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정신기생체

[도서] 정신기생체

콜린 윌슨 저/김상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최근 폴라북스에서 기획한 SF 시리즈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필립 K.딕 걸작선 시리즈와 함께 미래의 문학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정신기생체'는 바로 미래의 문학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서 1960년대에 씌어진 SF물이다. 책의 배경은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기와 비슷한 1990년대말에서 2000년대이므로 1960년대의 사람이 현재 우리의 시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것이다.

 

 주인공인 길버트 오스틴은 고고학자로서 어느날 절친한 친구이자 심리학자인 카렐 바이스만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바이스만이 쓰던 원고가 남겨진다. 오스틴은 터키 지역에서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일단 원고를 보관만 하고, 볼프강 라이히와 함께 발굴을 진행시킨다. 그러다가 발견된 거석의 유적을 발견을 하게 되고, 유적의 표면에 쓰여진 문자를 해독한 결과 미국의 괴기 소설작가인 러브크래프트의 과거 작품에서 언급된 내용과 함께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거석 유적을 보지도 못했던 과거의 러브크래프트가 어떻게 작품에 그러한 단서들을 언급하였는지 오스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 미궁을 파헤치다가 오스틴은 바이스만이 남긴 원고를 읽게 되는데, 그 원고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18세기 이후에 지구에 정착한 정신기생체라는 외계 생물체에 의하여 자살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예술가와 선각자들을 자살과 비관적인 광기로 몰아넣도록 인간을 조정하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바이스만도 역시 자살을 가장한 정신기생체에 의하여 타살됨을 오스틴은 알아차리게 된다. 이 정신기생체는 그 형태가 보이지 않으며, 인간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정신적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흡혈귀같은 존재로서 인간을 조정하면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던 것이었다.

 

 오스틴은 과거 바이스만과 함께 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인간의 내면에 다가가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그 방법만이 정신기생체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 정신기생체는 우리 인간이 그러한 내면을 파헤치거나 다가가려고 하면 인간 고유의 습관을 가장한 것으로 신경을 돌리면서 번번히 그러한 시도를 무마하면서 기생하면서 살아왔음을 오스틴은 알게 된다. 오스틴은 자신의 방법을 라이히를 비롯하여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조력자들을 만나서 정신기생체에 대항하는 조직을 만든다.

 

 하지만, 정신기생체도 이에 대항하여 아프리카와 독일에서 쿠데타 및 정권 교체를 유도하여 그 지도자로 하여금 전쟁을 일으키도록 세뇌를 하게 된다. 이리하여 오스틴과 라이히의 조직은 그러한 세뇌된 인간들의 위협과 정신기생체의 공격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은 근본적인 정신기생체를 박멸하기 위하여 고심을 하고, 생각을 거듭한 끝에 달과의 연관성을 알아차리고 그 해답을 찾게 된다. 어떻게 그들이 정신기생체와 오스틴의 조직이 서로 사투를 벌이는지는 책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줄거리는 위와 같이 SF 소설로 보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철학과 심리학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초중반 부분은 SF 소설이 아니라 심리학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이며, 이러한 자신만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작가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화자로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초반에 읽기가 조금 어렵다고 생각이 되었다. 다양한 심리학과 형이상학 - 예를 들면 융의 무의식에 대한 이론과 같이 -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지식이 없다면 다소 딱딱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도 SF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딱딱한 이야기를 흥미를 가미하여 풀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SF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SF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긴 한다. 정신기생체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도 정신적인 측면에서 싸우는 것이고, 그 표현도 상당히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그가 미래라고 예상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크게 달라보일 것이 없게 느껴진다.(물론 과거 그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혁신적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통속적인 SF 소설을 기대하였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으리라 보여진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러브크래프트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대목이 나온다는 점인데, 터키에서 발견된 거석의 유적과의 연관성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러브크래프트의 글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이 책의 서문과 마지막 해설부분에서 저자인 콜린 윌슨이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비평으로 인하여 항의를 받자, 이 책에서 러브크래프트와의 연관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거석 유적의 발견이 정신기생체의 계략에 불가한 것이라는 글과 함께 결국에는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냉소적인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이 책의 서문을 읽고 본문을 읽으면 그나마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수원해보인다. 왜 이러한 소재를 썼는지를 알고 읽는다면, 조금 딱딱해 보이는 내용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콜린 윌슨이 24세에 쓴 '아웃사이더'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문예 비평지로서 유명한 작가 및 예술가들에게 아웃사이더의 기질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다소 괴짜스러운 해석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실제 작가에게 큰 성공과 명성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콜린 윌슨은 이 책이 '아웃사이더'에서 표방한 이미지들을 나타내기 위하여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SF라고는 하지만, SF같지 않은 소설이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여유가 되면 '아웃사이더'를 읽어보고, 한번 더 읽어 보면 괜찮을 것 같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