SF 소설을 읽었었는데, 초등학교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었으니 아동용 SF소설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SF소설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하다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SF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러한 찰나에 폴라북스의 필립 K.딕 걸작선이 눈에 띄어서 선택한 책의 첫번째가 바로 '화성의 타임 슬립(Martian Time-Slip)'이다. 타임슬립(Time Slip)이라는 뜻은 국내 모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무라카미류의 1994년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하였다고 기술되었으나, 이는 잘못된 것 같다. 바로 '화성의 타임 슬립'은 1964년에 발표된 작품이기 때문이다.(타임슬립은 시간의 미끄러짐으로서 시간여행과는 달리 시간의 미끄러짐 현상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될것 같다.)

 

 1994년 화성은 대기 오염으로 인하여 지구인들이 정착을 하고 있었으나, 마치 지구의 사막과 같이 물이 부족하고 토지도 황량하여 곳곳의 정착촌만이 들어서 있는 상태이다. 물론 소규모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하지만, 어쨌든 물이 부족하여 UN의 통제하에 물을 배급받고 살아가는 실정이었다. 등장인물인 잭 볼렌은 기계 수리사로서 아내 실비아와 아들 데이비드와 함께 화성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잭 볼렌의 아버지인 레오 볼렌은 지구로부터 화성으로 오게 되는데, 이유는 화성에서 곧 시작될 대규모 주거지 집단 공사에 대한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미리 해당 산맥 주위의 땅을 사들이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땅투기이다. 그리고, 화성에서 수자원 노동조합장이라고 하는 막강한 위치를 가지고 있던 어니 코트고 이러한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그도 땅투기를 하기 위하여 만프레드 슈타이너라는 자폐아를 이용하기로 한다.

 

 만프레드는 잭 볼렌의 이웃이었던 식품 암거래상인 노버트 슈타이너의 아들인데, 자폐아여서 일반인과는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자폐아들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있기도 한데, 바로 만프레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어니는 추측하고, 잭 볼렌을 고용하여 만프레드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한다. 실제 만프레드는 미래를 내다보며,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림으로서 그들에게 미래를 알려주게 된다. 정신 분열증 환자 경력이 있던 잭 볼렌은 이러한 만프레드에게 동질성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며 지켜본다.

 

 잭 볼렌은 완치된줄 알았던 그의 정신 분열증이 어니와의 대화 도중에 다시 발생하게 됨을 알게 되고, 고뇌에 빠진다. 현실과 초현실처럼 보이는 세계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만프레드의 도움으로 미래를 알게 되었지만, 그 미래에서 어니는 이미 잭 볼렌의 아버지인 레오 볼렌에게 토지를 선점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것이 잭 볼렌에 의한 것이라 오해하여 그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이러한 것을 한번에 만회하기 위하여 어니는 만프레드를 화성의 원주민인 블리크맨들이 신성시여기는 '더러운 혹'이라는 거대한 돌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서 미래가 아닌 과거로 돌아가는 시도를 하게 된다.

 

 결말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으로 이쯤에서 줄거리에 대한 언급은 마칠까 한다. 처음 이 책을 SF 소설이라고 생각하여 광활한 우주와 우주선과 외계인들의 등장을 기대하여 읽었지만, 실제로는 화성이라는 배경이지만, 지구의 어느 사막과 같은 느낌이 날 뿐이었고(실제 화성 원주민이라고 하는 블리크맨들은 지구의 흑인과 거의 동일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용 자체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SF 소설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 분열증에 걸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이 존재하는 실재와 그 현재와 헛갈리는 초현실적인 모습이 섞이면서 인간의 혼란한 정신 상태를 묘사하는 내용이라서 프로이트나 융과 같은 정신 분석학자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저자는 이 책을 1964년에 썼으니, 30년정도 후인 1990년대 이미 화성에서 우리가 살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쓴 것이라고도 생각되지만, 화성은 단지 우리가 살고 있는 다소 어둡고 비관적인 미래의 장소로 선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 인간들의 미래를 다룬 디스토피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인것 같다. 그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블레이드 러너', '페이첵', '마이너리티 리포트'등을 봐도 전형적인 SF라기 보다는 무언가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처럼 이 책도 단순한 SF로 접근한다면 읽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정반대로 단순한 유희가 아닌 이성의 집합체인 과학과 그와 반대의 위치에 있는 우리 정신 세계와 연관지어 읽어보려고 한다면, 필립 K.딕의 책이 재출간되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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